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제주포럼,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를 위한 준비] -제주포럼 특별 세션 ‘미·중 관계의 미래를 묻다 :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편집자 주= 제14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5월 29~31일 열렸다. 이번 2019 제주포럼의 주제는 ‘아시아의 회복 탄력적 평화를 향하여 : 협력과 통합(Asia Towards Resilient Peace : for Cooperation and Integration)’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부상하는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것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제주포럼은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다양성(Diversity), 글로벌 제주(Global Jeju)라는 키워드로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들이 진행됐다. 때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엄중한 경고와 함께 귀담아들을 만한 정책적 조언이 쏟아졌다. 한경비즈니스가 2019 제주포럼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우발적 사고' 가능성 커진 한반도...‘제2의 6·25전쟁’ 막아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역사적으로 신흥 강국의 부상은 대개 패권 전쟁으로 귀결됐다. 지금 세계가 중국의 부상과 그로 인한 미국과의 충돌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2019 제주포럼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5월 30일 열린 특별 세션 ‘미·중 관계의 미래를 묻다 :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에는 미·중 관계에 대한 국제적 권위자들이 참석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진행을 맡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석좌교수, 리자오싱 중국 전 외교장관, 마틴 자크 케임브리지대 선임연구원이 각각 발표를 맡았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향후 국제 질서의 변화와 함께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바람직한 대응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나눴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우발적 사고로 인한 ‘제2의 6·25전쟁’ 일어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한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분석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에서 따온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과 이를 막기 위한 기존 지배 세력 간의 구조적 긴장과 충돌을 의미한다. 앨리슨 교수의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우발적 사고' 가능성 커진 한반도...‘제2의 6·25전쟁’ 막아야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제2의 6·25전쟁을 막기 위한 방법’입니다. 한반도에 6·25전쟁이 일어났던 게 60여 년 전입니다. 한국은 한미연합훈련 등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강력한 힘을 가진 두 국가가 부딪칠 때 일어난 전쟁은 대부분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국가 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아주 사소한 오해가 불씨가 돼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본질과 무관한 아주 작은 행동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협상이 결렬되고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며 도발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이 미국을 위협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언급한 대로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울을 공격해 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전쟁에 뛰어든다면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 문제’로 인해 양쪽 모두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발적인 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 아주 작은 오해가 ‘도미노 효과’로 인해 재난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고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야 합니다. 지금은 이를 위해 매우 창조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리자오싱 중국 전 외교장관 “새로운 시대, 중국은 평화를 원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과거 6자회담 등을 이끌어 낸 바 있는 리자오싱 중국 전 외교장관은 외교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외교 실세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리 전 장관은 “중국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이 힘을 모으면 더 큰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우발적 사고' 가능성 커진 한반도...‘제2의 6·25전쟁’ 막아야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굉장히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부터 강조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을 이뤄 갈 수 없습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한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독일을 방문하니 독일 친구가 그러더군요. 히틀러는 독일 사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고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두 친구가 전혀 반대로 얘기했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친구는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독일 친구는 독일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히틀러와 모차르트는 매우 가까운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은 이토록 다릅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나라입니다. 미국은 경제적·정치적으로 세계 최강의 국가입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수많은 조약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 온 바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이와 같은 상호간의 약속을 충실히 지킨다면 서로 힘을 합해 더 나은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 내고 더 나은 세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마틴 자크 선임연구원 “미국이 ‘넘버원’이 아닌 시대, 준비해야 한다”

마틴 자크 선임연구원의 주장은 다소 도발적이다. 미국은 지난 백년간 세계의 패권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서구의 시대는 끝났고 새로운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자크 선임연구원의 발표 내용이다.
'우발적 사고' 가능성 커진 한반도...‘제2의 6·25전쟁’ 막아야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이 ‘미국처럼’ 바뀌어야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절대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여겼죠. 하지만 역사는 이와 같은 명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세계 경제사에서 주목할 만한 놀라운 속도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지금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보다 20% 더 큽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오판했습니다. 미국의 자신들의 자만심으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이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180도 방향을 바꿨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되돌리거나 적어도 속도를 늦출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냉전 시대의 시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그 누구보다 미국 자신이 가장 큰 패배자가 될 것입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치적 파워와 군사력을 강조하지만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힘의 양식은 경제와 문화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매우 다른 형태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두 강대국의 패권이 충돌하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어떻게 자신들의 쇠퇴에 대응할 것인지 지켜봐야 합니다. 모든 제국은 자신들의 쇠퇴를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우려하는 바는 미국이 이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 과정이 미국 스스로에도, 또 다른 전 세계 국가들에도 너무 괴롭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비관적으로 보입니다.”
[커버스토리=2019 제주포럼,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를 위한 준비 기사 인덱스] -‘제2의 6·25전쟁’에 대한 경고…모든 수단 방법 동원 ‘한반도 비핵화’ 이뤄야-" '신냉전' 시대의 시작, 세계는 '중국'과 '미국' 두 진영으로 나뉜다"-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 도약을 위해선 '남북 협력' 필요하다 -'자동차와 도시' 인간의 삶 바꿀 미래 산업 핵심 키워드-확산되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참여 필요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