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계 최초 상용화 5개월 점검…5G 경쟁,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상용화 5개월 만에 가입자 250만 명…‘보조금’에서 ‘특화 서비스’로 게임의 룰 바뀌어
5G는 뭐가 다른데?…이통 3사, 콘텐츠 경쟁 '포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세계 최초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지난 4월 3일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은 4세대 이동통신(4G) 이후 8년 만에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5G는 오랜만에 이동통신사들이 만난 미개척 시장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시장 초기 5G 가입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초반 보조금 경쟁으로 얼룩졌던 마케팅 경쟁은 최근 들어 콘텐츠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연이어 선보일 5G 신규 단말기의 출시에 힘입어 올해 연말 5G 가입자는 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들어 다소 벌어진 2·3위의 5G 가입자 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월 3일 발표한 ‘7월 무선통신 서비스 이용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 이후 5G 누적 가입자 수는 191만1705명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33만 6865명에 비해 57만4840명 증가했다. 이미 7월 기준으로 200만 명에 육박한 5G 가입자는 현재 25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1위 SK텔레콤은 7월 기준 79만1241명의 누적 가입자를 확보했다. 전달보다 26만895명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41.4%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21일 전 세계 이동통신사 중 최초로 5G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위는 31.2%의 KT로 7월까지 가입자는 59만6612명이다. LG유플러스의 가입자는 52만3852명으로 시장점유율은 27.4%다. 5G 가입자 경쟁에서 2위와 3위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차이는 약 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7월에는 다시 4%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LG유플러스의 약진은 매월 발표되는 5G 가입자 현황에서 가장 관심이 가던 부분이다. 기존 국내 이동통신 시장 구조는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였지만 5G 서비스 도입 이후 LG유플러스가 약진을 보이며 4 대 3 대 3 구조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7월 들어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다시 예전의 구조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5G 시장 초기에는 보조금 경쟁이 달아올랐다. 이동통신사들은 신규 5G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통한 이른바 ‘공짜폰 만들기’에 분주했다.

보조금 위주의 경쟁은 당분간 휴전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SK텔레콤과 KT를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신고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가 5G 도입 후 망 구축과 서비스 개발 대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위반하는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통신사가 불법 보조금을 이유로 경쟁사를 신고한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LG유플러스 또한 불법 보조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를 신고한 것은 5G 도입 초기 과열된 불법 보조금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2분기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3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KT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줄어들었고 LG유플러스 또한 14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했다.
5G는 뭐가 다른데?…이통 3사, 콘텐츠 경쟁 '포문'
◆‘5G 콘텐츠’ 앞세우는 이통사들

3사 모두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의 상승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이미 95%에 이른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는 ARPU의 상승만이 향후 이통사의 실적을 이끌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5G가 보편화될수록 사용자들은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를 택하게 되고 이는 곧 ARPU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9월 초 국내 5G 가입자 수는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속도라면 당초 목표치였던 연내 300만 명을 넘어 500만 명의 가입자 수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신규 5G 단말기가 속속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8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10·10플러스’가 5G 신규 가입자를 늘린 것을 시작으로 첫 보급형 5G 단말기 ‘갤럭시 A90 5G’, 접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가 연이어 출시됐다. V50 씽큐로 첫째 5G 단말기를 선보였던 LG전자의 둘째 5G 단말기는 오는 10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 세대교체는 소비자의 단말기 교체와 맞물려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5G 지원 단말기 출시가 본격화됨에 따라 국내 5G 보급률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G 기반의 콘텐츠가 아직은 부족하고 애플의 5G 단말기가 지연되는 점을 고려하면 4G 상용화 때보다는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딜 것이란 분석이다.

단말기의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그다음은 이통사의 몫이다. 이들은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점유율 경쟁에 돌입했다. 콘텐츠 없이 인프라만 확장하는 역할만 도맡는다면 결국 5G 시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전락한다는 우려에서다. 남의 콘텐츠를 단순히 전송하는 ‘덤 파이프(단순 전송 수단)’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패착에서 기인한다. 4G 시대 가장 각광받은 콘텐츠는 ‘동영상’이다. 롱텀에볼루션(LTE)이 보편화되자 국내 콘텐츠 유형별 트래픽 추이에서 동영상 관련 트래픽이 크게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이 주도한 결과였다. 한상웅 애널리스트는 “통신 사업자들은 유튜브 등에 밀려 4G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5G 기반의 서비스 시장에서는 수익 모델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교훈을 모델 삼아 이동통신사들은 각자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협력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를 내놓는다. 5G의 개막과 함께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동영상은 4G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5G 시대 통신사가 주목하는 것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다. VR·AR과 같은 초실감 미디어는 초연결·초고속·초저지연의 특징을 지닌 5G와 어우러졌을 때 빛을 발한다.

통신 3사도 스포츠·게임·케이팝을 활용한 실감나는 VR과 AR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통신 3사가 내놓은 5G 특화 서비스만 해도 SK텔레콤 7개, KT 8개, LG유플러스 6개 등 모두 21개다. 이 서비스들은 AR과 VR을 토대로 게임, 스포츠 중계, 케이팝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했다는 특징이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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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