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돈 찍어내는 기업에서 탈피…혁신 신사업으로 ‘현금 없는 시대’ 위기 돌파
한국조폐공사, 지역 화폐에서 캐릭터 기념 메달까지…신사업 날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간편결제·카드 등 다양한 지불 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화폐 사용량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6년 연속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조폐공사는 은행권과 주화, 수표, 우표, 주민등록과 여권 등 국가 신분증, 골드바, 메달 등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제조 공기업이다.

디지털화로 ‘현금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조폐공사의 전통 사업인 화폐 발행 비중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조폐공사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2018년 매출액 4806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혁신 경영을 통한 다양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있다.
한국조폐공사, 지역 화폐에서 캐릭터 기념 메달까지…신사업 날개


◆ 조용만 사장, ‘업의 진화’ 이끌어


조폐공사는 2018년 조용만 사장이 취임 이후 단순 화폐 제조 기업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공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조용만 체제의 조폐공사는 신사업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각종 보안 제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전통 사업인 기념주화 사업에서는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기념 메달과 골드바 등을 선보였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사업들로 호실적을 내며 순항 중인 조폐공사는 ‘업(業)의 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브라운앤프렌즈 기념메달’을 출시했다. 고품위 기념주화와 메달을 제작해 온 조폐공사는 라인프렌즈와 협업을 통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 메달 제작을 추진해 왔다.

브라운앤프렌즈 기념 메달은 글로벌 인기 캐릭터인 브라운·코니·샐리가 서울의 명소인 광화문·남대문·남산을 여행하는 스토리로 피규어와 결합된 금 1종(브라운), 은 2종(코니·샐리)으로 출시됐다. 여기에는 국내 최초로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전면 잠상 기술이 적용됐다.

조 사장은 “캐릭터 기념 메달은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멋과 문화를 담은 고품격 메달 제품을 선보여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드라마 캐릭터 라이선싱 제품으로는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인 ‘아스달 연대기 캐릭터 카드형 골드 5g’도 선보였다. 드라마 속 화합과 통일의 신 ‘아라문 해슬라’의 모습을 고급형 카드 케이스에 담았다.

순금 99.99%, 중량 5g의 순금으로 뒷면에는 조폐공사의 특허인 4방향 잠상 기술을 적용해 위·변조를 방지했다. 케이스 후면에는 정품 인증 홀로그램을 부착했다. 조폐공사는 ‘아스달 연대기’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측과 함께 세계적인 특수 압인 기술에 K드라마를 결합해 한류 문화 확산과 수집 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창수 조폐공사 압인사업팀장은 “조폐공사의 금제품은 순도와 중량을 신뢰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문화 콘텐츠와 결합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 지역 화폐에서 캐릭터 기념 메달까지…신사업 날개

◆ 블록체인 접목…4차 산업혁명 기술 선도


조폐공사는 블록체인 보안 기술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콤스코(KOMSCO) 신뢰 플랫폼’ 기반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조폐공사는 2017년부터 내부에 블록체인사업팀을 만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미래 사업을 준비해 왔다. 공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전담 조직을 구성한 것은 조폐공사가 최초다.

조폐공사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공공 분야 서비스 플랫폼인 콤스코 신뢰 플랫폼을 구축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조폐공사가 지류(종이) 형태로 공급해 왔다. ‘분산형 원장 기술’로도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레고블록처럼 정보를 블록들로 각기 연결해 저장하는 특징이 있어 해킹에 강하다.
한국조폐공사, 지역 화폐에서 캐릭터 기념 메달까지…신사업 날개
이러한 기술적 특성 때문에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은 종이 형태로 발행되는 상품권보다 위변조가 어렵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구입하고 가맹점에서 QR코드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은행 환전의 번거로움도 해소할 수 있다. 지자체도 가맹점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조폐공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시흥·성남시에서의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군산·포항·영주·제천·영광 등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화폐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정품 인증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 11월 ‘라벨갈이’ 짝퉁을 막는 ‘의류용 보안 라벨 기술’을 공개했다. 가짜 라벨을 단 섬유 제품에 감지기를 갖다 대면 소리가 울리지 않지만 특수 보안 물질을 섞어 만든 섬유로 라벨을 만들어 진품을 가려내고 라벨갈이를 방지할 수 있다.

중국의 한국 화장품 카피 제품에 대응한 화장품 정품 인증 라벨 제작도 조폐공사의 기술로 이뤄진다. 정품 인증 사업은 가짜 상품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해 준다.
한국조폐공사, 지역 화폐에서 캐릭터 기념 메달까지…신사업 날개
올해 조폐공사는 △공공 역할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지속 창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의 성공적 안착으로 국민 편익 증대 △‘기본과 원칙’ 기반의 품질 관리로 무결점 제품 구현 △지속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과 해외 시장 개척 강화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한 조직 경쟁력 제고 등을 5대 중점과제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조폐공사는 올해를 체질 개선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고 2030년 매출 1조원의 세계 최고의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힘입어 2014년 ‘5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지 5년 만인 2019년 ‘7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사상 최초로 태국에 금화 기념주화를 수출하는 등 과거 특정 국가에 한정됐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수출 품목도 주화, 지폐, 은행권 용지, 불리온 메달, 전자 여권과 주민등록증, 지폐 제조에 쓰이는 특수 안료로 넓힌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