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CJ대한통운 이탈 물량 잡기 ‘불꽃 경쟁’, 2~5위 업체간 순위 바뀔 수도
파업에 요동치는 택배업계, “1%를 잡아라”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택배업계에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국내 최대 물류 기업인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갈등에 따른 파업이 택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CJ대한통운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순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택배업계 ‘빅5’ 자리를 놓고 다투는 업체 간 치열한 신경전이 관심을 끈다.

◆ CJ 파업으로 이탈한 화주는 어디로

지난 11월 21일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의 택배 파업이 1주일 만인 11월 28일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인해 CJ대한통운과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택배사와 계약을 체결한 화주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빅5’ 간의 순위 변동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이번 파업 기간 동안 이탈 또는 단기 계약 변동이 이뤄진 화주가 CJ대한통운 택배 물량의 2~3%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파업 기간 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우체국택배·로젠택배 등 2~5위권의 택배 회사들의 물류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적인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각 회사들은 평상시보다 3~5%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체국택배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된 11월 21일부터 계속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소비재와 관련된 화주들이 택배 계약 요청을 많이 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택배 시장은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우체국택배·로젠택배 등 상위 5개 기업이 택배 전체 시장의 85.5%(2017년 말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CJ대한통운이 시장점유율 45.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는 각각 12.6%, 12.2%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4위와 5위는 우체국택배(8.1%)와 로젠택배(7.1%)로 이 둘 역시 격차가 1%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CJ대한통운의 파업과 관련해 직접 당사자인 대한통운은 느긋한 반면 2~5위권 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1위에서 떨어져 나온 물량을 누가 더 많이 잡느냐에 따라 충분히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택배의 약 90%는 계약 물량이다. 이른바 기업 택배 물량인데 대부분 일정한 수량이 정해져 있어 설비투자 또한 일정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상태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업체를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CJ대한통운에서 이탈한 물량의 낙수효과가 후위 기업들에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업에 요동치는 택배업계, “1%를 잡아라”
◆ 커지는 물류 시장, 대규모 투자 이어져

이런 와중에 물류 업체는 물론이고 주요 유통 기업들까지 물류 사업을 이커머스(e커머스) 확대의 필수 요건으로 판단하면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다. 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두개 물류 회사를 지난 11월 27일 통합했다. 이번에 합병되는 회사는 자산 3조원, 매출 5조원에 달한다.

롯데는 향후 물류 경쟁력 확보, 서비스 고도화, 그룹 이커머스 사업본부 최적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해 메가 허브(mega hub) 터미널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또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그룹 시너지 확보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진출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의 유통·식품·제조 등 다양한 업종에서 물류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지닌 롯데로지스틱스, 고성장 시장인 택배 사업과 해외 12개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해 글로벌 사업에 강점이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합해 해외 현지 물류, 포워딩(국제 물류), 국내 내륙 수송, 창고 운영과 라스트마일 배송(최종 소비자 배송)까지 이어지는 물류 전체 영역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 역시 작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데 이어 물류 사업 추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동원산업은 최근 BIDC의 지분 51.04%를 3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IDC는 부산신항에 자리하고 있는 물류 기업으로, 포워딩과 물류센터 운영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 내 최대 부지(약 4만2800평)와 물류센터(약 2만500평)를 운영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BIDC 인수를 통해 물류 부문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자사 상품의 택배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시장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는 올해 초 경기도 용인시 보정, 경기도 김포시에 각각 개설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NE.O(Next generation Online store)’를 오픈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곳은 상품 입고·출고·배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첨단 물류 센터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재고 관리와 수요 예측 시스템을 적용해 물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해외투자 운용사 어피니티·비알브이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원 규모의 투자금으로 물류·배송 인프라를 더 강화하고 상품 선택에서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쇼핑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돋보기] CJ대한통운 파업은 왜 일어났나

CJ대한통운 파업은 지난 10월 택배 하차 작업 중 트레일러에 치여 CJ대한통운 직원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택배 운전사들이 주축이 돼 ‘업무 환경 개선’과 ‘노조 인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업무 환경을 대폭 개선하기는 했지만 노조 인정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해 갈등이 증폭되며 파업으로 이어졌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받은 뒤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지금까지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우선 양측이 대립하는 이유는 택배 사업의 구조에 있다.

택배 운전사는 CJ대한통운의 직원이 아니다. CJ대한통운은 보통 CJ대한통운→대리점(자영업)→택배 운전사(자영업)의 구조를 갖고 있다. 본사와 대리점이 화물의 집하·배송·보관·분류 등의 업무와 택배 업무 수행을 위한 사무 일체를 위탁하는 계약을 하고 대리점이 독립적 사업자 신분인 택배 운전사와 계약하는 형태다.

CJ대한통운은 회사가 직접적인 고용주가 아니고 택배 운전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을 갖고 있어 직접적인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운전사의 노동자 지위 여부에 관한 행정소송을 지난 1월 제기한 상태다.

택배연대노조는 “‘공짜 노동 분류 작업’으로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 7시간의 분류 작업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을 문제로 제기한다. 분류 작업은 택배 운전사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1호(2018.12.03 ~ 2018.1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