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55호 (2019년 12월 18일)

주방을 넘보기 시작하는 ‘로봇 셰프’

기사입력 2019.12.16 오후 06:47

[테크놀로지]

-푸드테크의 주요 트렌드는 무인화…국내에선 ‘메리고키친’ 운영 중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해마다 연말이면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많아진다. 이런 모임들은 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식당에서 열리기 마련이다. 아직은 식당에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고 있지만 머지않아 로봇 셰프가 만들고 로봇 서버가 전달하는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될 날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방을 넘보기 시작하는 ‘로봇 셰프’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음식료업에서도 푸드테크라고 불리는 정보기술(IT)의 도입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푸드테크의 최근 트렌드로 간편식의 확대, 무인화, 대체 식량의 등장, 데이터 활용 증가를 꼽고 있다. 이 중에서 일반 대중의 주목을 많이 받는 것은 아무래도 로봇이 주인공인 무인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음식료업에서 진행되는 무인화는 과거의 자동화와 다르다. 자동화의 주목적은 식료품을 이송하기 위한 벨트컨베이어 도입 등 인간 작업자의 지원이었고 인간의 대체 효과는 주문·결제용 키오스크 도입 등으로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무인화는 기계가 인간의 보조자 역할이 아니라 음식을 나르고 요리하는 식당의 핵심 업무를 전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방의 주인공 역할을 요리사 대신 로봇 셰프가 도맡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무인화 추세의 배경에는 고질적인 인력 관리 부담과 안정적인 맛 유지 필요성에 더해 갈수록 커지는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노동력 부족 등 식당 운영의 제반 어려움을 로봇 도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접객에서 조리까지 로봇이 담당
공간 측면에서 식당은 크게 고객의 식사 공간과 요리를 하는 주방으로 나눌 수 있다. 식당에서 이뤄지는 업무도 공간에 따라 나뉜다. 식사 공간에서는 고객을 응대하는 접객, 주문·결제, 서빙·퇴식 업무가 진행되고 주방에서는 식자재 손질과 조리·설거지 등이 주요 업무다. 물론 식당 외부로의 음식 배달도 있지만 유통·물류 등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산업들에 적용되는 공통 업무이므로 외식업만의 업무라고 보기는 힘들다.



최근 식당과 카페 등에서 로봇이 많이 투입되는 업무 영역은 접객·서빙 등이다. 접객이나 서빙은 상대적으로 규칙적·정형적 업무가 많아 로봇이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조리용 로봇도 이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조리는 로봇이 수행하기에 여전히 어렵다. 재료마다 형태·질감·손질법이 모두 다르고 요리 종류별로 칼·채·국자·포크·냄비 등 다양한 형태의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등 비정형적이고 불규칙적인 동작이 많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리용 로봇은 국수 전문점, 회전 초밥집 등 단순하고 규칙적인 동작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각 업무별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도 상이하다. 접객 로봇은 주문·결제와 관련한 제반 정보를 주고받는 등 고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연어 인식용 인공지능(AI)과 시각 인식용 AI가 필요하고 향후에는 감성적인 이해와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만들어 내는 보다 향상된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접객용 로봇의 외모는 안내용 로봇들처럼 바퀴 달린 키오스크 형태로 구성된 것이 많고 고객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귀여운 휴머노이드 형태를 띠는 것도 있다. 반면 서빙용 로봇은 음식 배송에 필요한 이동성을 갖춰야 하므로 실내 이동을 감안한 전동기 기반의 구동체 기술과 위치 측정 및 동시 지도화(SLAM :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등 자율주행 관련 기술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조리용 로봇에는 보다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다. 각종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다루기 위한 다양한 기구부 관련 기술과 식재료의 종류·양·위치·조리 상태를 판별할 수 있는 시각·촉각 관련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구부 측면에서 보면 조리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은 기존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것과 조리 도구를 자동화하는 두 가지 방식이 병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인간이 조리 도구를 다루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로봇 팔 형태의 매니퓰레이터, 즉 수직 다관절 로봇이나 스카라 로봇과 같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조리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믹서나 슬라이서·프라이팬·냄비 등의 조리 도구를 자동화 설비에 장착한 모습의 다소 자동화 설비 같은 형태의 조리용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먹는 음식을 다루는 음식료업의 특성상 위생 관련 기술도 로봇에 반영돼야 한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위생 관련 기준을 준수하고 부식이나 이물질로 인한 오염 방지 등 로봇의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책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식당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한국·미국·일본 등 경제 발전도가 높고 인건비 부담이 큰 국가들뿐만 아니라 로봇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시도는 미국의 카페 X(Cafe· X)나 국내 커피 전문점인 달콤커피의 ‘비트(b;eat)’처럼 수직 다관절 로봇이 커피·주스 등의 음료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로봇 카페다. ‘비트’에 채택된 로봇은 일본 덴소의 가반 하중 7kg급 수직 다관절 로봇인데, 위생 관련 국제표준화기구(ISO) 규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무디 음료를 만드는 미국의 스타트업 6D 바이츠(Bytes)의 로봇은 과일이 담긴 용기를 믹서에 올려 음료를 만드는 작업과 완성된 음료를 컵에 부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단순히 커피나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더 다양한 업무를 하는 로봇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동화 전문 기업 티 로보틱스와 미디어 콘텐츠 회사 디스트릭트홀딩스가 함께 만든 국내의 ‘카페봇’에서는 드립봇이 커피를 만들고 디저트봇은 고객이 원하는 그림을 즉석에서 케이크 위에 그리며 드링크봇은 바텐더의 조리법에 따라 칵테일을 셰이킹해 만든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테스트 베드 목적으로 개설한 카페 ‘페퍼 팔러’에서는 주문받고 춤추고 청소하는 3종류의 로봇이 일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고객에게 인사하고 주문을 받거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고객의 표정을 읽고 기분을 추측해 알맞은 메뉴를 추천하기도 한다. 페퍼의 원형인 소형 휴머노이드 나오(NAO)는 고객을 위해 춤을 추고 소형 청소 로봇 위즈(Whiz)는 영업 종료 후 카페 청소를 하는 것이다.



접객·서빙·조리에 필요한 기술은 각각 달라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의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크리에이터’는 채소·고기 등 식자재를 손질해 5분 내에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 매장을 운영한다. 크리에이터의 로봇은 인간 요리사가 하는 일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고기와 양파 등을 갈아 혼합한 후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굽고 구워진 패티가 벨트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 토마토·양파·피클·치즈 등의 토핑 재료를 빵 위에 쌓아 올린 다음 소스를 뿌려 햄버거를 완성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줌 피자’는 로봇을 주축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피자 배달 사업을 한다. 줌 피자의 주방에서는 5종의 로봇들이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페페와 조르지오(Giorgio)라고 불리는 로봇은 피자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를 뿌리고 델타 로봇인 마르타(Marta)가 소스를 바르면 ABB의 수직 다관절 로봇 브루노(Bruno)가 초벌 조리를 할 수 있도록 피자를 오븐에 넣는다. 초벌 조리된 피자를 ABB의 수직 다관절 로봇 빈센조(Vincenzo)가 오븐이 장착된 배달 전용 트럭으로 옮기는 것으로 피자 조리 작업은 완료된다.



고객에게 음식을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서빙 로봇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운영 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이 200만 달러(23억8000만원)를 투자한 미국의 베어로보틱스는 직원이 로봇의 쟁반 위에 음식을 올린 후 지정된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장애물을 피하면서 최적의 경로로 음식을 운반하는 서빙 로봇 페니(Penny)를 개발하고 있다. 페니는 미국의 피자 전문점 ‘아미치스(Amicis)’의 일부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로봇에 호기심을 가진 고객들을 그러모으는 집객 효과를 창출해 매출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페니와 달리 중국의 푸드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서빙 로봇 환러쑹은 자국을 넘어 한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로봇 환러쑹은 납작한 사각형 모양의 구동부 상단에 식기 운반용 쟁반을 4단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자율주행 로봇이다. 작동 방식이 페니와 유사한 로봇 환러쑹은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서빙할 만큼 많은 식기를 운반할 수 있고 인간 직원보다 최대 2배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환러쑹은 중국의 대형 훠궈 체인인 하이디라오의 일부 지점과 전자 상거래 기업인 징둥이 운영하는 로봇 식당인 ‘X미래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기술이 시험 적용된 국내 로봇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도 음식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주방을 넘보기 시작하는 ‘로봇 셰프’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9-12-17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