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투비바이오 대표 “2년 내 글로벌 임상…췌장암·위암·간암 치료제로 개발할 것”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초파리 유충에서 발견한 물질인 알로페론과 이를 변형한 알로스타틴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투비바이오신약연구소(이하 투비바이오)가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생 바이오 기업이 2년 안에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임상시험 승인(IND) 획득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비바이오는 정보기술(IT) 기업 투비소프트가 50억원을 출자해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다. 투비소프트는 웹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연간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인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조강희(53) 투비바이오 대표는 “알로페론과 알로스타틴은 김선진 고문 등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출신 연구진이 관심을 갖고 합류할 정도로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라며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연내 전임상을 마친 뒤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서 사업담당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특허·인허가·유통 관련 법무 등을 총괄했죠. 미국 법률 지식 등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법률 이슈가 끊이지 않는 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셀트리온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해외 진출에 장애가 됐던 주요 법률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고요. 이를 계기로 2017년 투비소프트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말 신약 개발 회사를 직접 차리게 됐습니다.”
▶파리 유충에서 발견한 물질로 항암제를 만든다고요.
“맞습니다. 파리 유충에서 발견한 알로페론을 변형한 알로스타틴으로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는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만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부작용이 적고 내성도 덜해 ‘3세대 항암제’로 불립니다.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항암제’는 특정 물질을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줄였지만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할 때 항암제가 듣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죠.
세계 면역 항암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0조원, 2022년 9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이 면역 항암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죠.
두 파이프라인은 인터페론(항바이러스성 단백질)을 합성하고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췌장암·위암·간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들 파이프라인의 기원이 궁금합니다.
“알로스타틴은 세르게이 체르니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곤충연구소장이 알로페론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작해 2004년 개발한 물질입니다. 지난해 9월 라이선스를 사들인 물질이고요. 세르게이 체르니시는 투비소프트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입니다.
파리는 병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곤충의 항체인 알로페론이 면역 기능을 높여주기 때문이죠.
알로페론은 러시아·몽골·독립국가연합(CIS) 일부 지역에서 헤르페스바이러스(HSV), 급성 B형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의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돼 100만 명 이상에게 처방됐습니다.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셈이죠.
알로스타틴은 알로페론과 비슷하지만 향후 시장성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기대가 큰 파이프라인입니다.”
▶미국 MD앤더슨 출신 연구진이 투비바이오에 합류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연구 인력이 9명인데, 이 중 MD앤더슨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김선진 박사를 비롯해 그와 같이 근무한 연구진 2명이 합류한 상태입니다.
김 박사 등은 2017년 3월 한미약품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투비바이오에 몸담게 됐죠.
전체 연구 인력 9명 중 8명이 박사급 인력입니다. 알로스타틴 등의 파이프라인에 매력을 느낀 것과 제가 ‘삼십고초려’를 거쳐 합류시킨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9명만으로 신약 개발이 가능합니까.
“충분합니다. 특히 김 박사 팀은 미국에서부터 손발을 맞춰 온 전문가 집단입니다. 단순 지식만 보유한 연구진이 아니라 이론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팀입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간세포암 치료제 넥사바 등 수많은 임상시험을 수행한 이들이죠.
이들은 글리벡 등의 신약 임상 이행 연구와 함께 뇌교모세포종 치료법 개발 등 신약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에 대한 경험과 업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진은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임상 효능 검증 부문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동소이식 동물 모델 수립(암 세포를 주입한 동물의 장기를 실험용 동물에 이식해 전임상에 활용)’에 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투비바이오 실험실은 이들 전문가가 직접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장비와 시스템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죠.
알로페론이 러시아에서 이미 처방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적응증은 다르지만 안전성을 이미 확보한 만큼 리포지셔닝 작업을 진행 중이고요. 경과에 따라 임상 2상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고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요법 등을 통해 효능을 입증한다면 바로 임상 3상에 돌입할 수도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자금도 필요합니다.
“현재 전임상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만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단계는 지났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체 개발을 진행하다가 특정 시점이 되면 파이프라인을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고요.
2~3개 적응증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고 2~3개 적응증에 대해서는 투비바이오가 직접 개발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
또한 알로페론과 알로스타틴의 우열을 가리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두 물질 모두 개발 경과가 좋다면 동시에 개발하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특정 물질의 성과가 좋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면 한 물질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업가로서의 롤모델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입니다. 수많은 외부의 비판에도 뚝심 있게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 끝에 성공의 결실을 본 분이죠.
저 또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소프트웨어와 바이오에 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를 일궈 나가고 있습니다.
우수한 연구진과 함께 기존 파이프라인을 상용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고요. 이들 파이프라인을 항생제나 아토피 질환 치료제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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