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최대 주주인 매출 2위 대형마트…리츠 상장 실패, 업황 악화로 신용 등급 하락
유통 공룡 혁신 나서는데 온라인 전략 약한 홈플러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유통업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유통업 중에서도 대형마트의 전망은 좋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 매출 비율은 22%로 줄고 온라인은 37.9%로 늘었다. 2023년엔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다.

롯데는 앞으로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이커머스 매출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신세계는 지난해 1조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했고 온라인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 전 과정 자동화를 실현했다. 하지만 이마트에 이어 매출 규모 2위의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온라인 투자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

◆온라인 사업 설명회 연기

시작은 좋았다. 홈플러스는 2002년 대형마트 최초로 온라인 사업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기술 고도화나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유통업계는 ‘물류 경쟁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당일 배송은 옛말이고 4시간 배송, 3시간 배송, 30분 배송까지 속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GS리테일·쿠팡·마켓컬리 등 대부분의 유통업계는 물류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에 나섰다.

물류 시스템에 큰 변화도 있었다. 기존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점포에서 직원이 고객들이 주문한 것을 판매대를 찾아다니며 손으로 담아 포장해 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속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높은 수준의 효율성이 요구되면서 유통업계는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배송 방식에 대해 “평균 4년 이상 장보기 노하우를 보유한 주부9단 사원들로 구성된 피커(장보기 도우미)가 엄선해 고른 후 배송지와 가까운 점포에서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전국 오프라인 점포가 곧 물류센터인 셈이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거나 아마존식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하고 전 과정 자동화를 이루는 등 물류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홈플러스 측은 “오프라인 점포 후방(창고)과 물류 차량 입출입 공간을 애초에 여유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없어도 물류 적재와 상시 이동에 불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타사는 애초 지을 때부터 점포 후방을 홈플러스처럼 넓게 만들어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포 기반의 배송을 할 때 온라인 주문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구조로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이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유통 공룡 혁신 나서는데 온라인 전략 약한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온라인 사업 설명회를 돌연 취소했다. 홈플러스 측은 “리츠 상장을 앞두고 모든 관심이 ‘리츠’로 쏠릴 우려가 있어 날짜를 연기하고 온라인 사업이 아닌 2019년 사업 계획 전반에 대해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리츠(REITs : 부동산투자회사)로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마저 틀어졌다. 1조7000억원 규모 리츠의 상장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첫 조 단위 공모 리츠로 주목받았지만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공모 흥행 부진에 상장을 철회했다. 홈플러스 리츠는 당초 공모 희망가(4530~5000원)를 기준으로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 7% 수익률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사전 수요 예측은 8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리츠 상장을 철회하면서 당장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투자 자금 회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업황 악화로 홈플러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91억원 적자에서 3090억원대로 늘었다가 다시 2384억원대로 떨어졌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리츠’를 매각해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차입금 2조30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츠 상장에 실패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영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원래 기업을 장기 전략으로 키우기보다 반짝 투자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최대한 비싸게 되파는 것”이라며 “2015년에는 유통업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아 MBK가 7조2000억원이나 주고 샀지만 현재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돼 엑시트 전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츠 상장 실패와 업황 악화 겹쳐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MBK 인수 후 줄곧 주력 사업인 마트 사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보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2015년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홈플러스를 매수할 당시 2년 동안 1조원에 이르는 투자 집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 관계자는 “MBK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세부 내역을 딱 뽑긴 힘들어도 16개 매장을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하고 노후 점포에 대한 유지·보수에 투자금이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코 밑에 있을 때는 테스코가 엑시트를 위해 투자를 하지 않아 몇 년 동안 바닥에 왁스칠도 못했었다”며 “홈플러스 스페셜로의 전환, 점포별 풀필먼트 센터 구축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됐고 MBK가 얘기했던 1조원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유통 공룡 혁신 나서는데 온라인 전략 약한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2017년 임일순 사장 취임 이후 나름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해 왔다. 홈플러스는 지역 밀착형 쇼핑몰 콘셉트를 도입한 ‘코너스’를 선보였고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확대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6호점까지 확장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이전까지 오픈한 스페셜 점포 15곳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누적 결제 고객이 월평균 580만 명을 기록하고 매장에서 지출하는 평균 객단가가 3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임 사장은 이번 아카데미(연수 시설)를 매각하며 확보한 자금이 대형마트 성장 동력 확보에 쓰일 것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 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단계 내렸다.

송민희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리츠 상장으로 차입금을 갚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재무적 가변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며 “내수 시장 부진과 대형마트 산업 수익성 악화, 유통업계 경쟁력 심화 등 유통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수익성 저하 요소 때문에 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