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대기업들 판매 전략 변화
-온라인 몰 개편하고 배송 강화에 주력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CJ제일제당은 7월 8일 ‘CJ더마켓’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마켓을 선보였다. 기존에 운영해 왔던 ‘CJ온마트’를 전면 개편한 것으로, 새로운 개념의 ‘식품 전문몰’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CJ더마켓을 들어가 보면 이전과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커머스’에서나 볼법한 ‘핫 딜’이 첫 화면의 한 부분을 장식한다.

또 일부 품목에 한정됐던 정기 배송 전용 상품을 대부분의 상품으로 확대했고 소비자는 원하는 날짜에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매 과정에서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날씨’나 ‘기념일’ 등 다양한 테마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추가했고 유료 회원제를 전격 도입해 이들에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올해 CJ더마켓에서만 총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 채널 입점보다 ‘이득’…온라인 강화 나선 대형 식품 업체
식품 업체들의 상품 판매 전략이 변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은 그간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나 이커머스 같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자사가 생산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데 힘을 쏟았다. 목이 좋은 자리(오프라인)나 첫 화면(온라인)에 자사 제품을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유통’이라는 먹이사슬 구조 내에서 자연히 ‘을’의 위치에 자리하며 설움을 맛봐야 할 때도 종종 있었다.

◆할인 등 다양한 전략으로 회원 유치 박차

이랬던 식품 업체들이 최근 직접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순히 제품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데 그쳤던 자체 온라인 몰의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고객몰이’에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뿐만이 아니다. 동원그룹 역시 온라인에서의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부터 운영 중인 ‘동원몰’은 올해 2월 ‘밴드프레시’를 선보이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통 채널 입점보다 ‘이득’…온라인 강화 나선 대형 식품 업체
그뿐만 아니라 급성장 중인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온라인 반찬 마켓인 ‘더 반찬’을 따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동원은 올해 하반기에 동원몰·더반찬 등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충북 음성군에 대규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울 예정이어서 온라인에서의 시장 지배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도 ‘정원e샵’을 통해 청정원·대상·웰라이프·종가집·초록마을 등 약 1000개에 달하는 자사 제품을 판매 중이다.

2017년부터 유료 회원제를 도입해 이들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수시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러 기획전과 이벤트를 개최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유통 채널 입점보다 ‘이득’…온라인 강화 나선 대형 식품 업체
‘정기배송’과 함께 해외여행 시 가지고 갈 김치나 고추장 같은 제품을 공항까지 배송해 주는 ‘공항배송’ 등도 선보이며 차별화된 전략도 펼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오뚜기 몰’의 대대적인 개편을 마친 상태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없는 제품이나 신제품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유입을 도모 중이다.

이처럼 식품 업체들이 자체 온라인 몰을 손보며 강화하기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홈페이지 개편과 정기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해야 하는데 들어가는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배송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지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이 방법 대신 택배 업체에 외주를 주더라도 모두 돈을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시장 급성장, 충성 고객 확보 중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들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우선 빠르게 변화하는 구매 환경이 온라인 강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7월 발표한 ‘2019년 5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9.8%(1조8586억원) 증가한 11조2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이처럼 이미 온라인 쇼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마트에 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향후에도 5G와 같은 통신 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식품 업체들도 온라인에서의 판매를 늘리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몰을 강화하며 온라인 충성 고객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미래 대비 차원에서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수익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커머스나 유통 업체들의 채널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 업체들이 운영하는 채널에 입점하게 되면 해당 업체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몰을 통한 판매는 이런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체 온라인 몰을 구축하기 위해 돈이 들어가지만 이를 통한 유통비 절감이 따져보면 더 크다는 분석이 내부적으로 도출되기도 했다. 판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장점은 또 있다. 유통 채널과 협상할 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통 채널로부터 원하지 않는 큰 폭의 프로모션 요청을 받고 마지못해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몰의 힘이 강해지면 더 이상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이용객들의 구매 동향을 자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들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신제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돈을 들여 배송망을 구축하고 온라인 몰을 강화했지만 예상만큼 주문이 이뤄지지 않을 때를 가정해 보자.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여러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험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부분의 식품 업체들이 입점하는 이유”라며 “향후 온라인 몰을 강화하는 식품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거대한 자본과 인지도를 가진 대기업에 한해서만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