-연예인 A씨 논란에 관련 키워드 급증…“잘못됐다” 데이트 폭력 적극 대응 움직임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얼마 전 걸그룹 출신 연예인 A 씨의 남자 친구가 헤어진 후 데이트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해 ‘이별 범죄’가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A 씨는 일방적인 폭행이 아니라 쌍방 폭행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얼마 뒤 A 씨의 전 남자 친구는 교제 당시 촬영한 사생활 영상을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A 씨를 협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리벤지 포르노’ 의혹이 일면서 ‘이별 범죄’는 더욱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안전 이별’ 언급량 하반기 2만4444건
다음소프트가 블로그·트위터·뉴스 등의 데이터를 집계해 ‘이별’ 그리고 ‘무섭다’에 대한 언급량을 살핀 결과 2018년 1~9월간 언급량이 조금씩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연예인의 이별 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5883건, 4월 6511건, 7월 7887건, 9월 1만3859건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가 보여주듯이 실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대상으로 폭행 등을 저지르는 ‘이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도가 심하면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공개한 언론 보도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09~2017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한 여성’은 140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 피해를 겪은 여성이 최소 103명이었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연예인의 이별 범죄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는 ‘지지하다(10만6071건)’, 2위 ‘싫다(2만6929건)’, 3위 ‘웃기다(2만4549건)’, 4위 ‘화나다(2만1023건)’, 5위 ‘아니꼽다(2만86건)’, 6위 ‘최악(1만9236건)’, 7위 ‘떨리다(1만8979건)’, 8위 ‘비겁하다(8284건)’, 9위 ‘역겹다(7171건)’ 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행 논란에 대해서는 연인들 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갈등쯤으로 여겨졌지만 사생활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회학자들은 최근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이별 후 범죄에 대해 연애 관계를 지배와 소유의 관계로 잘못 생각하게 돼 이별 후 상실감·박탈감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5년과 2018년 ‘이별’에 대한 감성어를 비교해 보면 과거에는 ‘아픔’, ‘슬픔’, ‘미련’ 등 일반적으로 이별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감성어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뉴스를 통해 많은 데이트 폭력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안전 이별’이라는 신조어도 나타나는 등 이별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안전’, ‘고통’, ‘폭행’ 등의 단어가 과거보다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안전 이별’에 대한 언급량은 2015년 상반기 8321건, 하반기 9861건, 2016년 상반기 1만5018건, 하반기 1만3186건, 2017년 상반기 9885건, 하반기 2만4444건으로 점차 언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이별은 스토킹·감금·구타·협박과 같은 폭력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지킨 채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을 뜻한다. 최근 연인을 상대로 한 ‘이별 범죄’ 사건이 계속되면서 이 같은 우려 또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는 ‘안전 이별하고 싶습니다’, ‘안전 이별 도와주세요’와 같은 제목의 게시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이별이 세상에 없다지만 안전한 이별은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상대방이 이별을 얘기하게 만들도록 전에 없던 집착을 보이거나 카드빚이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방법, 유학 핑계 등 안전 이별 방법이 생겨날 정도다.
◆‘이별 범죄’ 키워드는 폭행·살인·몰카 등 공격적 표현
‘이별 범죄’의 유형에 대한 연관 키워드를 살펴보면 1위 ‘폭행(1633건)’, 2위 ‘성폭력(1350건)’, 3위 ‘살인(1124건)’, 4위 ‘스토킹(954건)’, 5위 ‘몰카(581건)’, 6위 ‘염산(334건)’으로 나타났다.
강간·폭행·성폭행·살인·스토킹 등 이별 후의 상실감과 박탈감을 공격적이고 거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몰카’를 유포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연인 간 성관계 영상이나 상대방의 사진 등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이나 사진을 개인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제삼자에게 ‘제공’할 때에만 처벌이 가능하게 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 90%는 여성이고 동영상이 한 번 유포되면 삭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렇게 최근에 데이트 폭력, 이별 범죄의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 문화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별 범죄와 마찬가지로 데이트 폭력도 사랑이 아닌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유형별로 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으로 나뉜다.
빅데이터상에 나타난 데이트 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1위 ‘스토킹(6936건)’, 2위 ‘성폭력(4499건)’, 3위 ‘살인(3399건)’, 4위 ‘폭행(3273건)’, 5위 ‘협박(1803건)’, 6위 ‘전화(1311건)’, 7위 ‘문자(1132건)’, 8위 ‘몰카(885건)’였다. 스토킹·성폭력·살인·폭행·몰카 등 정도가 지나친 유형의 데이트 폭력도 문제이지만 ‘전화’, ‘문자’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오르며 끊임없는 연락을 통한 간섭·감시·통제 등을 행하는 행동 통제와 같은 집착에 의한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반응은 부정 26%, 긍정 74%로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감성 키워드를 비교해 보면 2016년에는 ‘사랑’, ‘과격한’, ‘위압적’, ‘곤란하다’ 등 단순히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만 나타났다.
하지만 2017년 들어 ‘잘못되다’, ‘문제 있다’, ‘논란되다’ 등 데이트 폭력을 인지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험하다’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동안 연인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 만연하게 발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별 범죄에 대한 연관 키워드로는 1위 ‘기준(1만9901건)’, 2위 ‘처벌(1만1206건)’, 3위 ‘사례(7817건)’, 4위 ‘원인(3544건)’, 5위 ‘종류(2545건)’가 나타났다. 이별 범죄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별 범죄는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건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자신이 이별 범죄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명 ‘안전 이별 체크리스트’까지 생겨나면서 이별 범죄 기준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에 대한 언급도 많이 나타났는데, 이별 범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과 강화된 처벌을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밖에 이별 범죄 ‘사례’, ‘원인’, ‘종류’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며 혹시 자신도 이별 범죄를 겪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이별’ 연관 검색어…추억, 기억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동의 없이 인터넷과 SNS에 퍼뜨리는 건 엄연히 불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 명을 훌쩍 넘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디지털 성범죄는 2012년에 비해 2017년 2.5배 증가했지만 검거 범인의 90%는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징역형은 8%에 불과해 다소 약한 수위의 처벌을 받고 있다.
사람마다 이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상대가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름다운 이별은 함께한 시간까지 이별하는 것이 아니다. SNS상에서 좋은 이별의 연관어로 1위는 ‘추억’, 2위 ‘인연’, 3위 ‘눈물’, 4위 ‘기억’ 순이었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겠지만 이별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추억’과 ‘기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 이별’을 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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