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첫 1000억원 넘어…24시간 거래 서비스·최소수수료 폐지 더불어 리서치도 강화
해외 주식 직구 36조 돌파… 부쩍 높아진 증권사 해외파트 위상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이른바 ‘해외 주식 직구족’이 늘어나자 이에 대응하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주식 결제 대금은 약 326억 달러(36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43% 정도 증가했다. 올 들어서만 2월 말까지 45억 달러(약 5조원)어치가 거래됐다.
해외 주식 거래가 늘면서 이 부문의 증권사 수익도 크게 불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3개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는 약 1151억원으로 전년(964억원) 대비 19.4% 늘었다. 증권사들의 관련 수수료가 1000억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부진한 국내 증시 흐름, 미국 증시 호조,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중개 서비스 확대, 해외 증시에 대한 정보 증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엔 미국에 상장된 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워 자국 편향 현상이 심했지만 최근엔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분석 역량이 강화돼 정보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글로벌 주식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53%, 한국은 2%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주식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자산 배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보장 위해 ‘탄력근무제’ 도입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는 물론 24시간 운영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까지 도입하며 영업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주식 거래와 달리 해외 주식은 시차 때문에 관련 부서가 거의 24시간 ‘풀가동’돼야 기 때문이다.

2017년 통합 이후 미래에셋대우 해외주식운영팀은 2명씩 3교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조,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 근무조, 오후 11시부터 익일 7시 근무조를 두고 근무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부서 간 교류 등을 위해 회사 전반적으로 탄력근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해외주식팀도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오후 3시부터 오전 12시, 오후 10시부터 익일 7시까지 3교대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7월 이후로 해외주식팀 등 부서 간 원활할 교류를 위해 일부 부서에 대해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운영팀은 해외 주식거래 고객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력근무제로 운영 중”이라며 “기존에도 교대 근무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7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다른 부서도 같이 시행하게 되면서 부서 간 교류가 원활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거래를 늘리기 위해 최소 수수료 인하에도 나섰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은 주요국 대상 해외 주식 최소 수수료를 이미 없앴다. 일례로 기존에는 미국 주식을 오프라인으로 1주만 매수해도 약 1만원(10달러)의 최소 수수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최소 수수료 폐지로 정률 수수료율인 0.5%만 적용돼 투자자들이 부담을 덜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지역을, NH투자증권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홍콩·일본 등에 대한 최소 수수료를 폐지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미국 주식 최저 수수료와 최소 주문 금액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해외 주식을 쪼개 매수할 수 있는 ‘소수점 주식 구매’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 1주 단위로 거래되는 방식에서 0.1주나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의 리서치의 해외 주식 분석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증권사별로 몇 명 수준에 그치던 해외 증시 전담 애널리스트들이 크게 늘었고 글로벌 자산 배분 관련 조직도 신설 또는 확대 개편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투자전략부 소속이던 글로벌전략 파트를 글로벌리서치부로 승격했다. 부 내에 글로벌전략·글로벌기업·투자솔루션 등 3개 파트를 뒀다. 중국·베트남 시장 등 해외투자 전략과 글로벌 기업 분석, 자산 관리(WM) 컨설팅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했다.

삼성증권은 2명만 있던 글로벌에쿼티팀을 10명 이상의 글로벌주식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중국·베트남·미국·일본 유럽 등 분석 대상을 크게 늘렸다.

하나금융투자도 글로벌리서치팀을 신설했다. 이전에는 투자전략팀에 중국과 해외 주식 담당으로 6명 수준이었지만 11명으로 확대했다.

해외 주식 관련 부서를 운영 중인 곳들도 조직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자산배분팀과 기업분석팀 중 기업분석팀을 글로벌기업분석팀으로 변경했다. 이어 로보틱스·에너지, 테크, 인터넷,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소프트웨어와 차이나·아세안컴퍼니 등 7개 분야 담당 애널리스트를 충원했다.

NH투자증권은 해외기업분석·글로벌투자전략팀의 인력을 12명, 신한금융투자는 해외주식팀을 9명으로 1년여 만에 각각 50%, 80% 늘렸다. KB증권은 자산배분전략부 내 산재됐던 글로벌주식전략팀·중국시장팀·크로스에셋팀을 글로벌주식팀으로 통합했다.

해외 주식 리서치 활동이 확대되면서 관련 보고서들도 증가세다. 에프앤가이드 조사에 따르면 증권사의 해외 기업 종목 보고서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590건, 693건에서 지난해 1090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벌써 264건이 발간됐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고 모바일 시대를 맞으면서 주식 투자에서 국가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며 “정보가 부족한 해외 주식은 리서치 활동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고객 수요가 늘어날수록 리서치 조직 규모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 직구 36조 돌파… 부쩍 높아진 증권사 해외파트 위상
관련 인재 육성하고 힘 기울여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과 관련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도 열심이다.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의 해외 파견에 이어 세일즈를 담당하는 고객자산관리 부서 직원들을 직접 해외 기업 탐방에 파견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2015년부터 매년 2회 이상 영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기업 탐방을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는 베트남, 하반기는 일본 기업 탐방 등 총 2회로 진행됐다.

삼성증권은 해외 주식 우수 성과 프라이빗뱅커(PB)들을 선발해 2016년부터 글로벌 PB 연구단을 파견하고 있다. 중국·대만·미국에 60여 명을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베트남·일본·미국·중국에 100여 명, 2018년 현재까지 베트남·일본에 40여 명을 파견했다. 삼성증권 연구단은 기업뿐만 아니라 제휴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현지 대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과 직접 만나 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확인한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투자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100시간 이상 교육과 선진 해외 기업 탐방 등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KB증권도 올해부터 미국 등 아시아 국가와 선진국을 골고루 선정해 해외 주식 전문 PB를 대상으로 연 2회 해외 현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한국투자증권도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5호(2019.03.11 ~ 2019.03.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