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마리화나 ETF, 연초 대비 수익률 40~50%…글로벌 음료·담배 업체들 투자 열풍
'수익률 최고' 마리화나 ETF, 투자 기업은?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연예계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마리화나 스캔들’로 시끄럽다. ‘마리화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글로벌 자산시장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넘어 국내 주식시장에도 ‘그린러시’가 심상치 않다. 그린러시는 19세기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골드러시’와 비슷한 현상으로, 의료용·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나라로 자금이나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캐나다, 뉴욕 증시 상장 ‘마리화나 ETF’ 관심


불씨를 댕긴 것은 2018년 10월 캐나다의 기호용 마리화나 전면 합법화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리화나 규제 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는 벨기에·호주·네덜란드·스페인 등을 비롯해 미국 18개 주에서 허용되고 있다.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 부산물(CBD)은 31개 주에서 사용 중이다.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를 넘어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을 전면으로 허가한 것은 캐나다가 우루과이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둘째다.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9개 주에서도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하고 있다. ‘기호용 마리화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용 마리화나와 관련해서는 향후 효용성이 검증될수록 각국의 합법화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마리화나 산업의 성장성’에 유독 주목하는 이유다. 시장조사 기관 BDS애널리틱스는 2018년 129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시장이 2027년 570억 달러(66조)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리화나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리화나 투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4월 토론토 증시에 상장한 ‘호라이즌스 마리화나 생명과학 상장지수펀드(Horizons Marijuana Life Science ETF)’를 시작으로 현재 캐나다·미국·영국 등에도 마리화나 관련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 가운데 현재 마리화나 투자에 가장 앞선 곳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캐나다의 ETF 운용사 ‘호라이즌’이다. 세계 최초의 마리화나 ETF라고 할 수 있는 ‘호라이즌스 마리화나 라이프 사이언스 ETF(HMMJ)’는 마리화나 관련 기업들 중 시가총액이 높은 상위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을 기준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53.21%에 육박한다. 이 밖에 마리화나 관련 기업들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호라이즌 이머징 마리화나 그로어즈 인덱스 ETF(HMJR)도 운용 중이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3월 29일 기준 40.76%를 기록했다.
'수익률 최고' 마리화나 ETF, 투자 기업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마리화나 ETF는 ‘ETFMG 어터너티브 하베스트 ETF(MJ)’다. 티커인 ‘MJ’는 미국 내에서 마리화나를 일컬을 때 자주 사용하는 ‘마리화나(Marijuana)’의 약칭인 MJ에서 따왔다. 2017년부터 캐나다와 미국에 본사가 있는 마리화나 관련 글로벌 기업들을 추종하고 있다. 이 상품은 올 들어 1분기까지 46.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로 화제를 모았다.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현재 자산 운용 규모만 12억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마리화나 ETF가 됐다.


4월 18일 갓 출시된 ‘어드바이저 셰어스 퓨어 카나비스 ETF(YOLO)’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리화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100% 투자하는 상품으로, 마리화나와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 대마 추출물) 관련 물질을 사용하는 제약·생명공학·생명과학 기업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마리화나 산업을 아우르는 ETF들의 투자 종목은 대부분 비슷하다. 마리화나 관련 기업들 중 시가총액이 높은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각의 ETF에 따라 투자 비율에 차이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마리화나 ETF들의 투자 종목에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오로라 카나비스, 캐노피 그로스, 크로노스그룹, GW파마슈티컬, 틸레이 같은 곳들이다. 대부분 캐나다와 미국 등에 본사를 두고 북미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마리화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라 카나비스’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기업으로 현재 캐나다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마리화나 재배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 생산 시설을 운영 중으로 연간 생산량은 50만kg이 넘는다. 지난해 9월 코카콜라와 함께 마리화나 성분이 첨가된 건강 음료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며 미국 증시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코카콜라 측이 소문을 일축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마리화나 성분을 활용한 음료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기대감이 여전하다.


◆오로라 카나비스, 캐노피 그로스 등 눈길


세계 최대 마리화나 기업인 캐나다의 대마 생산업체 ‘캐노피 그로스’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캐노피 그로스는 북미 지역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승인하에 공개적으로 거래를 시작한 곳이다. 2016년 기업 가치 10억 달러에 도달하면서 캐나다의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첫 ‘카나비스(대마초) 유니콘’이 된 셈이다. 유명 래퍼 스눕 독과 협업해 개발한 마리화나 브랜드 ‘트위드’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모델로·코로나 등 맥주 브랜드를 생산하는 주류 기업 콘스텔레이션 브랜즈가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며 이목을 끌었다. 콘스털레이션 브랜즈는 2017년 1억8000만 달러에 캐노피 그로스의 지분 9.9%를 사들인데 이어 2018년 8월 4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며 지분 55%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캐나다에 기반을 둔 마리화나 제조업체 크로노스그룹은 2018년 2월 마리화나 업체로는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말보로’로 잘 알려진 담배 제조업체 알트리아그룹(전 필립모리스)이 18억 달러를 투자하며 주가 폭등의 계기가 됐다.
'수익률 최고' 마리화나 ETF, 투자 기업은?
간질 치료용 마리화나를 생산하고 있는 영국의 GW파마슈티컬도 주목할 만하다. 대마 성분을 활용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GW파마슈티컬은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카나비노이드 기반 처방 의약품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승인받고 11월 제품을 출시했다. FDA가 마리화나 성분 식물 추출 처방 약을 승인한 것은 처음이다. 다발성 경화증 관련 경직 치료에 사용되는 또다른 카나비스 의약품인 사티벡스(Sativex)도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만 보고 달려들기에는 ‘달콤함’만큼 ‘씁쓸함’이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마리화나 ETF는 정치적인 이슈나 마리화나의 수요 공급에 의해 방향이 결정되는 만큼 변동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장 ‘핫’한 ETF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