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규제 샌드박스 지정 혁신 금융 서비스 77건 출시 ‘박차’
-한투, 펀드 상품권 2020년 초 선보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경 님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만나기 어려운 지인에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온라인 상품권(e쿠폰)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3분기까지 e쿠폰을 통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조3164억원이다. 3분기에 이미 전년 전체 거래액(2조1087억원)을 넘어섰고 전년 같은 기간(1조394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e쿠폰으로 주고받지 못하는 상품이 있다.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 투자 상품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 투자 상품권을 판매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e쿠폰을 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투자 중개’를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 운용사에서 ‘펀드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이는 특정 펀드를 운용사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 선물하는 방식으로 제한된 형태다. 선물을 받은 이가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없고 정해진 상품만 교환할 수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신금투·한투, ‘금융 투자 상품권’ 서비스

조만간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거래되는 ‘금융 투자 상품 e쿠폰’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2019년 10월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한 금융 투자 상품권 거래 서비스’를 혁신 금융으로 지정하면서다.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4년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준다. 한국투자증권의 서비스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특례를 적용 받게 됐다. 지정 시점부터 향후 2년간 해당 서비스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
카톡으로 해외 주식·보험 선물하세요…쏟아지는 혁신 금융 상품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초 출시를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서비스가 출시되면 카카오톡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금융 상품권을 선물할 수 있다. 받은 상품권을 한국투자증권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한 뒤 이 돈으로 금융 상품을 골라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거래가 없던 이도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계좌를 개설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은 e쿠폰의 주요 가격대를 고려해 1만~10만원대로 발행될 예정이다.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은 일정 투자 기간이 필요한 펀드나 환매조건부채권(RP)·발행어음 등 예치식·적립식 투자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상품권에 적합한 상품 추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 상품권이 대학 입학·취업·결혼 등 재무 설계가 전환되는 시기에 선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권 발행이 국내 개인 투자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금융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9년 4월 1일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9개월 동안 10차례에 걸쳐 77건의 혁신 금융 서비스를 지정했다. 2020년 3월까지 총 100건을 지정할 계획이다. 대중에게 손쉬운 투자 경험을 제공하고 금융 상품 투자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증권사 중 혁신 금융 서비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단가가 높은 해외 주식을 잔돈이 생길 때마다 쪼개서 살 수 있는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해외 주식을 1주가 아닌 0.1주,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매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단돈 1만원으로도 해외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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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미국 시장의 대형 기술주인 페이스북과 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구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약 46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앱인 ‘신한 알파’의 소수점 글로벌 투자를 활용하면 약 7만원으로 5개 기술주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주식 온라인 상품권 구매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소액 투자 비즈니스의 확장 모델이다. 이 서비스가 출시되면 국내에서도 친구에게 커피 기프티콘 대신 해외 주식 기프티콘을 소액으로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면 미국에서처럼 자녀들에게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디즈니 등 특정 주식 상품권을 선물해 자연스러운 경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손보, ‘모바일 보험 상품권’ 출시

SK증권은 소액 투자자가 다양한 채권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인 ‘장외 채권 중개 플랫폼’을 2020년 10월 출시할 계획이다. 일대일 매칭만 가능한 기존 장외 채권 매매와 달리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중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익률과 채권 신용 등급 등 거래 중인 채권의 가격 정보를 볼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다양한 채권의 투자 정보를 제공해 소액 투자 기회와 거래 편의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과 SK증권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험 상품을 쿠폰으로 구입하거나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NH농협손해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모바일 보험 상품권’을 2019년 12월 18일 출시했다. G마켓·옥션·NH멤버스 포인트몰에서 3000원권·5000원권·1만원권·2만원권 등 총 네 종류의 모바일 보험 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상품권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온·오프(On-Off) 해외여행보험·국내여행자보험·주택화재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보험 상품권을 직접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은 소비자는 농협손보 모바일 앱과 웹에서 다이렉트 전용 보험 상품을 선택한 후 상품권 번호를 입력해 보험료를 결제하면 보험 가입이 완료되는 식이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모바일 보험 상품권은 국민의 위험 보장 공백 해소와 다이렉트 보험 시장이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은행 창구의 혼잡 정도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예금·보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AI 은행원 예약·상담’ 서비스를 2020년 11월께 내놓을 계획이다.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AI 은행원이 은행 창구의 혼잡도를 사전에 확인하고 예·적금과 보험·신용카드 등 맞춤형 금융 상품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방문 예약을 잡아주고 필요한 서류도 알려준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방문이 필요한 고객은 사전 예약을 통해 서비스 이용 시간을 효율화할 수 있다”며 “또한 고객의 소비·투자 패턴을 분석한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으로 소비자 편의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