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주식 시장 긴급 점검, 연말 주가 향방은?]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외국인이 시장 좌우해, 회복까지 시간 필요”
“대내외 악재 산재, 당분간은 ‘조정’ 불가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연초만 해도 ‘코스피 3000’을 꿈꿨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코스피 2000’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코스피가 한 달 사이 13% 이상 주저앉으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번 무너진 투심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들이 얽히고설켜 주식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증시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시장 전문가 중 신중론자와 낙관론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들도 앞다퉈 코스피 최저점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처음 급락했던 ‘검은 목요일’ 직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단기 저점을 2100선 안팎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10월 25일 코스피지수는 2050선까지 밀려났고, 급기야 29일 2000선이 무너졌다. 불과 2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저지선인 21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조차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코스피 1900선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12일 코스피 바닥을 2040으로 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던 애널리스트 중 한명이다.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갑작스럽게 커진 원인이 있나요.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데에는 미·중 무역 분쟁, 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있죠. 그중에도 10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은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사실 금리 부담 이슈는 그전에도 지속됐던 이슈예요. 부담이 시장에 조금씩 쌓여 오다가 10월 들어 갑자기 폭발한 겁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2%대로 속등한 것이었고요,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도 1% 위로 올라왔습니다. 10년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넘어 1%대에 진입한 것은 8년 만이에요. 이 얘기가 무슨 뜻이냐면 기업과 개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부담이 가해진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실질금리 상승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유가증권시장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성장주 비율이 높잖아요. 금리 상승으로 할인율이 갑자기 올라 버리면 주가는 하락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코스피 바닥을 2040으로 전망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통상적으로 저점을 판단할 때 많이 보는 것이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배율(PBR)입니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후행 PBR은 0.94배 정도예요. 국내 증시의 흐름을 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가장 많이 급락했던 때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인데, 당시 PBR은 0.8배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를 보면 PBR이 가장 낮았던 2009년 1월이 0.95배보다 조금 낮은 정도였어요. 만약 PBR이 0.9배까지 내려간다고 하면 2040 정도로 계산됩니다. 이 지점을 향후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지점으로 판단한 겁니다.”

-코스피가 190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건가요.

“리먼 사태 때처럼 PBR이 0.8배까지 내려간다면 그때는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900 이하로 내려가는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장은 리먼 사태 때와는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2008년 당시에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 곳곳에 뿌려져 있던 유동성을 미국이 완전히 다 빨아들인 거예요. 지금은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관련해 높아진 세금으로 인해 흔들리는 부분이 있지만 각국마다 금리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증시가 올라가는 시장도 있고 빠지는 시장도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유독 주가가 하락한 시장에 포함돼 있어 더욱 좋지 않게 보이는 겁니다.”

-왜 한국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시장에 포함되는가요.

“세 가지 이유입니다. 먼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 둘째, 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기업 이익 둔화 그리고 셋째는 규제 이슈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시장은 중국이 가장 크고 그다음이 미국입니다. 특히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타격을 받는다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이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런데 주식시장은 실질적인 기업의 숫자가 나오기 전에 심리가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 이슈는 기업들의 법인세 증세와 게임이라든지 여러 산업의 규제들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와 같은 조정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나요.

“코스피지수가 2100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는 작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사실 이번 조정은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뼈아픕니다. 월초만 해도 235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한 달이 채 안 돼 250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당분간은 이와 같은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수도 지금보다 조금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주가의 흐름에서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변수는 무엇인가요.

“주식시장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시장입니다. 사실상 주식시장을 네 가지 기준으로 본다면 거시경제와 기업 실적, 수급과 심리입니다. 지금 현재 국내의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인은 수급과 심리입니다. 한국 시장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합니다. 지난 외환위기 때 금융시장이 개방된 이후 외국인의 흐름에 따라 시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0월 들어 지금 이 사태를 끌고 온 것은 결국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핵심입니다. 외국인이 다시 연속적으로 시장에 들어와야 주가 흐름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지금 현재 외국인이 파는 종목을 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을 견인하는 시총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셀트리온·삼성바이오 등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의 실적이 내년에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선반영하는 겁니다. 반면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종목은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에쓰오일과 같은 배당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크게 반등하기 힘듭니다.”

-향후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기업의 실적이 조금 부진하더라도 외국인을 다시 국내 주식시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변수는 달러 약세입니다. 그런데아직 달러 강세가 약세로 전환될 만한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이 외에도 변수가 너무나 많은 상황이고요. 미·중 무역 분쟁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특히 이탈리아 재정 건전성 불안을 조금 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흔들리면 유로존 자체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투자한 여러 유로존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프랑스예요. 그런데 프랑스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독일입니다.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유로존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복병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는 게 좋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뛰어들기보다 주식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확실한 신호를 기다린 뒤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종목별로 다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종목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큰 틀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인덱스 투자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개별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죠. 요즘처럼 시황이 불리할 때는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종목이 유리하고 이런 관점에서 저평가 가치주를 지켜볼만 합니다. 특히 관련 종목들은 높은 배당 매력도 보유하고 있고요.”

vivajh@hankyung.com

[스페셜 리포트 Ⅱ=주식 시장 긴급 점검, 연말 주가 향방은? 기사 인덱스]
-‘금리·달러·무역분쟁’ 공포가 집어삼킨 한국 증시
-"대내외 악재 산재, 당분간은 '조정' 불가피"
-"11월 이후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기대, 연내 반등 가능성"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