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단순 아파트 물량 공급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신도시 성공의 조건은 ‘일자리’와 ‘교통망’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집에서 산다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자리가 많은 곳 근처에 자기 집을 마련하는 직주근접이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개발하겠다는 발표도 나오는 것이다.

◆ 3기 신도시 대부분이 베드타운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는 5170만 명 정도이고 일자리 수, 다시 말해 일을 하고 있는 종업원 수는 2126만 명이다. 한국 국민의 41.1%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일자리가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은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이 42.5%나 되는데 지방은 39.7%에 그친다. 일자리 수는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73만 개나 많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지역별로 차이가 많다.

서울은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이 무려 51.1%나 되지만 경기도는 37.8%, 인천은 34.1%에 그친다. 같은 수도권일지라도 경기도나 인천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베드타운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일 아침이면 경기도나 인천에서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된 지역 중에서 과천을 제외한 남양주시나 하남시, 인천 계양구는 현재도 경기도 평균보다 일자리가 부족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는 데 있다.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이 남양주시는 23.3%, 하남시는 30.8%, 인천 계양구는 24.5%로 서울시(51.1%)나 전국 평균(41.1%)은 물론 경기도 평균 37.8%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남양주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하위인 지역이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베드타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양주시가 자족도시는커녕 전국 평균적인 도시가 되려고 해도 지금보다 11만8000개의 일자리가 당장 생겨야 한다.

이는 현재도 매일 최소 11만8000명의 직장인이 남양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근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파트만 짓는다고 도시가 발전하지는 않는다. 남양주에서 부족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남양주의 주민 수 66만여 명을 감안하면 일자리가 최소 27만2000여 개 필요한데, 지금은 15만4000여 개밖에 없기 때문에 11만8000개가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있는 15만4000개의 일자리 중에서도 종업원 수가 4인 이하인 영세업체가 35%나 된다.

그러므로 남양주의 도시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좋은 대기업을 남양주 지역으로 유치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현재 계획처럼 구역을 지정하고 부지만 확보한다고 기업들이 남양주로 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수원시에 있는 삼성전자를 남양주시로 끌어들이려면 어찌해야 할까.

◆ 업무 중심지까지의 접근성이 중요

정부에서 이전 명령을 내리면 삼성전자가 수원에서 남양주로 이전할까. 중앙정부에서 그런 엉뚱한 일을 할 이유도 없지만 그런 명령을 내린다고 민간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운운하면서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남양주로 이전하면 취득세 면제, 재산세 30년간 100% 면제와 같은 조건을 내건다고 해도 이전 비용을 감안하면 갈까 말까지만 그런 혜택을 주게 되면 ‘재벌 기업에 대한 특혜니 뭐니’ 하면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신도시 후보지가 이른 시일 내에 자족도시가 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것은 남양주시뿐만 아니라 과천을 제외한 나머지 하남시나 인천 계양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아파트를 짓고 나중에 천천히 일자리를 만든다는 무책임한 방식은 절대 안 된다. 아파트가 있다고 좋은 기업이 신도시 후보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를 발전시키려면 일자리부터 만들고 아파트는 나중에 지어도 된다. 문제는 일자리를 단기간에 급속히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런 현실을 감안해 다른 대안은 없을까. 신도시 후보지 주민들은 현재도 그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해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에 필수적인 것이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결국 그 지역에 일자리를 급속히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기존에 일자리가 많은 지역까지의 접근성이라도 개선해야 한다.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전철망의 확충이다. 과천을 제외한 이들 지역은 서울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전철망의 확충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고속 전철이지만 이것이 아니더라도 업무 중심지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까지 평균 거리가 2km 이내로 지정했다는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두고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km라는 것은 서울시와의 경계까지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업무 중심지까지의 거리다.

남양주와 인접한 서울 자치구는 노원구·중랑구·강동구다. 이 지역들은 서울의 전형적인 베드타운들이다.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이 노원구는 20.3%, 중랑구는 24.6%, 강동구는 31.8%에 불과하다.

노원구·중랑구·강동구에 사는 사람도 자기 지역의 일자리가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지경인데 이 지역에까지 빨리 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볼 때 종로구나 중구와 같은 강북 업무 중심지나 강남구나 서초구와 같은 강남 업무 중심지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돼야 남양주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과천을 제외한 3기 신도시 후보 지역은 아파트 건설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서울 주요 업무 중심지와의 전철망 연결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것이 되고 나면 이들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자연히 몰리게 되고 그때 아파트를 공급해도 늦지 않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