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은 한경비즈니스가 2010년부터 진행 중인 베스트 로펌 설문 평가에서 단 한 번도 다른 로펌에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한경비즈니스는 설문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추가했다.
평가 항목은 금융·자본시장, 조세, 공정거래, 중재·국제분쟁, 인사·노무, 특허와 상표·지식재산권, 민사, 형사, 기업 법무(M&A·에너지·부동산·해상·정보통신 미디어), 노동, 자문료·비용,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로열티(성실성·책임성) 등 총 17개 부문이다. 설문 조사는 로펌 서비스의 주요 수요자인 200대 기업 법무팀이 직접 평가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이변은 없다” 김앤장, 올해도 왕좌 수성
이변은 없었다. 올해도 김앤장은 주요 부문 1위를 석권했다. 김앤장은 금융·자본시장, 조세, 공정거래, 중재·국제분쟁, 기업 법무(M&A) 등 전체 17개 부문 중 1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점은 지난해 2107점보다 오른 2480점을 기록했다. 2위와는 900점 이상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금융·자본시장 부문이 18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와 함께 기업 법무(M&A)와 형사 부문에서 각 180점, 공정거래 부문 179점, 조세 부문 162점 등으로 1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중재·국제분쟁 부문에서도 154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김앤장을 대적할 적수를 찾기 어렵다. 김앤장이 10년 연속 기업 변호사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내 ‘베스트 로펌’ 지위를 이어 가는 이유는 15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펼치는 완벽한 팀플레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수·합병(M&A), 금융, 증권, 보험, 송무, 중재, 지식재산권, 공정거래, 건설, 환경, 인사·노무, 조세 등 전통적인 영역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등 최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사법 제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해외 현지 소통 능력을 겸비한 1500여 명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토대로 각 사안별 종합적인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국제중재팀과 지식재산권팀의 역량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올해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를 대리해 중동 지역 가스회사 사이에서 발생한 9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제중재재판소(ICC) 방어에 성공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국제중재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펌·변호사 평가 기관 체임버스 아시아 퍼시픽에서 국제 중재 분야의 국내 로펌 1위로 2008년부터 1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김앤장 지식재산권팀은 300명 이상의 국내외 변호사·변리사, 550명 이상의 특허 전문 인력 등 막강한 인재풀을 자랑한다. 지식재산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발 빠른 대응도 지식재산권팀의 강점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지식재산권법원에서 중국의 유명 기업을 상대로 진행된 국내 대기업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금지 명령과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는 쾌거를 올렸다. 이 재판은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중국 유명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법정 배상액을 넘는 손해배상액을 이끌어 낸 첫 케이스로 주목 받았다.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미국 법률 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0대 로펌’에 6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앤장은 변호사 수 기준 58위,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 변호사당 수익과 연간 매출액에서 각 59위와 53위에 올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세계적 법률·금융 전문잡지인 IFLR이 뽑은 ‘올해의 한국 혁신 로펌’에 17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 유럽의 저명한 법률전문지인 아시아로(Asialaw)가 아태지역 로펌을 대상으로 13개 분야와 11개 산업별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올해 어김없이 24개 전 부문 최우수 등급에 선정됐다. ◆ 태평양, 2위 안착…세종 3위 싸움 勝
법무법인 태평양은 김앤장에 이어 종합 2위를 수성했다. 1위와 격차는 여전하지만 총점에서 지난해 1492점보다 오른 1539점을 받았다. 중재·국제분쟁, 기업 법무(정보통신 미디어),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등 주요 부문에서 선두권을 차지한 것이 주효했다.
태평양은 2018년 기준 국내 법무법인 최초로 매출액 3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올해도 전통 분야에서부터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은 신규 분야, 국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균형 있는 실력을 두루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태평양은 올해 해외시장에서 훨훨 날았다. 포스코가 중국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와 양극재 생산 합자법인을 중국 저장성에 설립하는 동안 태평양은 수차례 거래 구조 변경 등 복잡한 법률 이슈를 신속하게 밀착 지원해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이슈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로펌들 간 3위 싸움이 치열했다. 법무법인 광장·세종·율촌이 3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였다. 최종 승자는 세종이었다. 세종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3위로 순위가 두 계단이나 뛰어올라 김앤장·태평양에 이어 톱3에 안착했다. 올해 총점은 1271점을 받았다.
지난해 740점에서 무려 531점이나 오른 것이다. 세종은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자문료·비용,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로열티 등 부문에선 2위 태평양을 앞지르기도 했다. 김앤장이 주요 부문 1위를 휩쓴 가운데 자문료·비용 부문에서는 세종이 1위를 차지했다.
세종은 지난 3월 김두식 대표변호사가 경영 전담 대표로 취임하며 올해를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가 이끄는 국제분쟁그룹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다. 세종의 국제분쟁그룹은 외국 회사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수백억원대의 중재 사건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최근에는 정부를 대리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분야 소송을 승리로 이끌며 중재·국제분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 가는 중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자동차와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관련한 이슈를 담당하는 디지털테크팀을 설립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희비 엇갈린 광장·율촌, 역량 강화 박차
법무법인 광장은 올해 세종의 약진에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4위를 기록했다. 총점은 1249점으로, 3위 세종과 불과 22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광장은 금융·자본시장, 기업 법무, 자문료·비용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광장은 전통적으로 기업자문그룹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중재팀은 엘리엇·메이슨·게일인터내셔널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ISD) 중재 사건에서 정부를 대리하며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사건과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조세 자문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10여 년 전부터 조세그룹을 강화해 조세의 전 분야에서 고르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위는 총점 800점을 받은 법무법인 율촌에 돌아갔다. 율촌은 지난해까지 수년 동안 줄곧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위였던 세종이 올해 3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광장과 함께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갔다.
조세로 유명한 율촌은 올해도 역시 조세 부문 평가에서 김앤장에 이어 둘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율촌은 올 초 윤용섭·강석훈·윤희웅 변호사를 대표로 선임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최근 송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법원·검찰 엘리트 7명을 영입했다. 또한 신 외감법 시행 등 상장회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회계 감리가 강화되고 관련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회계감리팀을 신설했다. 기업 법무 중 M&A팀을 확대 개편해 전담 인력을 150명까지 늘렸다.
법무법인 화우는 총점 309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6위를 기록했다. 화우는 올해 조직 체계를 개편해 기업 자문과 기업 송무 2개 부문을 큰 축으로 두고 그 아래 금융과 국제, 형사·중재, 공정거래 등 11개 그룹을 세분화했다.
화우는 전통적으로 송무·형사와 공정거래, 조세, 금융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거래 부문 6위를 차지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 배터리 소송전에서 화우의 공정거래그룹 소속의 김철호 변호사가 SK이노베이션 측을 대리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216점)도 올해 순위 변동 없이 지난해와 같은 7위를 유지했다. 지평은 노동 부문에서 전체 4위, 인사·노무와 기업 법무(정보통신 미디어) 등의 부문에서 6위를 차지했다. 지평은 최근 젊은 지도부를 꾸렸다. 올해 신임 경영대표변호사로 임성택 변호사를 추가 선임해 이공현·김지형·양영태 대표변호사와 함께 4명의 대표변호사 체제를 완성했다.
파트너와 어쏘 변호사를 아우르는 업무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업무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인재 영입을 확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금까지 제약·바이오, 행정, 건설, 부동산, 국제거래와 금융, 국제분쟁, 통일,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 변호사를 포함해 총 31명을 영입했다.
지난해 10위였던 법무법인 대륙아주(125점)는 올해 2계단 상승해 8위를 차지했다. 대륙아주는 최근 변호사 숫자를 늘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전문성을 강화한 팀제 운영을 발전시키며 질적 성장도 함께하고 있다. 기업 구조 재편 TF 내 도산팀을 두고 기업승계센터와 입법전략센터를 설립하는 등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법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입법전략센터는 입법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정책들이 입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국내 로펌 최초로 법률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걸프론티어 TF팀을 구성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법무법인 바른(101점)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하락한 9위를 기록했다. 바른은 변호사들의 전문성을 분류해 10개 그룹으로 나누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의뢰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46개 팀으로 세분화했다. 틈새시장 개척에 앞장서 올해 2월 식품의약팀을 론칭해 관심을 모았다.
10위는 법무법인 동인(69점)에 돌아갔다. 동인은 대표적인 전관 중심 로펌으로 쟁쟁한 송무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형사 분야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보다 16계단이나 상승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법무법인 남산(54점)은 무려 33계단 수직 상승한 11위를 차지했다. 1980년 설립된 남산은 전통적으로 건설, 부동산 개발, 금융, 식품 분야에 강하다. 합리적인 비용과 기업 고객별로 전담 변호사를 배정하는 기업 밀착형 서비스로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그 밖에 법무법인 집현전(30점·13위)이 20위권 내에 신규 진입했고 법무법인 양헌(21점·16위)과 세경(18점·19위)이 각각 19, 10계단 상승하며 20위권에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ahnoh05@hankyung.com
[커버스토리 = 2019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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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국 넘어 아시아 최고 로펌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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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 10년 만에 국내 10위 로펌으로 수직 상승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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