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경기 둔화 움직임에 악재도 수두룩”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대신증권은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리서치앤스트래티지본부 소속 정연우 리서치부장을 총괄본부장(리서치센터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그의 직급은 부장에서 상무로 2단계 수직 상승했다. 보수적 분위기에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신증권에서는 사례가 드문 초특급 승진 케이스로 꼽힌다.

정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시그널이 감지되는 등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주식보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이나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주식시장 어둡다…무리한 투자 피해야”


▶초고속 승진 케이스입니다.

“1999년 1월 공채 33기로 입사한 이후 회사 내규에 따라 영업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년 뒤부터 섹터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14년부터 운 좋게 새로운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다른 리서치센터와 차별화하기 위해 ‘알파리서치’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기존 스몰캡 위주의 단기 투자 종목 대신 회사가 전략적으로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때 투자 자문 등 투자 관련 업무를 간접적으로 배우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조직을 어떻게 이끌 계획입니까.

“회사 내부적으로 경쟁사보다 앞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유니크와 피트니스’를 전략 방향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차별화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데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리서치본부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고액 자산가와 미래 트렌드를 이끌 만한 신산업, 신흥국보다 선진국에 포커스를 둘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올 들어 리서치본부 소속 자산전략실을 ‘장기전략리서치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자산 배분 전략에 치중하던 기존 성격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 연구에 집중하는 부서입니다. 향후 5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해 투자 전략을 내놓는 게 특징이죠. 연기금과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따른 전략적 선택입니다.

장기전략리서치부는 선진국팀·미래팀·글로벌부동산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10명인 인원을 15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고요. 관련 싱크탱크 출신 연구원 위주로 인력을 충원할 생각입니다.”

▶부동산 대체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자산가 등을 위한 차별화 전략입니까.

“맞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금융을 주선하면 중순위 대출에 대신저축은행이 참여하고 후순위 대출에 대신에프앤아이(F&I)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서울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짓고 있는 고급 주택인 ‘나인원한남’이 대표적입니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보유 자산을 분석해 봤더니 현금과 예·적금이 25%, 투자 목적의 금융자산이 25%, 실제 주거용 부동산이 25%, 투자용 부동산이 25%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전체 자산의 50%가 부동산인 셈입니다.

현금과 예·적금도 향후 언제든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신탁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고 리서치본부도 유망 해외 부동산 등으로 리서치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하반기 주식시장 어둡다…무리한 투자 피해야”
▶올해 국내 주식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지난해부터 시장이 약세로 흘러 왔고 올해에도 같은 흐름을 이어 가고 있는데 시장이라는 게 작용과 반작용이 있는 만큼 계속 약세로 흘러갈 수만은 없죠.

코스피지수는 연초 2000을 내줬다가 2200까지 상승한 이후 2150으로 살짝 떨어진 상황입니다. 상반기에 한 번 더 랠리가 있어 2300까지 간다고 보지만 펀더멘털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심리적 안도감으로 상반기에 시장이 일시적으로 반등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시장이 다시 약세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3월 말이나 4월 초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타결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일부 우려대로 ‘노딜’로 마무리되면 시장에 굉장한 충격이 예상되고요.

유념할 부분은 미·중 무역 분쟁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패권 전쟁으로 확대되는 시작 단계로 보는 시각도 많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환율 전쟁, 신기술 전쟁, 원자재 전쟁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합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큰가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노딜 브렉시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영국이 아무런 협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게 되면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최소 3개월의 브렉시트 유예기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최악의 사태로 EU가 흔들리면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로 이어지고 반면 미국 달러는 강세 흐름을 보일 겁니다. 물론 원화와 달러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않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달러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우리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겁니다.

외화 자금이 유출된다든지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거죠.”

▶불확실성의 시대에 투자자들이 유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자산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지키는 쪽으로 길게 내다봐야 합니다. 위험 자산보다 국공채나 선진국의 부동산, 그것도 아니면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하반기에는 여러모로 달러의 강세가 예상됩니다. 미국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그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고요. 미국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 등 선진국의 핵심 도시에 자리한 상업용 부동산도 고객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채권시장에서도 신흥국 바람이 거셉니다.

“위험하다고 봅니다. 변동성 장세에 채권이 유망 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연초 이후 신흥국 채권으로 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는데, 신흥국 통화가 당초 예상과 달리 안정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몰려들다 보니 일시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증시도 심리적 안도감이 작용해 잠깐 반등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바뀔 겁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 전쟁이 패권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흥국 자산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변동성 측면에선 약점을 보이는 만큼 경기 둔화 국면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