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톱 15 분석
1위는 1000억원 투자 받은 마켓컬리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찾아라.’ 투자회사(창업투자회사·창업투자조합·한국벤처투자조합)와 기관들이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투자회사와 기관 수는 총 146개로 전체 투자 규모가 4조6868억원에 이른다. 운영 조합 수는 총 807개로 전체 운용 규모는 24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신규 투자된 금액은 3조4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 증가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에 3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의 투자금이 풀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신기술금융사·금융투자회사 등 새로운 투자 기구도 가세하고 있다.
◆ 4월까지 5100억원 이상 투자 진행 올해도 투자회사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벌써 5151억원(공개 기업만 집계)의 자금이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회사인 벤처스퀘어가 공개하는 스타트업 투자 정보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143개사다. 이 중 53%인 76개사만 투자금을 공개했는데 총 5151억원 규모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67개사의 투자금을 합치면 단순 수치상 2배 가까이 투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투자금을 공개한 스타트업들의 월별 투자금은 1월 1529억원(45건), 2월 707억원(31건), 3월 618억원(28건), 4월 2297억원(39건) 등이다.
이들 스타트업들 중 눈길을 끄는 곳은 올 들어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들이다. 4월까지 15곳이 탄생했다.
1000억원을 투자 유치한 마켓컬리를 비롯해 쏘카(500억원)·미미박스(395억원)·트리플(300억원)·샌드박스네트워크(250억원)·메디포럼(190억원)·수아랩(190억원)·마인즈랩(173억원)·마이리얼트립(170억원)·딜리셔스(160억원)·클래스101(120억원)·와그트래블(115억원)·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110억원)·웨딩북(100억원)·보맵(100억원) 등이다.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업종은 트리플·마이리얼트립·와그트래블이 속해 있는 여행 분야다.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과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보 공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산업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업종인 인공지능(AI·딥러닝) 분야도 굵직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수아랩·마인즈랩·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각각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밖에 유통·IT서비스·빅데이터·바이오 등 분야의 업종을 다루는 스타트업들이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던 게임과 IT 제조 분야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투자 유치를 못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계와 투자회사들은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곳, 그중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받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을 주시하고 있다.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기에 대규모 투자를 받은 것인지, 성공 노하우는 무엇인지 보기 위해서다. 특히 200억원 이상 투자 받은 상위 5위권 내 기업들은 요즘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우선 마켓컬리는 1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다른 스타트업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600억원 투자를 받았던 세콰이어차이나·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의 재투자를 받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사업성에 대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이번에 들어온 투자금을 물류 등 안정적인 서비스 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쏘카 역시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를 포함해 4곳에서 총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알토스벤처스를 주축으로 KB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벤처스·소프트뱅크벤처스가 참여했다.
지난해 4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서 600억원 투자를 유치한 지 9개월 만이다. 쏘카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확대와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연구와 기술 개발 역량에 투자해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 200억원 이상 유치 기업 5곳 주목
4월까지 세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받은 미미박스는 존슨앤드존슨 계열 벤처캐피털 JJDC로부터 3500만 달러(약 39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미미박스가 유치한 첫 전략적 투자다.
JJDC는 미미박스가 고객 데이터 기반 전략을 통해 기존 뷰티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존슨앤드존슨의 글로벌 사업 역량과 연구·개발 기술, 미미박스의 소비자 인사이트, 빠른 실행 능력을 접목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탐색할 예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미국 시가총액(약 2424억 달러) 8위 기업으로 제약·메디컬·화장품·소비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JJDC를 포함해 JJ이노베이션·J랩스 등과 같은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18개월 만에 가입자 350만 명을 확보한 모바일 해외여행 서비스 스타트업 트리플도 3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트리플은 기존 투자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KB인베스트먼트·아주아이비투자 외에 신규 투자사로 KTB네트워크·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DSC인베스트먼트 등 총 14개사로부터 투자받았다. 현재 누적 투자금은 420억원이다.
5위권 내 마지막인 국내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50억원을 투자 받았다. 티비티(TBT)·크레스코레이크파트너스·DS자산운용·NVC파트너스 등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5월 넵튠의 100억원 투자 이후 9개월 만의 신규 투자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5년 6월 설립 이후 3년반 만에 누적 투자액 400억원을 달성했다.
이 밖에 200억원 이상 투자 유치는 아니지만 특화된 분야에서 자리 잡으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대문 패션 도매시장과 국내·해외 소매 사업자를 연결하는 B2B 패션 플랫폼 ‘신상마켓’ 운영사 딜리셔스다.
이곳은 올해 1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 출시된 신상마켓은 의류 도소매 사업자 대상의 전용 중개 플랫폼으로 동대문에 집중된 의류 도매 셀러들과 전국의 인터넷 쇼핑몰과 로드숍 등 소매 바이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취미 플랫폼 운영사 클래스101도 독특한 사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클래스101은 쉽게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 소프트뱅크벤처스·미래에셋벤처투자·KT인베스트먼트·스프링캠프·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1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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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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