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은] - 이성희 컨텍 대표…룩셈부르크에 국내 첫 진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시동
[대전 =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지난 7월 국내 우주 스타트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주 지상국 데이터 수신과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텍’이 유럽 룩셈부르크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국내 우주항공 기업으로는 최초다. 컨텍은 이에 따라 국내시장을 넘어 수백조원 규모의 세계 위성 서비스 시장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룩셈부르크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이성희(44) 컨텍 대표와 만남을 가졌을 정도로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그들은 국내 우주 스타트업 컨텍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던 것일까. 대전에 있는 컨텍 본사에서 8월 23일 이성희 대표를 만났다.
“제주에 우주지상국 구축…스페이스X 위성도 우리 고객 될 겁니다”

◆제주도에 ‘우주 지상국’ 구축

이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16년간 근무한 연구원 출신이다. 국내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키워 왔다. 2010년 무렵 캐나다 우주청에 방문 연구원으로 근무할 기회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우주 스타트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캐나다우주청의 ‘우주 스타트업 지원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캐나다우주청 소속 연구원들이 우주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사무 공간 제공은 물론 장비 사용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5년 컨텍을 설립하고 3년간은 항우연의 연구원 신분으로 항우연 내부의 장비를 사용하는 등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해 왔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항우연 연구원 가운데 실제 창업에 나서 지원 받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며 “현재는 항우연에서 독립해 컨텍의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텍의 주력 사업은 우주 지상국 데이터 수신과 처리 서비스, 위성 영상 이미지 활용 서비스 개발이다. 전문 용어들이 많다 보니 도대체 설명을 들어도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갔다.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우주에 수많은 ‘초소형 위성(큐브셋)’을 쏘아 올리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처럼 지구 위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의 임무는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읽어 들이는 정보를 지구로 ‘수신’ 혹은 ‘교신’할 수 있는 기지국이 필요하다. 바로 이 역할을 하는 곳이 ‘우주 지상국’이다. 컨텍은 최근 제주시와의 협력을 통해 제주테크노파크 건물에 우주 지상국을 구축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등의 지역에도 우주 지상국을 넓혀 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다 정보를 내려 받기 위해서는 위성과 인접한 지역의 ‘우주 지상국’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며 “인공위성 정보의 활용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보를 끊임없이 내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지상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으로서는 자체적으로 수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지구 전역에 지상국을 설치하는 것보다 이미 설치가 완료된 컨텍의 제주도 우주 지상국에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 되는 셈이다.

컨텍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렇게 내려 받은 방대한 정보를 정교하게 분석함으로써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고 이를 일상생활 곳곳에 활용하는 데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시티’다.
이 대표는 “스마트 시티 내의 교통 흐름을 즉각적으로 파악한다거나 불법 건축물 등을 단속하는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인공위성 정보는 종합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일상생활 공간의 아주 작은 ‘변화’까지 바로바로 추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창의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컨텍은 최근 세종시에 위성 영상 이미지 활용 서비스를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향후 ‘스마트 시티’의 확산에 따라 국내의 지자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 왜 룩셈부르크를 택한 것일까. 이 대표는 망설이지 않고 “룩셈부르크 정부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결정적이었다”고 대답했다. 국내에서 우주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그가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부족이었다.
◆‘글로벌 네트워크’ 잡으러 유럽 진출

민간 우주개발은 그 어느 산업 분야보다 ‘국제적인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한 분야다. 기존과 비교해 아무리 인공위성 발사체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장기간에 걸쳐 거대한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 지상국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컨텍은 사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콘퍼런스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 대표는 “글로벌 콘퍼런스나 세미나 등에만 가도 해외와 국내의 우주산업에 대한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하게 유럽의 우주 스타트업들은 유럽우주국(ESA)을 중심으로 지원도 많이 받고 글로벌 우주산업 네트워크에서 어느 정도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개별 기업 단위로 움직이는 데 한계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도 ‘ESA의 멤버’ 자격을 얻어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되는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처음 이 대표가 고려했던 지역은 룩셈부르크가 아닌 프랑스의 툴루즈였다. 이미 수많은 우주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우주 세미나 등에 참석할 때마다 툴루즈 지자체에서 나온 관계자들을 만났을 정도”라며 “그들이 먼저 우주 기업들에 다가와 툴루즈를 홍보하고 기업들을 유치할 만큼 적극적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3월 룩셈부르크 정부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이 대표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서울에 있는 룩셈부르크 경제부 산하 대표부였다. 룩셈부르크는 1980년대부터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룩셈부르크 국내총생산(GDP)의 2%가 우주산업에서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룩셈부르크에서 먼저 현지 우주산업 전시회 참여를 제안했고 그 이후 법인 설립까지 연결됐다”며 “기업의 숫자가 많은 툴루즈에 비해 룩셈부르크 쪽에서 더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사실 법인 설립 시 얻을 수 있는 지원은 프랑스 툴루즈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지역 모두 그만큼 파격적인 지원 조건을 제안해 왔다. 단적으로 룩셈부르크 법인은 박사급 인력 한 명을 고용하면 정부로부터 7만5000유로(약 1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탄탄한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사업의 성장 속도를 높여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술 수준으로 보면 발사체 부분을 제외하고 위성과 지상국에서는 국내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주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vivajh@hankyung.com
[‘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로켓 재활용하고 초소형 위성 인기…패러다임 바뀐 우주산업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30cm’ 초소형 위성 띄워 부산항 해양관리 책임질 겁니다”
-이성희 컨텍 대표 “제주에 우주지상국 구축…스페이스X 위성도 우리 고객 될 겁니다”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나로호 발사 보고 자란 세대…NASA 화성 로보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전태균 에스에이아이 대표 “위성 영상, AI 활용해 3분 만에 판독…국방 등 정부 기관이 주고객이죠”
-알렌 살마시 퀄컴 공동 창업자 “초소형 위성에 스마트폰 탑재…비용 저렴하고 교신 성능 뛰어나죠”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한국을 아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거점으로 만들어야”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인포그래픽)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