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매년 40% 성장’ 전기차 배터리, 삼성·LG·SK 글로벌 ‘원톱’ 경쟁]
-삼성SDI, ‘소형 전지 세계 1위’ 이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석권 야심
삼성SDI, 지난해 1조8000억 투자…‘1회 충전에 600km’ 차세대 제품 공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완성차업계에서는 전기자동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결정할 때 크게 세 가지를 들여다본다. ‘긴 주행거리’, ‘빠른 충전 시간’, ‘안전’이다. 자연히 이 세 가지 요소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삼성SDI는 이 같은 완성차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돈을 부어가며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켜 왔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배터리 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2008년부터 전기차 시장 눈독

물론 현재의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삼성SDI는 2008년 일찌감치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모바일·정보기술(IT) 등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쌓아 온 기술력을 밑거름으로 불과 1년여 만인 2009년 자체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며 일부 해외 완성차업계에 이를 납품했다.

당시 전기차는 ‘시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그 규모가 작아 기존 배터리 공장의 일부를 전기차 배터리 라인으로 변경해 이를 공급했다. 배터리의 성능도 지금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는 내부적으로 머지않아 전기차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속해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며 자체 양산까지 계획했다. 그리고 2013년 마침내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에도 계속해 기술 개발과 생산 공장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넣어 지금의 ‘최고’라는 평가까지 얻게 됐다.

배터리의 기술력을 향상하기 위한 삼성SDI의 노력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SDI의 배터리(IT 기기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포함) 사업 투자액은 약 1조8000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이 무려 20%에 달한다.

세부 투자금은 ‘영업 기밀’에 해당해 공개가 불가능하지만 이 중 상당 금액이 전기차 배터리 R&D와 공장 증설 등에 사용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들도 하나둘 내놓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올해 초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삼성SDI는 단연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였다.

삼성SDI는 한 번 충전에 6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또 리튬 이온 전지의 액체 전해질보다 안정성이 높고 에너지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로드맵을 함께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SDI, 지난해 1조8000억 투자…‘1회 충전에 600km’ 차세대 제품 공개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대한 삼성SDI의 욕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현재 삼성SDI는 니켈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낮춘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시장의 배터리는 대부분 코발트 비중이 최소 20%를 웃돈다. 하이니켈계 배터리는 이를 10% 이하로 줄이는 작업이다. 현재 삼성SDI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 양산에 한 걸음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를 개발했을 때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SDI에 따르면 코발트 대신 니켈 비중을 높이면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또 희소금속으로 분류돼 가격 변동성이 가파른 코발트 비중을 낮춰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더욱 싼값에 뛰어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때 배터리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니켈 비중이 높으면서 안정적인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양극 소재의 니켈 비중을 90% 이상 높였고 코발트 비중은 5% 내외로 축소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며 “최종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개발이 완성되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기술 중 하나인 안전성 부문에서도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사고는 생명과도 직결된다. 아무리 주행거리나 충전 측면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된다

삼성SDI는 ‘안전성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에서 2중~3중의 안전장치를 내부에 적용한다.

예컨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셀은 안전 퓨즈, 과충전 안전장치, 안전 기능막 등 독자적인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또 외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밀봉 기술 등 셀 자체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도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외연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확한 공급 규모나 금액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독일의 명차 브랜드인 BMW가 삼성SDI의 최대 고객으로 꼽힌다.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BMW 전기차(i3·i8)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모두 삼성SDI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폭스바겐·재규어·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일부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를 선택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의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사이클에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며 다양한 ‘EV(Electric Vehicle)’로의 영역 확장에도 성공했다.

늘어나는 고객사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삼성SDI는 생산 공장 확대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처음 만든 이후 2015년에는 중국 시안, 2017년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을 완료했다.
삼성SDI, 지난해 1조8000억 투자…‘1회 충전에 600km’ 차세대 제품 공개
거점별 생산 규모는 울산 6만 대, 헝가리 5만 대, 중국 시안 3만 대로 총 14만 대 수준이다. 삼성SDI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생산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투자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서인데 이런 부분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4년 만에 최대의 매출(9조1583억원)과 영업이익(7150억원)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의 급격한 성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바일·IT 등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성을 보여 왔지만 앞으로는 전기차 배터리의 사업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투자·수주를 계속 향상시키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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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