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 경각심 커지면서 관심 높아져…폐기물에 아이디어 접목한 제품 눈길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 불어넣는 ‘새활용품’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활용품 제품들에 대한 주목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어요. 종종 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새활용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강의하는데 많게는 수강생이 100명까지 몰리곤 합니다.”


버려지는 자전거를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세컨드비(2ndB)’ 정지은 대표의 얘기다. 쓰레기 폐기물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최근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 곳곳에 폐기물들이 쌓여 형성된 거대한 ‘쓰레기 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새활용 제품’이다.

◆폐자전거로 생활용품 만드는 ‘세컨드비’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폐기물이 된다. 새활용 제품은 이런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입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

정 대표의 세컨드비 역시 버려지는 자전거 부품을 활용해 스탠드 조명과 거울·필통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목받는 브랜드다. 처음부터 판매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2013년이다. 산업디자인 전공이었던 그는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버려진 자전거를 바라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정 대표는 “자전거를 보면서 이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부품들이 구조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이 들었다”며 “자전거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기존의 형태와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 불어넣는 ‘새활용품’
그것이 계기가 됐다. 마침 전시회를 찾은 갤러리 관계자가 정 대표의 제품을 마음에 들어 하며 자신의 갤러리에도 전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후 관람객들의 판매 요청이 종종 들어왔다.


결국 정 대표는 2014년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온·오프라인 등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유명세를 타며 이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가 됐다. 향후 정 대표는 제품 생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새활용품 만드는 법 강의에 보다 치중할 계획이다.


그는 “강의 요청이 곳곳에서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점차 새활용품 저변을 확대하자는 생각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큐클리프는 최근 패션 쪽에서 가장 ‘핫한’ 새활용품 브랜드로 꼽힌다. 세컨드비가 버려진 자전거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처럼 만들어진 배경도 흥미롭다. 계기는 우산이었다.


이윤호 큐클리프 대표는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예쁜 우산이 찢어져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들었던 ‘아깝다’라는 생각이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가 문득 우산 천으로 가방을 만들면 좋은 제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즉각 실행에 옮겼고 판매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 그렇게 큐클리프는 2016년 탄생했다.

현재는 폐우산뿐만 아니라 현수막 등 다양한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해 가방·지갑·파우치 등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며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환경문제로 새활용이 부각되면서 우리가 만든 제품들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아주 큰 폭은 아니지만 덕분에 매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고요.” 이 대표의 얘기다.

◆페트병 활용해 장난감 만드는 ‘비페이블’

이 밖에 다양한 물건을 활용한 제품들이 버려지는 물품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단연 플라스틱이다. 재활용하기가 까다로워 그대로 버려지기 일쑤다.

비페이블은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활용해 ‘바툴’이라는 교육용 완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재호 비페이블 대표는 자녀와 페트병을 갖고 야구를 하며 놀다가 잘만 활용하면 ‘좋은 장난감’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014년 비페이블을 설립하고 연구·개발 끝에 바툴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바툴은 여러 모양의 페트병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도구다. 페트병만 있으면 바툴을 활용해 다양한 모양의 장난감은 물론 아령·화분과 같은 생활용품까지 만들 수 있다.


제품 디자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5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해외로 바툴을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파이어마커스는 폐소방호스를 이용해 백팩·파우치 등을 만든다. 이규동 파이어마커스 대표는 아버지가 소방관이다. 우연히 아버지의 낡은 소방 장갑을 본 그는 국내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폐소방호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영국 기업 ‘엘비스 앤드 크레세’를 알게 됐다. 소방호스는 1년을 넘기면 계속 사용하기가 어렵다. 강한 수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소방서마다 폐소방호스를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앓는다. 엘비스 앤드 크레세는 이를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서에 기부했다.


이 대표도 버려진 소방호스로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브랜드명을 소방의 흔적을 의미하는 파이어마커스로 정했다. 그리고 현재 당초 목표대로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관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 불어넣는 ‘새활용품’
매년 다양한 새활용 브랜드들이 론칭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100여 개다. 전체 시장 규모는 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혜윤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원은 “버려진 물건을 활용하는 새활용 상품 시장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키우는 것이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