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 1분기 순이익 역대 최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우려…박스권 장세에 개미들은 ‘끙끙’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지난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자산관리(AM)·투자은행(IB)·자산운용(트레이딩) 등 사업 부문별 고른 이익 증가가 호실적의 이유로 꼽힌다.

금융 투자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증권사들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 재발 가능성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2분기 이후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순익 업계 1위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키움증권·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9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합계는 1조196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45억원) 대비 16.8% 증가했다.
‘깜짝 실적’에도 양껏 웃지 못하는 증권업계
1분기 증권사 순이익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다. 2186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2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올린 순이익(1513억원)보다 44.5% 증가했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 역대 최고 성과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전년 동기(2조3642억원) 대비 34.7% 늘어난 3조183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065억원) 대비 33.0% 증가한 274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자산관리(AM)·투자은행(IB)·자산운용(트레이딩) 등 각 부문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며 “자산운용 부문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늘어난 2817억원, IB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22.4% 증가한 517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1283억원) 대비 33.7% 증가한 17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역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등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7% 급감한 117억원에 그쳤지만 한 분기 만에 반전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2조5167억원) 대비 55.3% 증가한 3조908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763억원) 대비 34.4% 늘어난 2370억원을 거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인수 주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며 “IB 부문 영업이익도 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8% 급증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9%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순이익은 1682억원으로 전년 동기(2007억원) 대비 16.2% 줄었지만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가 126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3조3876억원) 대비 38.4% 늘어난 4조689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146억원) 대비 33.8% 줄어든 142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으로 인한 81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IB 부문 영업이익이 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 급증했고 해외 법인도 지난해 1분기보다 13.8% 증가한 428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내면서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순익 81.6% 급증

키움증권은 지난해 1분기(874억원)보다 81.6% 급증한 158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올 1분기 깜짝 실적의 주인공이 됐다. 컨센서스(900억원대)를 70% 이상 웃돈 기록이다.

키움증권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증시 급락 등으로 220억원 정도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 원인이던 주식 관련 자산 평가 손익이 올해 증시 회복에 따라 흑자 전환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의 1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5147억원) 대비 42.8% 증가한 734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142억원) 대비 77.4% 늘어난 2026억원을 기록했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1분기 자기자본투자(PI) 부문 순이익이 763억원으로 전 분기 547억원의 적자 대비 흑자 전환됐다”며 “3월 국채 금리 급락으로 채권 운용 이익이 늘어나는 등 일회성 요인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1분기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년 동기(1034억원) 대비 36.7% 증가한 14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114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한 지 불과 한 분기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1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1조9320억원) 대비 46.4% 늘어난 2조828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351억원) 대비 22.8% 증가한 1659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기업금융 부문에서 인수금융·사모펀드·중소기업 신용공여 등 생산적 분야로 자본을 공급하며 투자처를 다각화했고 자산운용(트레이딩)·법인영업(홀세일)·개인고객(리테일) 등 전 사업부가 고르게 성장한 것이 호실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172억원으로 전년 동기(1326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하지만 순이익 컨센서스(989억원)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자산관리사업의 경쟁 우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파생결합증권(ELS)과 채권 운용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이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1억원 이상 개인 고객이 10만 명으로 1인당 평균 예탁 자산은 10억원, 총 예탁 자산은 171조원에 달했다.

KB증권은 전년 동기(819억원) 대비 6.6% 증가한 87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고수익 대체 상품 판매 증가와 은행 협업 기반의 금융 상품 관리 자산(AUM) 증가로 자산 관리(WM) 수익이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인수 자문 수수료와 매매 평가익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419억원) 대비 48.7% 증가한 62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증권사들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위탁 매매 실적을 좌우하는 지표인 증시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4월 9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9% 늘었고 ELS 등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증시가 5월 들어 외부 변수로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향후 증권사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 등 외부 변수는 물론 통상 1분기에 배당금 수익이 집중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연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여러모로 깊어지고 있다”며 “증권업계가 호실적에도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