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앞세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전쟁, ‘제2 마켓컬리’ 노린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대를 연 마켓컬리의 성공 이후 ‘제2 마켓컬리’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차세대 스타트업 선두 경쟁의 막이 올랐다.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는 라스트 마일 배송 과정 혁신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가 되면서 물류·배송 대행을 중심축으로 삼은 바로고·메쉬코리아(부릉)·팀프레시가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라스트 마일은 배송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물품이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첨단 기술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물류업계 혁신을 견인하는 이들 샛별 스타트업의 창업 스토리와 성공 전략을 살펴봤다.
◆ 바로고, 견실한 성장 발판 ‘기업 가치 1000억’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 혼밥 트렌드 등의 요인으로 배달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3조원대로 팽창했고 이용자 수도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정보기술(IT) 기반의 배송 물류 스타트업인 ‘바로고’가 세상에 나오기 전 배달 시장은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배달 수행원(라이더)들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혁신 기술이 스며들기 어려운 열악한 영역이었다.
당시에도 국내 대형 푸드 체인들에서 배달 대행이라는 딜리버리 아웃소싱 방식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배달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시장이었다.
바로고는 혁신 IT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달 생태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4년 바로고를 창업한 이태권 대표는 사업자·고객·라이더를 연결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상생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고객(점주)에게는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편의형 시스템 혁신을 계속 제공했고 안전한 배달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라이더들을 위한 전용 보험까지 마련했다. 라이더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KR모터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모빌리티 생태계 발전을 위한 플랫폼 사업 추진도 본격화했다.
KR모터스와 함께 신개념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라이더 주행 정보·차량 상태 등의 빅데이터를 취합해 향후 정밀 분석을 통해 라이더 이륜차 보험과 안전한 수행 환경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바로고는 지난 6월 탄탄한 서비스 체계와 성장성을 인정받아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참여사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기술보증기금·신한캐피탈 등이다.
이는 2018년 5월 시리즈A 투자 당시 기업 가치와 비교해 1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번 투자를 통해 바로고는 1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탄탄한 서비스 체계와 라이더 상생 정책 등이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바로고는 배달 대행 사업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 물류 사업 솔루션 개발을 확대하고 인재 영입과 서비스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 메쉬코리아, 고속 성장 ‘예비 유니콘’ 메쉬코리아는 IT 기반의 물류 스타트업으로 2013년 유정범 대표가 창업했다. 라스트 마일업계에서 물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접목한 기술로 고객 맞춤형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특히 현대자동차·네이버·미래에셋이 투자해 대기업이 선택한 스타트업으로 더 유명하다. ‘부릉(Vroong)’이라는 물류 브랜드를 운영하며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기존 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정보와 정보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
전국 2만여 명의 제휴 배송 운전사와 270여 개의 물류 거점이자 배송 운전사들의 쉼터인 부릉 서비스 스테이션을 포함한 전국 이륜차 물류망과 자체 개발한 통합 물류 관리 솔루션 ‘부릉 TMS’를 통해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릉 TMS는 배송 운전사들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한 효율적인 운송 관리 시스템으로 더 빠르고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부릉을 이용하면 업소는 새로운 O2O 주문 채널로 매출 기회를 확보하고 기업은 고도화된 맞춤 물류 서비스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2018년 누적 매출은 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해 매년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현대차·SK네트웍스·미래에셋으로부터 37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SK직영주유소에 ‘부릉 스테이션’을 입점시키는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발판을 마련해 왔다. 누적 투자 금액은 약 900억원이다.
최근 사륜차 배송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부릉의 핵심 자산인 도심 내 촘촘한 이륜차 물류망과 그간 쌓아 온 배송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 맞춤형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배송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음식 중심의 배송에서 디저트·음료·H&B(헬스 앤드 뷰티) 스토어까지 배송 카테고리를 확장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디저트 카페 설빙·쥬씨·공차·배스킨라빈스·파리바게뜨·이디야커피·카페베네 등과 계약했다.
서울·인천 지역에 한정해 주문 3시간 이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와 KTX 특송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전국 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자전거를 활용하는 친환경 배송 서비스와 라이더 복지 확대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 팀프레시, 새벽배송계 혜성…매출 100억원 ‘돌풍’
팀프레시는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점령한 2018년 7월 라스트 마일 시장에 혜성같이 나타났다. 선두 업체인 마켓컬리와 유사한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주력 서비스로 내세운 후발 주자였지만 지난 5월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신생 스타트업인데도 벌써 1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며 단숨에 ‘제2의 마켓컬리’로 부상했다. 신생 물류 스타트업인 팀프레시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중심에는 이성일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마켓컬리의 로지스틱리더 출신으로 콜드체인 물류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다.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팀프레시와 같은 콜드체인 물류 전문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한 팀프레시는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냉장 차량 화물 주선과 냉장센터 운영 등 콜드체인 관련 물류 위탁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물류 대행 서비스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콜드체인 전문 ‘삼자물류(3PL)’ 기업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팀프레시가 나타나기 이전 물류 대행 시장은 냉장 포장 대행이나 냉장 운송 업체 등 일부 단계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있었지만 공급망 전 과정에서의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없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에 진출한 팀프레시는 생산지부터 소비자 집 앞까지 공급망 전체에 콜드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새벽 배송은 100% 냉장 배송으로 진행하고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24시간 배송 관제센터를 운영했다. 그 결과 온라인 식품 커머스 주문 전문 업체라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게 됐다.
팀프레시는 올해 말 월매출 30억원을 목표로 또 한 번의 고속 성장을 다짐했다. 팀프레시 관계자는 “최근 새벽 배송 서비스에 대한 고객 구매 경험이 증가한 것이 사업 성장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기존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모아 운송 운전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I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커버스토리=‘물류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기업의 미래 책임진 킬러 콘텐츠 ‘물류’
-‘엎치락뒤치락’ 글로벌 포워더들의 해상·항공 1등전쟁
-유통 공룡들의 이유 있는 물류 강화
-기로에 선 택배사… ‘덩치는 키우고 트렌드 좇아라’
-‘더 빨리, 더 따뜻하게’… 아이디어 빛나는 물류 스타트업들
-한눈에 보는 물류 산업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