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FO·애널리스트·금융기자 100명 설문, ‘혁신’ ‘조직 통합’에 높은 점수
[편집자 주] 한경비즈니스가 올해 처음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국내 주요 기업 재무 책임자,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금융 담당 기자 100명에게 설문 조사해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의 금융 리더를 가려 뽑았다. 금융권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핀테크와 인터넷은행 등으로 대표되는 혁신의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뛰어난 리더십과 역량으로 새로운 한국 금융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파워 금융인 30인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취재 이정흔·이홍표·차완용·최은석·김정우·이명지·김영은 기자 ┃
사진 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지금 국내 금융업계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보호 등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만만치 않은 경영 환경에 우려를 더하는 것은 급속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다. 더 이상 은행의 경쟁사는 은행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을 포함해 스타벅스 또한 금융사의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의 ‘무한 경쟁’을 시작하는 셈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올해 처음 선정한 ‘2019 파워 금융인 30’ 결과 역시 이와 같은 금융권의 심각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이번 조사는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금융 기자 그리고 국내 기업 재무담당자 100명의 설문을 거쳐 30명을 가려 뽑았다. 그 결과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화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이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높은 실적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금융 리더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종규 회장,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 도전
종합 1위의 영광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돌아갔다. 윤 회장은 재무 성과, 주주 중시 경영 등을 평가하는 ‘양적 평가(227)’와 이사회와의 관계,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비전 등을 평가하는 ‘질적 평가(317)’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리더십, 글로벌 역량, 디지털 역량,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는 ‘개인적 역량(447)’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점 991점으로 높은 점수로 1위에 안착했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이 이른바 ‘KB 사태’로 혼란을 겪던 2014년 회장에 오른 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빠르게 조직의 안정화를 이끌었다. 취임 후 두 차례의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했다는 평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등 굵직굵직한 M&A에 성공하며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했다는 평이다. 윤 회장은 2019년에도 공격적인 M&A를 통해 KB금융그룹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을 목표로 한 해외 진출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 강화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해외 사업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자회사들의 해외 설립 기념식에 직접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포하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와 간편 모바일 플랫폼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
종합 2위는 우리은행의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초대 회장에 오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선정됐다.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우리은행은 이번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개인적 역량 410점, 양적 평가에서 221점을 얻었다. 특히 질적 평가에서는 319점으로 30인의 금융 CEO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총점 960점을 얻었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의 비율을 30~40%까지 높일 방침이다.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첫째 타깃으로 2월 18일 하이자산운용 예비 입찰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며 증권·자산운용 라인업 복구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3위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다. 양적 평가 221점, 질적 평가 300점, 개인적 역량 404점으로 총점 902점을 받았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하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은행(IB)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국내 증권업계 ‘IB 대부’로 일컬어지는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을 ‘IB 명가’의 반열에 올리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사장은 IB 부문의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취임 첫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5401억원, 순이익은 3.4% 늘어난 3614억원을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NH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보증권 시절 이후 최대 규모다.
◆위기감 속 카드·보험업계, 실적보다 ‘혁신’에 방점
종합 4위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5위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2015년 하나·외환은행의 초대 통합 행장에 취임한 함 행장은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해인 2015년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약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2조1035억원, 2018년 2조928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탄탄한 실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손님불편제거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손님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를 ‘디지털 기업’으로 바꿔 나가는 등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함께 간편 결제 시장의 확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우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AI를 활용해 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관련 부서의 인원을 대폭 늘렸다. 올해에는 AI·머신러닝·블록체인 등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의 결과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손보와 생보업계 부문에서 각각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눈에 띈다. 김 부회장은 형식과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실용성을 강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며 메리츠화재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종합 순위 11위에 올랐다.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에 취임한 이후 본부와 지역단 형태의 영업 관리 조직을 모두 없애고 2016년 ‘초대형 점포제’를 도입했다. 이 밖에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기 위해 ‘30분 회의’ 방식을 도입하는 등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신 회장은 종합 순위 14위를 기록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창립 60년 만에 IPO 추진을 공식화하며 ‘제2의 창사’와 같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그만큼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획기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다.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공방이 확대되며 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발휘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2019 파워 금융인 30’은 국내 금융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됐다. 우선 비상장사를 포함한 113개 우선 국내 금융사(금융지주·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 중 매출액(2018년 3분기 기준)을 기준으로 상위 60곳을 추려 이들 금융사의 CEO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60명의 후보에는 금융지주 10명, 은행 9명, 생명보험 10명, 손해보험 10명, 신용카드 8명, 증권 13명이 포함됐다.
이후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들에 대한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국내 금융 산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와 금융 담당 기자 그리고 금융 산업의 주요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비금융 계열사)들의 재무담당 책임자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애널리스트 30명, 기자 30명, 재무담당 책임자 40명이 참여해 총 100명이 응답했다.
설문은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 개인적 역량 평가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양적 평가에는 ‘재무 성과’, 회사와 주주 사이의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주주 중시 경영’이 포함됐다. 질적 평가에는 ‘이사회와의 관계’, 종업원·고객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개인적 역량에는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 디지털 역량, 사회적 책임이 포함됐다.
설문 응답자들은 업종에 상관없이 CEO 5명을 선정해 각 항목에 따라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점수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 따라 ‘2019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vivajh@hankayung.com
[커버스토리=2019 파워 금융인 30 기사 인덱스]
-‘금융 한국’을 움직이는 베스트 CEO…1위 윤종규 회장·2위 손태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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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파워 금융인 30] 총괄 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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