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한경비즈니스 선정 파워 금융인 30]- 생보사 부문 1위
[파워 금융인 3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벼랑 끝 보험사를 살린 ‘혁신 집도의’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창재(66) 교보생명 회장은 국내 생명보험사 오너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 중인 이른바 ‘오너 최고경영자(CEO)’다.


생보업계에서 그를 최고의 CEO로 주저 없이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첫 취임했을 당시(2000년)만 하더라도 교보생명은 적자 기업으로 전락하며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그런 교보생명을 20여 년간 진두지휘하며 지금의 ‘생보업계 빅3’로 재탄생시킨 주역이 바로 신 회장이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에서 CEO로 변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장남인 그는 원래 의과대학 교수였다가 경영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으로도 잘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10년 동안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된 신 전 회장의 부름을 받아 1996년부터 교보생명에 부회장으로 합류하게 됐다. 이후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쳐 2000년부터 회장직에 올라 경영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교보생명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큰 시련에 직면한 상태였다. 거래하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교보생명은 2000년 무려 25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했다.

생보업계의 오랜 관행인 ‘외형 경쟁’ 후유증으로 회사 내부적으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보험업계는 단기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과 회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저축성 보험을 밀어내기 방식으로 파는 관행이 만연했었다.


교보생명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른 고객 이탈은 물론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경영권을 잡게 되자 ‘과연 위기에 빠진 회사의 구원투수로 적합한 경영자인가’라는 의문도 뒤따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동안 신 회장은 의학에만 몰두해 온 의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신 회장은 대대적인 경영 혁신에 착수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외형 경쟁을 중단하는 대신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퀄리티 경영’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생보업계에서 질적 성장과 내실로 승부하겠다는 경영전략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신 회장은 잘못된 영업 관행을 하나하나 뜯어고쳤다. 중·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고 경영 효율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또 임직원들과 부단히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같은 그의 경영 방침은 먹혀들었다. 교보생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괄목할 만한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취임 당시 2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 취임 이듬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회사를 원상복구해 낸 것이다. 이를 두고 ‘의사인 신 회장이 환자(교보생명)를 살려냈다’는 말도 나왔다.
◆20년 이어온 경영 혁신은 ‘현재 진행’

이후에도 꾸준히 실적을 개선, 지금의 교보생명은 매년 5000억~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탄탄한 회사가 됐다.

2000년 35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은 9조4000억원(2018년 9월 기준)이 넘는다. 약 20년 동안 26배나 늘린 경이적인 기록이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292%(2018년 9월 기준)로 높은 재무 건전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4년 이후 국내 대형 생보사 중 줄곧 1위를 기록 중이다. 적자 기업에서 어느덧 삼성생명·한화생명 등과 함께 ‘생보업계 빅3’로 군림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신 회장의 경영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최근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계속 성장을 이어 나가기 위한 방법은 오직 ‘디지털 혁신’이라는 판단에서다.
[파워 금융인 3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벼랑 끝 보험사를 살린 ‘혁신 집도의’
그는 내부 임직원들에게 “고객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보험 사업은 기존의 대면 영업 방식만으로는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신 회장의 방침에 따라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전면에 내걸고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슈어테크 기술을 보험 서비스에 접목하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파워 금융인 3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벼랑 끝 보험사를 살린 ‘혁신 집도의’
또한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인 고객 보장 확대에 대한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말 것을 내부적으로 당부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올해 종신보험·CI보험 등 가족생활 보장 상품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건강·의료·장기간병 등 다양한 고객 니즈를 반영한 특화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경영인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신 회장은 현재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 시장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이 파국까지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원만하게 합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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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