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1분기 주가 고점 찍어, 때를 기다리는 것도 투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약 14년간 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한 투자 전략 전문가다. 1996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해 한국투자증권·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를 거쳐 지난해 5월 신영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9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임명됐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말 올해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1분기에 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다만 현재 주가가 박스권 장세의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배당주에 투자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가 박스권 못 벗어나…무리한 투자 금물”
▶하반기 글로벌 증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지난 1분기에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형성했습니다. 경제지표 등 대부분의 여건이 좋지 못했지만 주식시장은 2분기에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선반영했기 때문이죠.

결국 앞으로의 경기 흐름이 중요한데 미국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지만 길게 보면 경기가 순환적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2분기에 경제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기가 워낙 좋지 못해 1분기에 여러 부양책을 썼고 그 효과가 2분기 경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국은 디레버리징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지속성을 가진 흐름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주가가 호재들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도 투자입니다. 지금은 전문 채권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금리에 투자해 돈을 벌기 힘든 구조입니다. 금리가 낮은 만큼 채권에 묻어둬 봐야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호재가 없어요. 국내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해 누구나 재미를 봤던 때는 딱 세 번 있었습니다.

첫째는 1972년부터 1978년까지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입니다. 오일 머니가 들어오면서 세계적으로는 불황이었지만 한국 주식은 좋았죠. 이후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재미없는 횡보장이었습니다.

그러다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이른바 국제적 3저 현상에 의해 한국 경제만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주가도 단군 이후 제일 좋았죠. 이후 또다시 주가가 16년 동안 횡보했습니다.

1989년 당시의 코스피지수 1000을 완전히 넘어선 게 2005년입니다. 중국 시장의 호황 덕에 2007년 2000 선을 넘기도 했죠. 크게 보면 2007년의 고점을 현재까지 못 넘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거시경제에 활력이 있을 때 국내 주식시장이 좋았고 나머지는 횡보장이었습니다. 현재 주가가 박스권 장세 내에서 고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투자 대안은 있나요.

“코스피지수 2000 근방에서 주식을 사면 10% 정도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기회가 분명 있을 겁니다.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때를 기다리자는 얘기고요. 자산을 묻어두는 것이라기보다 싼 주식을 사 비싸게 파는 마켓 타이밍의 관점에서 언젠가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점에는 배당주 투자를 권합니다. 배당주로 팔자를 고칠 수는 없지만 시장이 재미없는 박스권에서 움직인다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조금씩 불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투자 여력이 있고 일정 부분의 리스크를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시장의 관심이 덜한 ‘가치주’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업 중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겠죠.”

▶어떤 종목이 있을까요.

“종근당홀딩스·한일시멘트·대한해운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종근당홀딩스는 안정적인 제약주로, 우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태예요.

한일시멘트는 비시멘트 사업 영역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수익 가치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종목으로 보입니다.

대한해운은 안정적 영업 기반을 보유한 데다 이익 안정성도 높아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곳으로 판단됩니다.”
“하반기 주가 박스권 못 벗어나…무리한 투자 금물”
▶3월 말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로 ‘신외감법’이 이슈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외부감사가 깐깐해지면서 이슈가 됐죠.

비적정(의견거절·부적정·한정) 감사 의견을 받는 기업이 매년 늘 것이란 전망에서 감사 의견 비적정 문제가 코스닥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널리스트는 물론 기업 재무제표에 대해 제일 잘 아는 회계사들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게 됐죠. 그동안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돼 기업들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에게 불똥이 튀어 왔습니다.

일례로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늘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선 애널리스트들이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인 만큼 시장의 비판을 받아들일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1회성 비용 등을 4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한다거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빅배스(big bath :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 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 기법)’라고 해서 엄청난 손실을 전임 CEO에게 넘겨 버려요.

CEO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갑자기 악화되고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떠안는 것은 잘못된 관행입니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이 늘면서 주가 급등락이나 퇴출 우려 등의 혼란은 있겠지만 기업회계가 투명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주 거품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바이오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핵심입니다. 리스크가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기대 수익률이 높은 산업은 리스크도 그만큼 높다는 점을 감안하고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경우가 좀 다르죠. 이미 상품화됐던 의약품의 성분이 바뀌면서 이슈가 됐는데, 저는 이번 사건이 성장하는 산업, 즉 ‘성장주’에 투자하는 데 대한 내재된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주 투자에서 주의할 점은 없나요.

“올바른 예일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있었습니다. 그때 닷컴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아마도 미래에는 귀찮은 손 편지 대신 연애편지까지 e메일로 보내고 쇼핑도 온라인으로 가능한 세상을 꿈꿨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 세상이 열렸습니다만 2000년대 당시 한국의 성장 산업을 대표한다는 코스닥에서 ‘닷컴 시대’의 총아로 기대를 모았던 시가총액 상위 기준 15개 기업 중 9곳이 없어졌어요.

투자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맞힐 수 있지만 향후 바뀔 세상의 주역이 현존하는 기업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국의 온라인 생태계를 장악한 구글과 한국의 네이버는 닷컴 버블 때 존재하지 않던 회사들입니다.

성장주에 투자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죠. 성장주 투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4의 주식 붐’, 가능할까요.

“언젠가는 가능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주식 투자를 일종의 투기로 보는 왜곡된 인식에 대한 변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주식시장에 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도 외국보다 국내에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등을 가지고 딴죽을 걸지만 알고 보면 한국 주식의 36%를 들고 있어요. 주식시장의 3분의 1의 소유권을 외국인이 들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는 내부에 있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터부시하기 때문이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퇴직 후 창업해 장사로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내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우량 기업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