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전국 108만 개 기업 빅데이터 분석]
전국 기업 창업률 1위 ‘세종시’...경기·인천·광주도 서울보다 높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창업 기업은 한국 기업 성장의 활력을 높인다. 새로운 도전으로 비즈니스의 씨앗을 뿌리고 고용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다.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창업 기업 데이터를 분석했다. NICE평가정보가 보유한 살아 있는 전체 법인, 107만9796개 회사가 분석 대상이다. 이는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등기된 기업, 상장·외감·일반 법인을 망라하는 자료다.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몇 가지 키워드에 따라 기업을 들여다봤다. 첫째, 지역성을 고려했다. 창업 기업의 분포도를 통해 창업 기업의 메카로 떠오르는 곳이 어디인지를 봤다. 또 장수 기업 비율에서 지역 특성이 기업의 생명 축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둘째, 업종별 비교를 통해 시대에 따라 뜨고 지는 아이템을 살펴봤다. 성장세가 높은 업종도 알아봤다. 셋째, 연도별 정보에서 창업 기업의 나이와 생존율도 짚어봤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한국의 창업 기업의 생멸 메커니즘에 관한 힌트를 얻어 보고자 했다. 국내 창업 기업 현황을 지역별·업종별·연도별로 쪼개 봄으로써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저물어 가는 과정을 도식화했다.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전체를 들여다보는 데는 숫자의 오류 등 한계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7만9796개 빅데이터를 통해 구조를 분석해 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역별 창업 현황
창업 기업 수는 서울 강남구가 가장 많아
전국 기업 창업률 1위 ‘세종시’...경기·인천·광주도 서울보다 높아
이제 대기업이 나 홀로 성장을 이끌어 가는 시대는 지났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영역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다양한 사업자들의 실험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비롯한 기업 연령이 젊은 창업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다.

한경비즈니스는 먼저 지역별 창업률 현황을 도출해 봤다. 창업 기업을 ‘설립 4년 이내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존속하는 신생 업체의 숫자를 지역별로 정리했다. 특히 창업 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주목하고 이를 다시 전국 17개 광역단체로 구분했다. 이때 주소는 본점을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의외의 지역이 ‘창업 기업의 요람’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창업 기업 비율이 높은 도시는 차례로 세종·경기·인천·광주·서울·제주 순이었다. 창업률 1위는 세종시(31.18%)의 몫이었다. 광주가 서울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예상과 다른 결과다. 경기·인천·서울 등 수도권 다음으로 제주의 창업률이 높은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세종시는 특히 2016년 가장 많은 창업 기업이 생겼다. 이는 세종시의 인구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새롭게 세워지면서 각종 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새로 문을 여는 사업자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가 도시의 생성에 따른 기업의 성장을 촉발했다면 광주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대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는 제2의 삶을 찾아 이주한 이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인구 유입이 창업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기업 창업률 1위 ‘세종시’...경기·인천·광주도 서울보다 높아
이번에는 지역별 창업 현황을 시군구별로 살펴봤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의 시군구별로 창업률을 다시 정렬해 ‘도시’에서 ‘동네’로 보다 세분화된 정보를 본 것이다. 그 결과 세종시(33.71%)가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서울 영등포구(33.16%), 인천 연수구(32.62%), 수원시 영통구(32.44%), 경기 오산시(32.44%), 용인시 기흥구(31.64%), 용인시 수지구(30.44%)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동네의 특징은 산업 집적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창업 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창업 현황을 창업률이 아닌 신설 기업 숫자로 보면 단연 서울과 경기가 앞서 있다. 시군구별 신설 기업 수로는 서울 강남구(1만6439개)가 가장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8444개), 서울 서초구(7038개)가 2~3위를 차지했고 경기 화성시와 서울 송파구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같은 서울시 내에서도 창업 기업이 선호하는 동네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신설 기업이 많은 것은 특히 스타트업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강남구를 선호한 결과로 보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테헤란로를 비롯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각종 투자자들이 모여 있다. 스타트업들이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지역별 장수 기업
‘강원’, ‘대구’, ‘부산’…전통 제조업 생산 기지
전국 기업 창업률 1위 ‘세종시’...경기·인천·광주도 서울보다 높아
명문 장수 기업은 모든 기업의 꿈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수 기업이 가장 많이 자리하고 있는 장수 기업 도시는 어디일까.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장수 기업이 전국적으로 어떻게 퍼져 있는지 알아봤다. 이를 위해 17개 광역 단체를 기준으로 총 업체 수 대비 장수 기업 숫자를 봤다. 장수 기업은 설립일이 1969년 1월 1일 이전인 기업을 대상으로 정의했다. 50년 이상 강한 생명력을 가진 기업들을 지역별로 모아 본 것이다.

데이터로 본 지역별 장수 기업 비율은 다음과 같았다. 강원(0.5%)·대구(0.42%)·부산(0.4%)·서울(0.37%)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서울을 제외하면 공통점은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전통 산업 생산 기지였다는 점이다. 특히 강원도는 광공업과 농목업으로 특화된 곳이다. 지역의 지원 산업, 전략 산업과 연계돼 긴 생명 축을 가졌다. 앞서 창업 기업이 선호하는 도시가 도시 생성, 일자리 지원, 인구 유입 등의 배경에서 결정됐다면 기업이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는 데는 ‘토양의 차이’, ‘지역적 특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수 기업을 비율이 아닌 개수로 다시 봤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 부산·경남·전남·경북·대구·강원·충남·충북·전북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시군구별로 세분화하면 장수 기업이 많은 동네를 알 수 있다. 서울에서는 중구(190개)·강남구(141개)·종로구(118개)·영등포구(101개) 순으로 오래된 기업이 많았다. 중구나 종로구는 인쇄업이나 보석 가공업 등 전통 산업 밀집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강원도에서는 춘천시(31개)·원주시(24개)·강릉시(17개)에 장수 기업이 많았다. 첨단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동안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이 있다. 아직, 전통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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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