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페루 신공항 건설 관리 사업 수주…한국형 스마트 공항 ‘수출 1호’
공항공사 40년 노하우 통했다…중남미에서 해외 사업 순항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공항공사(KAC)가 해외 공항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공항공사는 최근 페루 친체로 신공항 건설 총괄관리(PMO)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추진 중인 에콰도르 만타공항 운영권 인수도 목전에 두고 있어 해외 사업이 쾌속 순항 중이다.

◆ 마추픽추 관문 공항 PMO 사업 수주

공항공사는 중남미 페루의 신공항 건설 사업 입찰 경쟁에서 쟁쟁한 경쟁 상대인 캐나다·스페인·터키·영국 등 4개국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공항공사는 7월 9일 자사가 주도한 한국컨소시엄(한국공항공사·도화엔지니어링·건원엔지니어링·한미글로벌)이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 건설 PMO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외 공항 건설 PMO 사업은 발주처(페루 정부)를 대신해 건설 업체를 선정하는 등 공사 진행을 총괄 관리하게 된다. 단순 위탁이 아닌 시공 업체 선정부터 시운전까지 총괄하는 PMO 사업에 한국이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MO 사업은 공항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자격을 갖춰야 할 수 있다. 공사는 2007년부터 필리핀 등 해외 공항 운영 컨설팅을 시작으로 운영·관리뿐만 아니라 공항 운영사 최초로 항행 시설 장비(ILS)를 개발해 수출하는 등 공항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다져 왔다.
공항공사 40년 노하우 통했다…중남미에서 해외 사업 순항
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친체로 신공항 PMO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고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 중인 공항공사가 축적한 40년 운영 관리 노하우의 결과물”이라며 “운영 사업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증 받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친체로 신공항은 세계 문화유산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마추픽추로 향하는 관문 공항이다. 활주로 1본(4km)을 갖춰 연간 450만~57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중급 공항이다. 2024년 페루 쿠스코에 지어질 예정이며 4만6900㎡ 규모의 여객 터미널과 탑승구 13개소, 4000×45m의 활주로 1본 등이 설계된다.

사업 금액은 3000만 달러(350억원) 규모다. 계약 세부 조건을 검토한 뒤 8월 초 페루 정부와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사업 수주는 인프라 분야 최초의 정부 간 계약 사업(G2G)으로 ‘팀코리아’ 지원을 통한 민·관 합동 진출의 첫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생체정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활용, 4D 설계, 공항과 연계한 스마트 시티 조성 등을 내세운 한국형 스마트 공항(K-Smart Airport) 수출 1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컨소시엄이 건설 참여 업체를 선정하고 설계를 검토하는 권한을 갖게 되는 PMO 사업 특성에 따라 향후 5500억원대의 친체로 신공항 건설 사업 수주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오는 10월에는 에콰도르 정부와 만타공항 운영권 사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공사는 지난 5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중남미 순방에 맞춰 만타공항 운영권 사업 참여 제안서를 오토 소넨홀츠너 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공항공사 40년 노하우 통했다…중남미에서 해외 사업 순항
정부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G2G 사업 성격상 올해 연말 국내 최초의 해외 공항 운영권 사업의 수주가 예상된다. 공항공사는 현재 국내선 위주로 운영 중인 만타공항에 향후 국제공항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활성화 전략을 적용한 중·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해외 민간 기업의 선진 운영 기법 도입과 공항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타공항은 칠레의 유명 관광지로, 이번 계약이 체결되면 공항공사가 2021년부터 2050년까지 30년간 만타공항 시설 관리와 운영 등을 총괄하게 된다. 30년 운영 기간 예상 매출액은 약 5억8000만 달러(6800억원) 규모다.

단순 위탁 관리 사업과 달리 계약에 따라 장기간 경영권을 이양 받아 공항공사가 시설 관리, 운영, 투자 개발 등 공항 전반의 업무를 수행하고 수익을 내는 직접 운영 방식이기 때문에 해외 사업 실적과 수익성 두 가지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항공사는 그동안 중남미 지역 공항 사업에 공들여 왔다. 특히 남미 에콰도르·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 등 4개국이 정회원국으로 가입된 ‘안데스공동체(CAN)’ 공항 운영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이 경제성장과 항공 수요의 지속 증가세에 힘입어 다수의 공항 사업을 발주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타깃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의 90% 이상이 중소 규모 공항으로, 부족한 공항 건설 경험과 기술 능력으로 운영권 사업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민간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선진 기술을 보유한 공항공사의 추가 사업 수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국내 14개 공항 운영 노하우가 성공 비결

공항공사 40년 노하우 통했다…중남미에서 해외 사업 순항
공항공사는 김포·제주 등 국내 14개 공항 운영의 40년 노하우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콜롬비아 산타마르타, 페레이라 국제공항 등 7개 공항 운영 자문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해외 공항 수주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에콰도르 공항 운영권 사업을 계기로 공항공사의 중남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상태다.

페루 친체로 신공항과 에콰도르 만타공항 사업 추진 등 해외 공항 건설과 운영 관리뿐만 아니라 항공 인접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파라과이 항공 전문 인력 역량 강화 사업, 베트남 비행훈련원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은 2025년까지 매출 2조원, 운영 공항 20개, 연간 여객 처리 1억2000만 명 달성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12월 취임한 손 사장은 공항공사의 중·장기 경영 계획인 ‘비전 2025’를 통해 기존에 준비하던 8대 신기술 도입 계획 대신 항공 일자리 2만2000개 창출이라는 목표를 중점 과제로 세웠다.

공항 건설과 운영을 비롯해 항공 전문 인재 육성까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항공 산업의 혁신 성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리딩 공항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공항공사는 올해 지속적인 항공 수요 증가로 공항 사업 발주가 계속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을 목표로 해외 사업 진출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에콰도르 공항 운영권 사업을 기반으로 페루·파라과이 등 현재 진행 중인 공항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수한 공항 운영 노하우 전파로 한국 항공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