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은행별 디지털 전략 :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 "채용부터 조직까지 다 바꾼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한은행 본점에서 3월 26일 열린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취임식 자리에서 그는 ‘돈키호테’를 자처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이 진정한 디지털 중심의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IT 인력, 현업 부서로 전진 배치


진 행장은 ‘국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일본에서 근무하며 일본 현지법인인 SBJ 설립을 주도하고 법인장을 지냈다. 이와 같은 경력 때문에 흔히 그를 ‘해외통’으로만 평가하지만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디지털 관련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최신 기술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봐 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진 행장의 취임 이후 보다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부터 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선언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에서 기존의 업무 관행과 규정, 프로세스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또한 올해부터 디지털 분야를 직접 챙기면서 매월 각 계열사의 디지털금융부문장(CDO)들을 소집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회의가 유일했다.


진 행장은 ‘디지털 인력들의 유목민화’를 강조한다. 인력 채용 방식은 물론 조직 구성 방식 또한 달라져야 진정한 의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진 행장은 “지금까지는 상경계열 인력을 채용해 정보기술(IT) 역량을 강화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IT 인력을 채용해 영업 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디지털 사무 공간을 따로 두지 않고 현업 인력과 IT 인력이 섞여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현업 부서와 디지털 개발 부서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불편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디지털 인력이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진 행장이 한결같이 강조한 가치는 ‘고객 중심’이다. 신한의 모든 디지털 혁신은 고객의 시각에서 더욱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특히 신한은행이 향후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의 방향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대일 고객 맞춤 자산 관리 서비스다. 기존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면 금융 상품 정보가 무작위로 모든 고객들에게 노출됐다. 이는 제공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추구한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가장 필요한 최적의 상품을 추천함으로써 고객들의 편리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신한은행의 리스크 부서는 개인의 신용을 관리하고 그에 맞는 대출을 미리 제안해 주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이 고객에게 무엇을 팔고자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신한은행을 찾아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고 싶도록 바꾸는 과정”이라며 “단순히 겉모습만 디지털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은행 업무의 기본적인 ‘화살표’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은행 업무의 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전략의 기본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AI를 활용한 챗봇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최신 기술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오픈 API를 구축하는 등 외부 핀테크 업체 등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3월 말 API 오픈 마켓을 열 계획이다. API는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다. 외부 업체에서도 자유롭게 여러 API를 블록처럼 조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핀테크를 비롯해 관련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 API 개방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전성호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본부 부장
“금융 넘어 일상까지, ‘가장 유능한 집사’에게 맡기세요”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 5개의 애플리케이션(앱) ‘신한S뱅크’, ‘써니뱅크’, ‘S통장지갑’, ‘신한 스마트 비대면 실명 확인’, ‘온라인 등기’와 1개 앱 ‘M-폴리오’의 일부 기능을 통합한 모바일 뱅킹 앱 ‘신한 쏠’을 출시했다. 출시 1년 만에 84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현재도 하루 1만 명꼴로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쏠 랜드’를 비롯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쏠 리치’, 간편 계좌 결제 플랫폼 ‘쏠 페이’ 등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신한은행의 모바일 채널 통합을 총괄하며 ‘신한 쏠’ 개발을 주도한 전성호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본부 부장을 만났다.
진옥동 행장 "채용부터 조직까지 다 바꾼다"


- ‘신한 쏠’ 출시 후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신한 쏠’은 그동안 고객들이 모바일 뱅킹 앱을 사용하며 실질적으로 느꼈던 불편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앱 출시 전 여러 가지 내부 조사와 고객 설문 조사를 거쳤는데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던 점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앱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뱅킹 앱에 가입하는 데만 공인인증서 앱을 비롯해 과정마다 필요한 앱이 따로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방식은 앱을 만드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편한 방식일 수 있다. 이것을 ‘고객들이 더 편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고객의 시각에서 불필요한 앱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변화가 큰가.


“고객 설문 조사 결과 은행 앱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인 ‘계좌 조회’와 ‘이체’ 서비스다. 기존에는 은행 앱에 접속하더라도 ‘계좌 조회’ 서비스를 찾아 들어가기까지 과정이 복잡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 상품 안내 문구 등에 빈번하게 노출되기도 했다. 신한 쏠은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했다. 앱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이 ‘계좌 조회’ 화면이다. ‘송금’ 화면도 마찬가지고 그 외에도 변화가 많다. 예전에는 은행 계좌를 하나 만들려고 해도 한 번은 영업 지점을 방문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 등의 서비스는 단순히 앱 개발뿐만 아니라 은행 업무 처리 절차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텐데.


“그렇다. 사실 모바일 뱅킹 앱을 개발할 때 앱이 실질적인 개발 작업이라면 90%는 그 이면의 은행 업무의 제도와 프로세스를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특히 강조되는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디지털 부서뿐만 아니라 모든 운영 부서에 기본적으로 ‘디지털 마인드’가 높아져야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야구 등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들이 은행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신한 쏠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은행의 가장 기본이 되는 ‘뱅킹 서비스’와 ‘비욘드 뱅킹’ 서비스다. 신한 쏠은 기본적으로 ‘생활 금융 종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KBO 리그 후원사인데 고객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설정해 놓으면 그 팀의 경기 결과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이 여행을 할 때는 하루 동안 와이파이 무료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에서만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요즘에는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도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위기감은 없나.


“당연히 위기감이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들의 활약이 큰 자극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디지털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은행의 모든 조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속도가 점점 붙고 있는 단계다. 그 과정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고객 중심’이라는 키워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더욱 편한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것이다.”


-향후 신한 쏠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나.


“신한은행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집사 서비스’다. 언제나 자기 손안에 휴대전화가 있듯이 그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든지 고객들이 금융과 일상생활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서비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서비스와도 자유롭게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각각의 고객들에게 매우 세밀하게 개인화된 ‘초맞춤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고객들에게 가장 유능한 집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커버스토리=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인덱스]
-①금융소비자 900명 설문, 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모바일 뱅킹 평가 1위 기업은행 ‘i-ONE뱅크’
-②은행별 디지털 전략
-국민은행 : “2025년까지 디지털에 2조원 투자”…애자일 조직이 변화 이끈다
-신한은행 : ‘돈키호테’ 자처한 진옥동 행장…“채용부터 조직까지 다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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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