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판에선]
- 황교안 인기에 친분 있는 박완수·추경호 ‘관심 집중’…오세훈은 ‘고대 인맥’ 주목



[박종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국회의 1월은 ‘겨울방학’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2019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치열한 ‘전투’를 벌인 후 잠시 쉬어가는 시기다. 국회법에 따라 곧바로 2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여야 각 당이 전열을 정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국회의원들의 겨울 휴가나 해외 순방 일정이 1월에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2019년 1월 정치권은 예사롭지 않다. 2월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를 선출한다. 박근혜 정부 ‘최후의 재상’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15일 한국당에 전격 입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한국당에 입당해 당권 도전을 선언하는 등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중량감 있는 원외 정치인 두 명이 당권 경쟁 구도에 뛰어들면서 전당대회의 판이 커지게 됐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흥행 요소를 갖추게 되면서 당내에서는 정치 이벤트를 전후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타 정당에서는 황 전 총리가 입당하자 일제히 공세를 퍼붓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오세훈을 움직이는 측근 인맥은 누구?
(사진)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황교안 열풍’

황 전 총리는 한국당에 입당해 달라는 ‘러브콜’을 구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의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 한 번도 특정 정당에 입당해 본 적이 없고 선거조차 치러본 적이 없는 ‘정치 신인’에 불과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현 국무총리에 이어 2위, 보수 진영 인사들 가운데서는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등 파괴력이 상당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난해 말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 의원 몇몇이 황 전 총리를 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황 전 총리가 입당한 다음 날인 1월 16일 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주관으로 경기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2월 임시국회 쟁점 법안을 정리하고 대여 투쟁의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당 내 111명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행사여서 개인 사정과 해외 출장 등의 사유로 불참한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도 90여 명 가까운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기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의원은 당권 주자들이나 그들과 친하다고 알려진 의원들이었다. 이미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김진태 의원에게도 기자들이 많이 몰렸지만 기자들이 가장 많이 에워싼 인사는 단연 박완수 의원(초선·경남 창원 의창)이었다. 중진 의원도, 출마자도 아닌 그에게 기자들이 몰린 이유는 황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황 전 총리와 관련된 동정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기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황 전 총리는 이때만 해도 아직 정치부 기자들과 ‘스킨십’이 없고 인터뷰 섭외나 전화 취재 등을 연결해 줄 공식 대변인이나 비서가 없는 상황이었다. 취재가 쉽지 않은데다 어렵사리 만나도 “많은 말씀들을 듣고 있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얘기밖에 들을 수 없었다. 박 의원은 황 전 총리가 창원지검장으로 있던 2009년 창원시장을 역임한 바 있어 인연이 두텁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은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이 시점까지도 입당만 했을 뿐 당 대표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 전 총리의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추경호 의원(초선·대구 달성군)도 대표적인 황 전 총리의 측근으로 꼽힌다. 황 전 총리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민경욱 의원과 초재선 그룹 모임인 ‘통합과 전진’ 소속 김기선·엄용수·박대출 의원 등도 황 전 총리가 입당 전 만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원외 인사인데다 국회 경험이 없는 황 전 총리로서는 당 대표 선거에 이기려면 현역 의원의 지원과 당내 세력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외에서도 황 전 총리의 손발 역할을 할 인사들이 눈에 띈다.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신민주공화당 공채 당직자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리실 민정실장으로 재직하며 황 전 총리와 인연을 맺었다. 행시 27회 출신의 심오택 전 총리 비서실장은 2015년 7월에 황 전 총리와 함께 근무했다. 두 사람은 황 전 총리가 전국 당원들을 찾아다니는 ‘당심(黨心) 투어’를 시작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황교안·오세훈을 움직이는 측근 인맥은 누구?
(사진)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공천권’ 선점 효과 노리고 후보 간 격전

오세훈 전 시장은 누구보다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황 전 총리의 입당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내일 당장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가장 유력한 주자’로 손꼽혔다. 그 역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영입 대상이었고 황 전 총리보다 한 달여 앞서 입당했다. 그가 입당하자마자 김 위원장은 당내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줬다. 고려대 석좌교수 외에는 정치권에서 통할 수 있는 현직 직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배려’였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에 입당한 후 서울 광진을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이 되기 위한 전 단계 직책)에 임명됐다. 해당 지역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다. 여권 내 거물급인 추 전 대표와 맞붙는 정공법으로 체급을 키우면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오 전 시장도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내 세력을 갖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재기에는 김용태 사무총장이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를 떠나 정진석·김선동·주광덕·이양수 의원 등도 오 전 시장과 ‘고대 인맥’으로 통한다. 그의 곁에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을 맡았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함께하고 있다. 서장은 전 히로시마 총영사는 오 전 시장의 고대 법대 후배로 2009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측근으로 통한다.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는 지지층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황 전 총리와 비박계 복당파의 지지를 받는 오 전 시장은 당내에서 지지 그룹이 확연히 다르다. 언론에서 두 사람을 양자 구도로 비교하며 조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등장 이전부터 가장 오랫동안 전당대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 상당)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지층을 포섭하며 착실하게 조직을 다져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색채가 강한 황 전 총리와 비박계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오 전 시장 사이에서 무계파 ‘중립 후보’로 이미지를 다지며 당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후발 주자들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안상수·김진태·주호영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고 본선행을 선언한 것이다. 김 의원은 강성 친박계로 태극기 부대 등 한국당 극렬 지지자의 성원을 받고 있어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 인천을 기반으로 한 안 의원과 대구가 텃밭인 주 의원도 나름의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출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거물급’인 김무성 의원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강한 부장’에서 ‘긍정도 부정도 않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등 과열 양상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단일성 지도 체제’ 원칙에 따라 대표 권한이 막강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적을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할 수도 있는 자리”라며 “당 대표를 중심으로 정치적 세력이 형성되면 차기 대선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사인 ‘야권 정계 개편’의 속도와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 전 시장이 당 대표가 되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황 전 총리나 정 의원이 당선되면 잔류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jp@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