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방향성·타이밍이 생사 좌우, ‘셀프 트레이닝’ 통해 직관 키워야
[한경비즈니스 칼럼=양백 IGM 세계경영연구원 대표]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방향성과 타이밍이다.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유명한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의사결정의 법칙’이라는 말로 정보와 타이밍에 대한 귀중한 힌트를 증언한다. ‘P=up 40 to 70’로 설명되는 이 공식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의 규모를 나타낸다.
필요한 정보가 40% 미만으로 모였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너무나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 반면 70% 이상의 정보를 수집했을 때는 이미 행동을 감행할 시기를 놓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리를 위한 전략가의 냉정한 판단은 현재 수집된 정보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40~70% 정도 모였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생사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전쟁터에서 쌓아 온 군인의 감인 셈이다.
결국 파월 전 장관은 이러한 감을 바탕으로 걸프전을 허무할 만큼 일방적인 미국의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면 나머지 30~60%의 빈 공간은 무엇으로 채울까. 바로 연역적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귀납적 논리와 구조화로 무장한 통찰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다.
◆2015년부터 광고 수익도 올려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로 모두 옮겨가고 다시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갈아탔다가 인스타그램으로 향하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의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의 욕구, 즉 ‘소셜 네트워킹’에 대한 갈증이다. 싸이월드·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두 이용자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다양한 형식일 뿐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의 미래로 키우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돈을 주고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무런 수익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고 이용자 규모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이용자 규모’였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늘린 결과 2012년 초 약 3만 명이던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2016년 여름 무려 5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성공 관건은 누가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느냐보다 얼마나 더 빠르게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페이스북의 집중적 투자에 힘입어 이미지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평정하는 ‘사실상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인스타그램이 사실상 이미지 기반의 SNS 시장을 장악하게 되자 비로소 본격적인 수익 활동을 시작했는데 2011년 매출 제로였던 인스타그램은 2015년 말 약 44억 달러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결국 저커버그 CEO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렇듯 앞으로 이미지 기반의 플랫폼이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을 예측한 저커버그 CEO의 통찰력은 우리가 급변하는 경영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통찰력은 훈련으로 키워지는 것
통찰력은 무엇일까. ‘인사이트(insight)’라는 단어는 ‘인(in)’과 ‘사이트(sight)’가 합쳐진 것이다. 즉 통찰력은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 숨어 있는 것까지 꿰뚫어 보는 힘이다. 결국 짙은 안갯속에 서 있는 것과 같은 경영 환경에서 올바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찰력 있는 인물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누구일까.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전문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는 거의 천재로 취급받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과연 통찰력은 천재들처럼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의 능력일까. IGM 세계경영연구원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 있게 ‘통찰력은 훈련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체계적 훈련 방법이 다양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확인했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통찰력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대답한 바 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라.”
버핏 회장은 활자 중독증 환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신문을 정독하는 등의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새벽 월스트리트저널을 마지막 글자 한 자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덕분에 그가 살고 있는 오마하 지역에 배포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첫째 배달판은 늘 그의 집에 놓인다고 한다. 버핏 회장과 같은 천재도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통찰력을 쌓아 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경험과 지식을 많이 쌓을수록 그 사람이 바라보는 시야는 더욱 넓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더닝 크루거 효과’를 통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x축으로 하고 확신의 정도를 y축으로 하는 그래프가 더닝 크루거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치다. 이를 보면 경험과 지식을 이제 막 갖기 시작하는 초반에 확신의 정도가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점차 낮아지다가 경험이 준전문가 수준에 이를 때 확신의 정도는 최저를 기록한다. 그 이후 완만하게 확신의 정도가 높아지지만 전문가 수준에 이르고서도 처음 가졌던 확신의 정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경험과 지식이 많아질수록 우리 두뇌 속의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지식 네트워크는 더욱 두꺼워진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뇌의 가소성’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 뇌의 가소성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 퇴화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지속적으로 더 커진다. 따라서 버핏 회장, 저커버그 CEO만큼의 통찰력을 갖는 것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끊임없는 지식 습득과 독서, 풍부한 경험을 갖추면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그들과 같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통찰력을 경영 현장의 다른 말로 바꿔 보면 ‘전략적 직관’이 될 것이다.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 내고 승리의 길로 이끌 수 있는 리더의 결정에는 이런 통찰력 혹은 전략적 직관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동의하지 않는 결정을 실행하는 용기를 가지려면 끊임없는 지식의 습득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의 흐름 주시하고 호기심 가져야
창업한 지 2년이 되도록 매출이 0원인 기업이 있다면 사람들은 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대부분은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볼 것을 권하며 안타까운 회사 사정에 혀를 찰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사람이 이 회사 대표에게 “당신 회사를 내게 파시오”라고 제안해 이 거래가 성사됐다면 어떨까.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인수 금액이 무려 11억 달러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실제 사례다. 1조6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매출액 제로의 기업을 사들인 사람이 바로 저커버그 CEO였다.
저커버그 CEO는 당시 어떻게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생각을 했을까.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 CEO인 저커버그가 11억 달러짜리 의사결정을 했다면 그만한 판단 근거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의 판단에서 우리는 귀중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페이스북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던 마이스페이스는 물론 페이스북의 숙적이자 200자짜리 단문 서비스로 한때 각광 받던 트위터도 텍스트 기반의 SNS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커버그 CEO는 이 모든 텍스트 기반 SNS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SNS가 될 수 있었고 그 영향력을 기반으로 하는 링크 광고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알짜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커버그 CEO의 머릿속에는 끊이지 않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텍스트 기반 SNS에 대한 대중의 인기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분명 페이스북의 인기가 시들 것이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저커버그 CEO가 생각한 ‘페이스북의 넥스트’가 11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인스타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는 텍스트 기반 SNS의 다음이 ‘이미지 기반의 SNS’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상당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던 플리커나 핀터레스트 등도 이미지 기반 SNS 서비스인데 왜 그것들을 놔두고 인스타그램을 선택했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이미지 기반 서비스’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두 가지다.
사람들의 기호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옮겨 가고 다시 동영상으로 이동하는 것은 특정한 개별 기업이 막을 수 있는 성질의 변화가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 선택은 적합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보다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적합한 서비스를 사들이는 방법이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의 취향 변화가 워낙 빨라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기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가 사들인 다음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구글 등 유명 거대 IT 기업들이 깜짝 놀랄 만한 금액을 주고 인수·합병(M&A)하는 사례 대부분이 그런 맥락에서 결정된 것이다.
향후 다양한 M&A에 의한 산업 간 융합, 기술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패턴은 통찰력을 믿고 그것을 실험하고 빨리 실패하고 흥하는 스타트업에서 무수히 나타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우리 모두는 저커버그 CEO를 훨씬 능가하는 통찰력을 언제든 발휘할 수 있다. 그 통찰이 현실의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신의 통찰력을 신뢰하는지에 달려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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