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최고의 CEO]
-애널리스트 265명 대상 설문
-이건희·최태원·이재용 1·2·3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애널리스트 265명은 ‘뉴 밀레니엄 20년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선정했다. 전체의 19.4%가 이 회장을 꼽았다. 최태원(9.9%)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9.1%)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몽구(6.0%)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5.8%)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 김범수(5.3%) 카카오 의장, 박현주(3.8%)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고(故) 구본무(3.3%) 전 LG그룹 회장, 차석용(3.1%) LG생활건강 부회장, 서정진(2.5%) 셀트리온 회장의 순이었다.
[뉴 밀레니엄 20년]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계열사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며 질적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회장의 선언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주문 이후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업 구조를 혁신했다. TV와 휴대전화 등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이후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 2011년 말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에너지·석유화학·통신에 이어 반도체를 새 먹거리로 키웠다.

최 회장은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암팩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M&A를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1월 2일 소비자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신년 행사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고객, 사회와 함께 행복 경영,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병석에 누운 이후 글로벌 현장을 직접 챙기며 ‘이재용의 삼성’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기업 총수로서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경영에 활용하는 중이다. 2019년 12월 18일엔 스웨덴 최대 기업 집단인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기업 지배 구조 현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2019년 11월 1일 열린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통해 “함께 나누고 성장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월 2일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과거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창업가 4명 눈길
[뉴 밀레니엄 20년]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품질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그룹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은 부지 매입 이후 6년 만인 올해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GIO 겸 라인 회장은 네이버를 국내 포털 시장 1위로 성장시켰다. 네이버는 1998년 당시 삼성SDS 직원이던 이 GIO의 주도로 삼성SDS의 사내 벤처 기업에서 출발했다. 1999년 6월 네이버컴으로 독립한 이후 2000년 한게임 등과 합병하며 성장했다.

네이버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 2019’에 로봇을 전시하는 등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인을 앞세워 일본에서 원격 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자신이 창업한 한게임(당시 NHN)을 나와 새 회사 카카오(구 아이위랩)를 세웠다. 2010년 3월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키웠다.

김 의장은 2014년 10월 카카오를 포털 업체 다음과 합병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택시·카카오 T 대리 등의 한국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케피탈을 설립해 미래에셋대우를 국내 대표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2018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을 맡아 해외 투자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의 목표는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다. 10여 년간 세계 시장에서 쌓은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랜드마크 자산을 쓸어 담고 있다. 2019년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을 약 7조원에 통째로 가져오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본무 전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정도경영’을 통해 화학·전자·통신 서비스 사업 등을 세계 일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구 전 회장은 LG화학을 2차전지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웠다. 20여 년간 4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발굴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세계 최초로 100인치 풀 GD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에 성공했다. 대형 올레드(OLED) 사업은 세계 1위에 올랐다.

◆차석용, 전문 경영인 유일 순위권

서정진 회장은 2002년 창업 후 회사를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키웠다. 서 회장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램시마’에 이어 ‘허쥬마’와 ‘트룩시마’를 미국 등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들 바이오시밀러 중 일부는 유럽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서 회장은 오는 2월 독일을 시작으로 ‘램시마SC’를 유럽에서 연이어 출시한다. 기존 정맥주사(IV)인 램시마를 피하주사(SC)로 제형을 변경한 개량 신약 격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약 10조원의 글로벌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차 부회장은 2004년 사장 취임 이후 화장품 사업의 고속 성장과 생활용품·음료 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럭셔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출시 후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차 부회장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해 아시아를 뛰어넘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돋보기 2010년 조사와 비교해 보니
최태원 SK 회장, 10년 전 9위에서 2위로 ‘껑충’
[뉴 밀레니엄 20년]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10년 전 조사에서 9위에 랭크된 최 회장은 순위가 무려 일곱 계단 상승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위 자리를 지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순위가 두 계단 하락했다. 정 회장은 2016년 말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에게 경영을 넘긴 상태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도 두 계단 떨어졌다.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순위가 네 계단 하락했다. 2001년 3월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과거 조사에서 8위에 올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과거 7위였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과거 3위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던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단 2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는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10년 전 조사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각각 6위와 10위에 오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반석 전 LG화학 부회장도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윤 전 부회장은 1표, 김 전 부회장은 2표를 받았다.

윤 전 부회장은 1944년생으로,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1992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2000년 부회장에 오르는 등 2008년까지 약 17년 동안 CEO로 활약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는 데 일조했다.

김 전 부회장은 1949년생으로, 197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LG화학에 입사했다. 2006년 LG화학 대표이사를 거쳐 2008년 LG화학 부회장에 올랐다. 2006년 당시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혁신 작업을 지휘하며 회사의 지속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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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