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잘했다고 말해 주는 칭찬이 때로는 부담…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중요
잘못된 칭찬은 오히려 ‘독’…‘약’이 되는 칭찬법은?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한때 ‘칭찬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칭찬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곧 ‘칭찬해 줘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던데’라는 푸념들이 등장하며 칭찬 열풍이 식어버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칭찬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칭찬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잘했다고 말해 주는 칭찬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고래와 다르다. 그래서 인간에겐 고래와 다른, 좀 더 고난이도의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잘못된 칭찬에 숨겨진 문제


다큐멘터리 한 장면을 살펴보자. 한 대학생에게 50개 정도의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시킨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외운 단어를 적어 보라는 과제를 내준다. 암기력 테스트인 셈이다.

실험 참가자가 끙끙대며 열심히 외운 단어를 적는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실험 진행자가 “대단하신데요”라고 갑자기 칭찬을 건넨다. 진행자의 칭찬에 실험 참가자는 머쓱해하며 “정말요”라고 수줍게 묻더니 더 몰입해 단어를 적어 나간다. 기억력의 한계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진행자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잠시 자리를 뜬다. 단어가 적힌 종이, 즉 답안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다. 실험 참가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단어가 적힌 종이를 들춰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커닝한 단어를 자신이 외웠던 단어인 양 적어 나갔다. 왜 그랬을까.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에게 “왜 굳이 답을 보면서까지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대단하다고 칭찬하니 기대를 만족시켜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실험은 칭찬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인다. 상대가 더 열심히 행동하게 하려고 던진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칭찬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하거나 들었던 칭찬을 생각해 보자. “역시 자네밖에 없어”, “최고야, 똑똑해”, “해 낼 줄 알았어, 잘했어” 등과 같은 얘기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칭찬엔 우리가 몰랐던 2개의 ‘문제’가 숨어 있다.

첫째 문제 유형은 ‘결과’에 대한 칭찬이다. 이런 칭찬을 들으면 사람은 뿌듯함과 함께 ‘부담감’을 느낀다. 이미 보여준 결과를 다시 한 번 보여줘야만 한다는 부담감이다. 상대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은 ‘결과에 대한 집착’이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앞의 사례에서 나온 것처럼 ‘부정행위’다.

예를 들어 보자. 시험에서 80점을 받아 오면 혼을 내다가 운이 좋아 100점을 받은 아이가 있다. 부모가 “100점 받았네. 잘했어 역시 최고야”라고 칭찬한다. 다음 시험을 앞두고 아이는 자연스레 ‘100점을 받아야 칭찬을 듣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좋은 점수를 받고 싶어진다. 이처럼 ‘결과에 대한 칭찬’은 위험하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업 실적이 매번 바닥을 헤매다 ‘운이 좋아’ 우수한 성과가 나왔을 때 리더가 “그래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잘했어”라고 당근을 내민다면 어떨까. 그 직원은 다음에도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말이다.

둘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능’에 대한 칭찬이 그것이다. 한 방송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한 학생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선생님이 계속 칭찬한다. “너 정말 똑똑하구나. 이렇게 빨리 풀다니, 천재 같아.”

이 말에 아이는 뿌듯해하며 계속 문제를 푼다. 잠시 후 선생님이 바뀌고 아이에게 “아까 풀었던 것보다 조금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볼래 아니면 비슷한 문제를 한 번 더 풀어 볼래”라고 묻는다.

아이의 답은 어땠을까. 슬프게도 모두 ‘비슷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어려운 것에 도전했다가 자신을 ‘천재’라고 치켜세워 준 선생님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처럼 재능에 대한 칭찬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을 가로막는다.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조직 운영에서도 이런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역량이 충분하기에 더 도전적 목표를 가져도 될 것 같은 구성원이 보수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은 업적 그리고 이를 통해 받아 온 칭찬을 버릴 수 없어서다. 이렇게 용기를 주기 위한 칭찬이 독이 될 때도 있다.

◆‘마음 구조’를 바꾸는 칭찬을 해야


그렇다면 올바른 칭찬법은 무엇일까. 우선 상대방의 ‘마음 구조’를 바꾸기 위한 칭찬이 필요하다.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 마음의 틀, 곧 마음 구조를 ‘닫힌 마음’과 ‘열린 마음’으로 구분한다.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은 지능과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칭찬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갖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올바른 칭찬 법은 두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결과나 재능이 아닌 ‘과정’에 대한 칭찬이다. 예를 들어 보자. 반에서 30등 정도를 하던 아이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시험 기간이라고 주말에도 놀지 않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더니 10등이나 올라 20등을 하게 됐다.

이때 어떤 칭찬을 해야 할까. “20등이 뭐니”와 같은 잔인한 피드백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우리는 지금 ‘칭찬’을 얘기하고 있으니까. “잘했어. 이것 봐 너도 하니까 되잖아”라는 말은 전형적인 결과 중심의 칭찬이다.

과정을 칭찬한다는 것은 “이번 시험 준비한다고 주말에도 열심히 하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네”라는 말처럼 상대가 한 행동, 즉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칭찬이다.

시험 점수는 결과일 뿐이다. ‘노력한 것’에 대해 인정받을 때 ‘다음에도 이렇게 열심히 해서 또 칭찬을 받아야지’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과정에 대한 언급이 핵심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업무 성과는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왔든 그 일을 처리하느라 누군가는 애를 쓴 것이다. 최소한 그 과정에 대해서는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잘못된 칭찬은 오히려 ‘독’…‘약’이 되는 칭찬법은?
어떤 자료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일하는 과정에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같은 것을 묻고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도 “역시 자네는 달라”와 같은 결과가 아닌 ‘어떤 식으로 일했는지’에 대해 인정해 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영업 사원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달리 실적이 잘 나오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와 같은 질문을 통해 그 과정에서의 변화를 칭찬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하 직원의 성과와 업무 방식에 대해 정확한 관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 관찰을 통해 파악한 사실만으로 피드백을 해야 부하 직원이 자기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제대로 된 칭찬을 위한 다른 하나는 그 행동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력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휴가를 가게 된 동료의 일을 기꺼이 도와준 박 대리에게 “고생했어, 역시 박 대리밖에 없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좋은 칭찬은 “박 대리 덕분에 우리 팀이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얘기하며 행동이 끼친 영향에 대해서까지 말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의 성과로 조직에 어떤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파급력이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라는 뜻이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별개의 객체’가 아닌 ‘타인들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 영향력임을 인식할 때 그런 행동을 하려는 욕망은 더 강해진다. 성과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끙끙거리다 몸을 돌렸을 때, 네 발로 기어 다니다 두 발로 일어섰을 때, 혼자 신발을 신고 뿌듯해 할 때 등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많은 순간 놀라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가 어린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서 그 행동들은 ‘당연한 것’이 된다.
어떨 땐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책’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시 눈높이를 낮춰보자. 아니, 더 정확히는 ‘상대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자. 그러면 칭찬할 게 보인다. 리더의 시각에서 구성원의 행동이나 결과가 성에 차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만큼의 역량과 경험이 없으니까. 결국 칭찬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고 노력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