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1만원 인하 수용 대신 할인 축소 또는 폐지 가닥
누진제 개편안 수용하고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낸 한전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기요금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와 배임 논란으로 난항을 빚던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 통과로 앞으로 매년 7~8월에는 전국 약 1600만 가구에 1만원 가량의 요금 할인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안 시행이 현재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에 연 3000억원 규모 적자를 안겨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의결을 한 차례 보류했다가 지난 6월 28일 가결했다.

한전은 누진제 개편안 시행으로 인한 재무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월 1일 정부와 한전은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포함된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정부와 한전은 주택용 누진제로 인한 국민 하계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 TF를 구성해 다양한 개편방안을 검토했고, 정부가 TF 최종 권고안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요청함에 따라 6월 28일 이사회 심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요금부담 완화와 함께 재무 여건에 부담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밝힌 전기요금 개편안을 종합하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폐지 혹은 수정 및 보완 △ 누진제 폐지 혹은 국민이 스스로 전기사용 패턴을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적 전기요금제 등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국가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내용 등이다.

한전이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힌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는 현재 1단계(0~200kWh) 사용자에게 매달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 958만 가구가 3964억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누진제 확대에 따른 저소득층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저소득층뿐 아니라 전기 사용량이 적은 고소득 1인 가구에도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왜곡된 현상으로 인해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종갑 한전 사장 역시 “연봉 2억원이 넘는 나도 할인을 받고 있다”며 제도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가 폐지되면 한전은 연간 4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전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 내용이 담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등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이번 누진제 개편안 시행에 따른 적자는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했던 배임 리스크도 해소했다는 분석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누진제 개편안을 배임 행위로 보고 별도의 손실보전책 없이 가결된다면 한전 이사회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한전이 공시한 주택용 누진제 및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침은 사실상 한전 측이 그동안 주장해온 전기요금 현실화의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김 사장은 “콩(원료)이 두부(전기)보다 비싼 건 비정상”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요금체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ahnoh05@hankyung.com


[한전 누진제 개편안 ‘진통 끝 통과’ 기사 인덱스]

-‘정부와 주주 사이’ 전기요금 싸움으로 기로에 선 김종갑 사장
-누진제 개편안 수용하고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낸 한전
-“에너지 복지는 복지정책으로…한전 적자 부담 줄여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