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특별한 여름휴가 '명상', 나에게로의 여행]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 향상 등 효과 입증돼…명상 앱 인기 끌고 전문 유튜버도 등장

디지털 시대 ‘핫 트렌드’ 된 '명상'...종교수행법 넘어 대중화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눈을 감고 숨을 쉰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행위가 때론 생존 이상의 기능을 한다. 눈을 감고 호흡하며 내면에 집중하는 순간을‘명상’이라고 부른다. 세계 각 분야의 명사들은 명상을 예찬하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자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진정한 쉼’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면서 명상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지금 명상에 열광할까.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된 요즘,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모습. ‘명상’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신비롭고 종교적인 수행법의 하나로 인지되던 명상이 최근 대중화되고 있다.

명상이 비과학적 영역으로 인식되던 예전과 달리 40년 전부터 명상의 과학적·의학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뇌신경과학계·정신건강의학계·심리학계에서도 명상의 효과를 연구했고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 유수의 대학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는 연평균 1200건의 명상 관련 과학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은 40년 전부터 시작됐다. 매사추세츠대 메디컬센터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MBSR) 소장에 취임한 존 카밧진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종교 수행법으로만 여겨졌던 명상을 표준화하고 과학적 효과를 증명해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 : 마음 챙김)라는 용어로 대중화한 인물이다.

이후 명상에 따른 뇌파 변화와 호르몬 변화 등에 대한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명상이 스트레스, 기억력 향상, 수면의 질,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미국에서 먼저 명상 열풍이 불었다.
디지털 시대 ‘핫 트렌드’ 된 '명상'...종교수행법 넘어 대중화
◆글로벌 명상 산업 성장…유니콘 된 ‘명상 앱’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명상으로 삶이 변했다고 말했다. 신화적인 인물들의 명상 예찬론 때문일까. IT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명상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IT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명상 콘퍼런스가 열린다. ‘위즈덤 2.0’이라고 불리는 이 포럼에는 올해 2500명이 참여해 명상과 내면에 집중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07년 구글을 시작으로 명상을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애플·나이키·페이스북·인텔·위워크 등 많은 기업이 사내 명상센터를 개소하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명상 인구는 최근 5년간 3배 정도 늘어났다.

명상을 하는 사람이 늘자 명상 관련 산업도 성장했다. 미국 명상 산업은 매년 11.4%씩 성장해 2022년에는 20억8000만 달러(2조4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명상은 특히 IT와 만나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애플리케이션(앱)도 2000개 이상이다.

대표적 명상 앱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이용자가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과 명상의 조합이 모순돼 보이지만 미국 의학계도 디지털 명상에 손을 내밀었다. 헤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미국의학협회(AMA)와 독점 계약하고 미국 내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다른 명상 앱 캄(Calm)은 지난 2월 기업 가치 1조원을 달성하며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미국에서 분 명상 열풍은 영국으로 이어졌다. 영국 의회에서 마음 챙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최근 명상을 공립 교육과정에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마음 챙김(Mindfullness)’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며 성장한 기업도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 애슬레티카(이하 룰루레몬)은 2018년 매출이 3조원을 훌쩍 넘겼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철학은 땀 흘리는 즐거움과 ‘마음 챙김’을 나누는 것이다.

룰루레몬 매장에서는 요가 클래스뿐만 아니라 명상·호흡, 건강한 식단 짜는 법, 꽃꽂이 등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에서 ‘마음챙김 버스’ 이벤트를 통해 버스에서 명상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 문을 연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도 한 층을 통째로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켄 리(Ken Lee) 룰루레몬 아시아태평양지역 지사장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땀 흘리고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룰루레몬의 철학”이라며 “내면을 채우고 삶의 질을 높이는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과 마음 챙김을 나누는 것이 룰루레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음 챙김과 요가 등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하는 삶은 하나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시대 ‘핫 트렌드’ 된 '명상'...종교수행법 넘어 대중화

◆100만 뷰 달성하는 명상 유튜버


미국과 영국 등 서구에서 먼저 시작된 명상 열풍은 국내에 정착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인적 관리 방법으로 국내 기업이 앞다퉈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많은 대기업과 공기업이 신입 사원이나 임원 연수 프로그램에 명상 수업을 도입했고 라이나생명보험은 최근 사내에 명상센터를 열었다. 삼성과 LG는 아예 명상 연수원에 투자해 임직원들의 명상을 돕고 있다.

CEO에게 명상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연세대 글로벌교육원은 CEO의 정신 건강 회복과 행복한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세 멘탈 헬스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그러면 명상이 대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까. “명상은 현재 상태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주의력 환기와 현재 목표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나 외부 환경에 집중돼 있던 주의를 호흡과 자기 몸의 감각으로 이동시키면서 지금 이 순간 자기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라이나생명보험 명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박예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원의 설명이다.

기술 발달과 스트레스로 긴장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진정한 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지도에 ‘명상’을 검색하자 서울과 수도권에서 총 1414개 센터가 검색됐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명상 열풍이 거세다. 유튜브에 ‘명상’을 검색하자 조회 수 100만을 기록한 영상뿐만 아니라 명상 콘텐츠만 올리는 ‘명상 유튜버’도 다수 등장했다.

영상을 틀자 명상 유튜버가 등장해 새소리와 빗소리 등 자연 소리를 배경 삼아 실제 명상 수업처럼 가이드를 해줬다. ‘유튜브 명상’은 경쟁에 몰리고 시간에 쫓기는 2030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언제 어디서든 영상만 틀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명상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경쟁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스트레스가 높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통풍·당뇨병 등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던 질환에서 2030 환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 사이에선 화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3~2017년 전체 화병 환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20대 화병 환자 수는 배 이상 늘었다.

박예나 연구원은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받지 말라고 해서 받지 않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자체가 또 스트레스가 된다”며 “명상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며 현 상태를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단 생각으로 흐르는 에너지를 감각으로 전환하고 그 가운데서 걱정거리와 고민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버스토리 : 특별한 여름휴가 '명상', 나에게로의 여행]
-디지털 시대 '핫 트렌드' 된 '명상'...종교수행법 넘어 대중화
-'건포도 한 알 들고 10분'...오감을 깨워 '지금. 여기' 나를 느껴라
-'나와 마주하는 시간'...초보자를 위한 명상 가이드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좋다"...명상에 빠진 기업들
-"실리콘밸리에 명상이 유행하는 이유?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
-"쉼 없이 달려온 한국인, '명상'으로 뇌에도 휴식 줘야죠"
박 연구원은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받지 말라고 해서 받지 않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자체가 또 스트레스가 된다”며 “명상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며 현 상태를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단 생각으로 흐르는 에너지를 감각으로 전환하고 그 가운데서 걱정거리와 고민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