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신축 예정돼 있고 소유자가 조건 부합 ‘주장’해야 일반 대지와 동등하게 평가
‘지목’ 때문에 토지 감정평가 낮게 받았다면?

[이수희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지역주택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혹은 주택법상의 각 매도청구권 행사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매도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매도청구소송 내 토지 감정평가는 ‘개발 이익을 포함한 시가’로 산정돼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다. 이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및 지역주택조합이 기존의 토지 소유자들에게 토지를 강제로 매수하는 만큼 해당 사업으로 인해 매수 시점(감정 기준일)까지 시가 외 개발 이익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면 그러한 추가적 지가 상승분까지 고려해 가격을 산정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용 현황 등이 도로나 하천으로 한정되는 ‘구거’는 가치 자체가 일반 대지에 비해 3분의 1 가격에 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감정평가 선례였다. 도로나 하천의 부속 시설인 ‘구거’는 일반 대지에 비해 이용 가능성이 매우 제한돼 있어 거래가 드물고 따라서 교환 가치도 낮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도로나 하천도 추후 주택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공동주택의 일부가 되는 이상 시가는 재건축 사업이 시행될 것을 전제로 할 경우의 인근 대지 시가와 동일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41698 판결), 실제 매도청구소송에서 지목이 구거인 도로나 하천이 일반 대지와 동등하게 평가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왜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목이 구거인 도로나 하천은 그 가치가 낮게 평가돼 왔을까.

먼저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비록 특정 토지가 지목이 구거이고 현재의 이용 가치는 도로 또는 하천에 불과하더라도 추후 재건축 혹은 주택조합 개발 사업에 따라 공동주택 신축이 예정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의 조건이 충족되는 토지라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감정인(감정평가사)은 평가 전문가일 뿐이다. 특히 외부에서 위촉된 감정평가사는 추후 조합의 개발 사업으로 해당 토지가 공동주택의 부지가 될지, 도로에 편입될지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리고 판사 역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정을 고려해 엄연히 지목이 구거인 도로나 하천 부지에 관해 일반 대지의 가치로 인정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즉, “이 땅이 지목은 구거이고 현재 도로로 사용 중이나 추후 조합의 개발 사업 이후 공동주택의 부지가 될 예정이니 일반 대지의 가격과 동등하게 평가해 달라”는 주장은 당사자와 그 소송 대리인(변호사)의 몫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합의 사업시행계획서 등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필수 사항이다.

이미 법원 감정인에 의한 감정평가가 끝난 상황이고 그 결과가 주위 일반 대지에 비해 현저히 낮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감정평가서를 꼼꼼히 분석해 행정 조건, 접근 조건, 환경 조건, 획지 조건 중 어떠한 요소에서 소위 ‘감점’을 받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감점을 받은 실질적 원인이 지목이나 현황 때문이라면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입증해 그 위법성을 주장해야만 한다.

최근 대법원은 한 지역주택조합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에서 “지목이 구거인 토지의 행정 조건이 열세하다고 판단한 것은 개발 이익을 반영하지 아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하며 부산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대법원 2019. 11. 28. 2019다235566 판결). 이는 해당 토지는 지목이 구거이고 현황이 도로이지만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에 따라 공동주택 신축 예정 부지가 된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목을 이유로 ‘행정 조건’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정확히 입증된 결과다.

물론 위의 모든 주장과 입증은 소송과 감정평가 양자에게 모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조기 대응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