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모바일에 맞춘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변신
-해외 시장 진출하고 스타트업과 손잡아
‘탈TV 시대’ 홈쇼핑 기업 4色 생존전략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쇼핑 트렌드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 가는 ‘탈(脫)TV 시대’를 맞아 TV 홈쇼핑 업체들이 실적에 부침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TV 홈쇼핑 채널끼리 경쟁하면 됐지만 이제는 T커머스·이커머스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TV 홈쇼핑 업체들의 주 무대였던 텔레비전 시청 시간도 뉴 미디어의 등장 이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실제 홈쇼핑 업체들의 전체 취급액에서 모바일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18년 TV 홈쇼핑업계의 전체 취급액 19조6375억원 중 방송 취급액은 10조524억원, 모바일 취급액은 6조8970억원이다.

전체 취급액 대비 방송 취급액의 비율은 2016년 55.9%, 2017년 52.5%, 2018년 51.2%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 비율은 29.2%, 31.2%, 35.1%로 증가 추세다. TV 시청 시간 하락이 TV 상품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업체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탈TV 시대’ 홈쇼핑 기업 4色 생존전략

◆ CJ·롯데, 미디어 커머스 전략에 올인


업계는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고객 취향을 파악하고 모바일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객을 다시 TV 앞으로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미디어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미디어 커머스에 주력하는 업체는 CJ ENM과 롯데홈쇼핑이다.

2010년부터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쇼퍼테인먼트’를 시도해 온 CJ ENM 오쇼핑 부문(CJ오쇼핑)은 최근 모바일 생방송 채널인 ‘쇼크라이브’, V커머스 업체 ‘다다스튜디오’ 등을 통해 미디어 커머스에 공들이고 있다.

CJ오쇼핑은 2018년 콘텐츠에 강점을 보유한 CJ E&M과 합병한 이후 콘텐츠와 커머스 융합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합병 이후 첫 시도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와 손잡고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코빅마켓’을 선보였고 모바일 라이브 생방송 ‘쇼크라이브’에서는 유명 유튜버와 협업해 젊은 층 고객 유입과 매출 확대에 성공했다. 다다스튜디오를 통해서는 V커머스 콘텐츠와 결합한 콘텐츠 통합 솔루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완신 대표 취임 이후 모바일 기반 시장 변화에 따라 홈쇼핑 채널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2019년 롯데홈쇼핑은 2025년까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비전 달성 계획의 일환으로 2019년 단독 브랜드 강화를 통한 상품 경쟁력 확보, 모바일과 방송 콘텐츠 강화 등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했다. 2019년 4월에는 20·30대 젊은 고객을 겨냥한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인 ‘몰리브(MOLIVE)’를 론칭해 트렌디하고 이색적인 상품을 선보였다.

차별화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모바일 서비스 강화에도 집중했다. 인기 브랜드의 가상 매장을 방문하는 ‘핑거쇼핑’, 가전·가구 가상 배치 서비스인 ‘AR뷰’ 등 첨단 기술을 쇼핑에 접목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자체 패션 브랜드 ‘LBL(Life Better Life)’과 ‘아이젤’ 등 단독 패션 브랜드를 통한 상품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2019년 3분기 TV 홈쇼핑 취급액은 3931억원, 모바일을 포함한 이커머스는 475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TV 홈쇼핑 0.7%, 이커머스가 15.9% 늘었다.

업계에선 롯데홈쇼핑이 2019년 실적에 힘입어 TV 홈쇼핑업계에서 CJ ENM 오쇼핑 부문과 GS홈쇼핑에 이어 3위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8년 매출액 기준 롯데홈쇼핑은 3위 현대홈쇼핑에 이어 4위였다.

롯데홈쇼핑은 2020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 가며 미디어와 유통이 결합된 새로운 미디어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디오 커머스(V커머스) 중심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 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 어댑트에 40억원,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스켈터랩스에 30억원 등 첨단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020년 단독 패션 브랜드를 강화하고 영상형 커머스 플랫폼,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도입해 기존 홈쇼핑에서 볼 수 없었던 미래형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젊은 층 고객 비율이 높은 모바일도 잡고 중·장년층 고객 비율이 높은 TV 홈쇼핑 고객도 잡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탈TV 시대’ 홈쇼핑 기업 4色 생존전략

◆ GS는 스타트업 투자·현대는 해외 공략


‘탈TV 시대’ 도래에 따른 위기를 벤처 네트워크 구축으로 돌파하는 곳도 있다. GS홈쇼핑은 2011년부터 국내외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

자사 홈쇼핑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커머스·AI·빅데이터·검색·콘텐츠·마케팅·O2O·소셜 네트워크 등 다방면에 걸쳐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하고 있다. GS홈쇼핑이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은 전 세계 580여 개, 총투자 금액은 3300억원에 달한다.

GS홈쇼핑은 자금 투자에만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CVC(기업이 주도하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래사업본부 산하에 전문가들이 포진한 벤처투자팀·M&A실·CoE팀을 두고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인 ‘GWG(Grow with GS)’도 2015년 9월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해외 벤처 펀드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 GS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교류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GS홈쇼핑은 투자 위주의 일반 벤처캐피털(VC)과 달리 고객 서비스·품질·물류·법률자문 등 스타트업들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의 스타트업 투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호 성장을 비롯해 결과적으로 GS홈쇼핑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GS샵 ‘반려동물 모바일 전용관’은 GS홈쇼핑의 투자를 받은 펫 관련 스타트업들과 함께하며 협력사별로 매출 400~600%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탈TV 시대’ 홈쇼핑 기업 4色 생존전략
현대홈쇼핑은 해외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에 이어 2019년 8월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했다. 현지 1위 지상파와 송출 계약을 하고 호주 홈쇼핑 채널인 ‘오픈숍’을 개국했다. 현대홈쇼핑은 2021년까지 오픈숍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CJ·GS·롯데·현대 등 홈쇼핑 ‘빅4’가 이처럼 모바일 강화, 쇼핑 콘텐츠 차별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이유는 모바일 쇼핑 트렌드에 따른 경쟁 심화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TV 홈쇼핑 채널과만 경쟁했는데 이제는 모바일 채널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쟁 심화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