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45% 사모펀드에 2025억원에 넘겨…알짜 사업 정리에 ‘푸드빌 매각설’까지
‘투썸플레이스 매각’...CJ그룹 외식 사업의 운명은?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CJ그룹이 깊은 적자 수렁에 빠진 CJ푸드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일까. 마침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월 30일 CJ푸드빌이 그간 보유하고 있던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60% 중 45%와 경영권을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2025억원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앵커파트너스는 당초 투썸플레이스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회사다. 이번 계약을 통해 지분 85%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가 된 동시에 직접 경영을 맡게 됐다.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의 지분을 팔아 거머쥐게 된 돈은 부채비율 6500% 등 열악한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된다. 이를 토대로 뚜레쥬르·빕스·계절밥상 등 기존 외식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CJ푸드빌 매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번에 투썸플레이스를 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 CJ그룹의 외식 사업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CJ “더욱 성장하기 위한 결정”


“CJ푸드빌 자체의 매각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CJ그룹 관계자)
“투썸플레이스 매각은 CJ푸드빌이 더 성장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향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선택과 집중’에 매진할 계획입니다.”(CJ푸드빌 관계자)


최근 불거지고 있는 CJ푸드빌의 매각설에 대해 CJ 측 관계자들은 ‘낭설’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CJ푸드빌 매각설’은 업계에서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그 배경으로는 끝 모를 적자 늪에 빠진 CJ푸드빌의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CJ푸드빌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도 CJ푸드빌과 투썸플레이스가 매각된다는 소문이 돌아 당시 CJ그룹이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좀처럼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매출 1조3716억원, 영업손실 434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영업손실은 전년(약 38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외식 경기의 악화와 야심차게 진출했던 해외 사업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투썸플레이스마저 팔아 넘기면서 CJ푸드빌매각설은 더욱 힘을 얻는 모습이다.


CJ푸드빌의 경영 악화 속에서도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2687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CJ푸드빌 자회사 중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하며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투썸플레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적자 폭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알짜인 투썸플레이스를 때어낸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CJ푸드빌까지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 이후 CJ푸드빌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매각설에 힘을 보탠다. 예컨대 신용 평가사들 역시 투썸플레이스 매각의 주요 목적인 CJ푸드빌의 재무구조 개선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 요원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신용평가는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 처분 금액 전부를 기존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면 현재 43.9%에 달하는 차입금 의존도가 21.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6000%가 넘는 부채비율 또한 300%대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즉,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먼 미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영업 적자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차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신평사 “재무구조 개선도 부정적”



나이스신용평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보고서를 통해 “보유 중인 외식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지만 영업 적자 또는 낮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썸플레이스의 매각은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평사들이 이 같은 전망 뒤에는 CJ푸드빌의 기존 외식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도 깔려 있다. 주력 브랜드인 빕스만 해도 2015년 90개가 넘는 매장 수가 올해 3월 기준 58개로 크게 줄었다.



계절밥상도 현재 매장 수는 2015년(33개) 대비 절반(16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외식업계를 둘러싼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투썸플레이스 매각은) 또 다른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CJ푸드빌의 매각설이 이번에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K푸드’를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위해 끝까지 CJ푸드빌도 지켜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썸플레이스 매각’...CJ그룹 외식 사업의 운명은?
CJ푸드빌이 여전히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형태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주주 간 계약으로 추후 투썸플레이스를 되찾아 올 수 있는 콜옵션이나 우선 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 등의 옵션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CJ푸드빌의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다시 투썸플레이스의 경영권을 되찾아 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그간 뼈를 깎는 다이어트를 했고 현재는 체력이 좋아졌다”며 “올해 1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크게 나아졌다. 빕스나 계절밥상은 계속해서 잘되는 매장 위주로 내실을 다져 차근차근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