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파워 금융인 30 : 증권사 부문 1위]
[파워 금융인 30]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큰 형님’ 리더십으로 ‘IB명가’ 이끌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NH투자증권은 2018년 3월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영채(55) IB사업부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 입사 후 2005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IB사업부 담당 임원을 13년간 역임했다.

그가 IB사업부 임원으로 재임한 동안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명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2015년 업계 IB 부문 최초로 세전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6년 회사 전체 손익 중 IB사업부의 비율이 54%에 이르는 등 IB 전 분야의 균형 있는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회사 이익에 크게 기여했다.

정 사장은 약 30년간 IB 관련 분야에만 꾸준히 종사해 온 만큼 국내 IB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 ‘IB업계의 대부’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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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사업부 대표 시절 조직 문화 혁신 주도

정 사장은 IB사업부 대표 재임 시절 초기 기존의 타성에 젖어 있던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시행했다. ‘콜 리포트’, ‘개인 일정 공유’, ‘사내 영업 금지’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정 사장은 당시 IB사업부의 부족한 고객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전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내부 인사와의 회식을 삼가고 모든 가용 시간을 외부 고객에게 할애하라는 특단의 지시를 내렸다. 또한 아웃룩으로 개인 일정을 공유해 고객 마케팅 수행에 활용하도록 했다. 영업 결과를 반드시 ‘콜 리포트’로 남겨 정보 공유와 데이터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정 사장의 이러한 조치에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점차 직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IB사업부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상대적으로 사내 직원과의 교류가 줄면서 ‘IB는 용병으로 구성된 외인부대’, ‘따로 노는 조직’이라는 오해도 생겼지만 NH투자증권이 ‘IB 명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조직 문화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 사장은 대표 취임 이후 다른 사업부에도 이런 문화를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회사의 특정 분야만 정보 공유 체계가 마련돼 있는데 전체가 그렇게 이뤄져야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된다”며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사내에서 ‘별’을 많이 단 것으로도 유명하다. IB사업부 대표 재임 중 해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블록딜, 기업어음(CP) 인수 등에서 뜻하지 않은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책임자로서 징계를 받은 적이 많다 보니 붙은 별칭이다.

정 사장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뒤로 물러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 왔다. 손실로 인해 IB사업부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는 자신의 몫을 포기하는 대신 직원들에게는 기본 성과급이 주어지도록 회사와 담판을 지어 책임지는 리더로 각인됐다.

NH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시니어 영업 직원들이 10년 넘게 끝까지 정 사장의 곁에서 함께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각각의 이야기를 경영자가 아닌 큰 형님의 품성으로 경청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를 만났던 임직원들은 “대표님은 도대체 언제까지 IB대표를 하실 것이냐, 직원들의 앞이 안 보인다”, “왜 저한테만 그러십니까” 등의 대화를 거리낌 없이 건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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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중심 영업 대신 ‘고객 관리’에 중점

NH투자증권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국내 대표 증권사로서 자산 관리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도전을 꾀한다는 목표다.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재무 성과 중심의 영업 직원 평가 방식을 올 상반기부터 중단하고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정 사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과 함께 경영전략 키워드로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플레이어의 완성’을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자산 관리가 필요한 개인 고객과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찾는 기관 고객, 다양한 재무적 고민을 가진 기업 고객 모두가 NH투자증권이라는 플랫폼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얻는 단계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좋은 플랫폼으로 고객이 몰려들고 자본이 집중돼 더 많은 네트워크 효과를 얻고 플랫폼이 더욱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요소로 ‘고객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30년 동안 IB 영업에 몸담아 온 만큼 ‘금융투자업의 본질은 돈이 아닌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고객을 통해 회사의 수익을 키우는 것보다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에 영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를 위해 올해부터 세일즈 중심의 기존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과정 가치’ 기반의 활동성을 영업의 중요한 요소로 삼기로 했다. 결과보다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영업 직원들의 과정과 노력을 더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고객 대면 접촉 횟수와 자산 운용 보고서, 데일리 정보 자료 발송 등 고객 접촉 활동, 수익률 보고서와 세무 정보, 고객 행사 등의 사후 관리 활동에 대해 영업 직원 평가 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인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근 전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자산관리(WM) 부문의 생산성 강화를 위해 WM사업부와 자산관리전략총괄의 운영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주식·채권·대체투자 관련 운용과 파생부문을 통합하는 운용사업부를 신설했다. 금융권의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추진체로 디지털 전략 총괄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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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