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주식 시장 긴급 점검, 연말 주가 향방은?]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외국인들, 중국 위험 헤지 위해 한국 주식 매도”
“11월 이후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기대, 연내 반등 가능성”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연초만 해도 ‘코스피 3000’을 꿈꿨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코스피 2000’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코스피가 한 달 사이 13% 이상 주저앉으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번 무너진 투심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들이 얽히고설켜 주식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증시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시장 전문가 중 신중론자와 낙관론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 5년여 만에 박스권(2012~2016년, 코스피지수 1800~2100)을 뚫고 26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반년 만에 박스권으로 다시 복귀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장기 박스권에 다시 갇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 속에서는 희망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15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최대 2300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보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주식시장이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드물게 낙관적인 전망치다.

-올 하반기 정체 상태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이번 달 갑자기 폭락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10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가장 큽니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둘째가 금리 인상인데 개인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3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시장의 두려움을 키웠습니다.”

-신흥국 위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낮은 금리 수준, 다시 말해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 상승의 동력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Fed가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가 올해 4분기에 절정에 이른다는 겁니다. 사실 9월까지는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국내 증시가 그렇게 많이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한동안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잘 버티던 국내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은 중국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겠죠. 지난 10월 초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중국이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이 우려를 키운 겁니다. 금리 인상과 무역 분쟁 이슈가 겹치다 보니 더 가파르게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직접 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빼고 넣기가 자유로운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증시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 이를 헤지(자산의 가격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없애려는 시도)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파는 겁니다. 한국은 현금을 빼기가 굉장히 쉬운 국가인데다 무엇보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큰 자금이 빠져나가도 변동성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신흥국 통화 중 상대적으로 안정된 통화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죠.”

-이 같은 상황에서 주가가 반등할 모멘텀이 있나요.

“당장 10월에는 글로벌 증시의 분위기를 바꿔줄 만한 이슈가 없습니다. 11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조정 장세가 지속될 확률이 큽니다.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자면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고 둘째는 경기 혹은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것이겠죠.”

-정책적인 요인을 먼저 설명해 준다면.

“크게 세 가지 이벤트가 분기점이 될 겁니다.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와 G2 정상회담 그리고 12월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이슈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에 쉬어갈 타이밍이 필요해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얻게 되고 G2 정상회담으로 연결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짧게나마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폭락했던 증시가 일부 회복될 수 있을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회복된다면 시장이 다시 한 번 반등할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Fed의 패턴을 보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매파적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급락했다면 주가가 회복되는 속도 역시 그만큼 빠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적 요인은 어떤가요.

“경기적인 측면으로 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각국의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를 보면 2017년 하반기 정점을 찍고 그래프가 내려오기 시작한 지 1년쯤 됐습니다. 통상 1년 정도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반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본다면 OECD 경기선행지수도 12월 중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익 자본 측면에서 보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내년 상반기 5%대로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년 하반기에 이익 증가율이 다시 10%대로 회복될 겁니다. 보통 주가는 이와 같은 이익 증가를 선반영하기 때문에 내년 1분기 정도부터는 경기든 이익이든 주식시장이 좋아지는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는 게 좋을까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코스피 2000이 무너진다면 이는 정말로 ‘적정 가치 이하’가 되는 겁니다. 어떤 자산보다 주식 투자의 매력이 높아지는 지점이 되는 거죠.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따져봐야 할 것은 명확합니다. ‘지금 투자하면 1년 뒤 지금보다 주가가 더 오를까, 혹은 1년 사이 지금보다 주가가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 한 번 이상 있을까.’ 과거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7년과 비교해도 2000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해 유가증권시장의 기업 이익은 2배 이상 늘어났거든요. 내년에 기업 이익이 20~30% 정도 빠진다고 해도 2011년 정도 수준은 됩니다. 2011년 당시 코스피지수는 2200까지 올라갔던 때예요. 아무리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내년 상반기 혹은 향후 1년 이내에 코스피지수가 2100 이상 올라갈 기회가 한 번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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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달러·무역분쟁’ 공포가 집어삼킨 한국 증시
-"대내외 악재 산재, 당분간은 '조정' 불가피"
-"11월 이후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기대, 연내 반등 가능성"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