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한경비즈니스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265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미래를 예측해 봤다. 총 17개 주요 업종으로 나눠 ‘1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각 업종별 1등 기업’에 대해 물었다. 주관식으로 1인당 1개 기업만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총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LG화학이 2개 부문에서 미래를 이끌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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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업의 핵심 부문 중 하나인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97.7%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265명 가운데 259명이 삼성전자가 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애플(1.1%)과 LG전자(0.8%)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독주 체제는 10년 전 조사와 비교해 더 강화된 모습이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96.6%를 차지했다. LG전자(2.9%)와 팬택(0.5%)이 뒤를 이었다. SK텔레리스·KT에버와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도태되거나 사라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향후 10년 후 구도가 어떻게 바뀔 지 계속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주역, 반도체 부문에서는 역시 삼성전자가 94.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5.3%)가 2위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업계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초 ‘2030년 메모리 1위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비베모리)에서도 1위 달성’의 비전을 제시하고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국내외 50개 이상 소재·부품·협력업체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비전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인프라 투자의 핵심 중간재가 소재나 산업재라면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투자의 핵심 중간재로 꼽힌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 모두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10년 후 반도체의 위상은 계속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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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5G·스마트홈 열린다
전기·전자 부문은 양강 구도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54.5%, LG전자 34.6%를 차지했다. 2020년 전기전자 업종은 5G에 따른 스마트폰 부품의 고도화, 대형 디스플레이 선호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자업계는 ‘선택과 집중’에 돌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5G·스마트홈·드론·웨어러블·자율주행·로봇 등의 키워드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부문에선 네이버가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55.6%의 선택을 받았다. 또한 카카오가 34.2%로 추격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부문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10년 뒤에도 같은 부문에서 ‘빅2’로 맞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과 메신저에서 전 산업 부문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높은 검색 점유율을 기반으로 쇼핑 가격 비교 기능과 네이버쇼핑-네이버페이로 이어지는 사업 연결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는 중이다. 금융 부문에선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인터넷 금융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바일 라이프 편의성이 극대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비즈톡을 통해 카카오톡의 수익화에 성공한 카카오는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콘텐츠 등의 부문까지 뻗어나가는 인터넷 기업의 성과가 어디까지 본격화될지 향후 10년의 판도 변화에 주목할 만하다.

이어 조선·중공업 부문에선 현대중공업이 45.3%를 차지했다. 한국조선해양(21.9%)과 대우조선해양(12.5%)이 뒤를 이었다. 최근 10년 사이 조선업계에는 구조 조정 이슈가 있었다. 조선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위기가 지속되면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선업계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중간 지주사 격인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켰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50년까지 배기가스 50% 감축의 도전을 앞둔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돼 가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에 선 자동차 부문에선 현대차가 86.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는 향후 10년 급격한 변화를 겪을 부문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제한하고 친환경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를 육성하는 쪽으로 대전환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도 미래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41조원을 투입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비롯해 미래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봇과 개인용 비행체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 등 폭넓은 영역에서 인간 중심의 스마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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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1위는 셀트리온
제약·바이오 부문 1위는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41.1%의 선택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24.9%)와 한미약품(17.0%)이 뒤를 이었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 또는 기타 생물체에서 유래하는 세포·단백질·유전자 등을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이다. 최근 글로벌 헬스 케어 산업이 치료 중심에서 개인 맞춤형에 기반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등 새로운 개념의 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램시마SC를 통해 개발·생산과 판매를 아우르는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화학·정유 부문에선 LG화학(50.2%)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또 SK이노베이션(20.0%)과 롯데케미칼(8.7%)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최근 화학·정유 부문은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 변화에 따라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중유 등을 만들어 파는 정유업 전통의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유 회사들은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전지 사업으로 대표되는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마련한 2차전지 부문에서 LG화학은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2차전지 부문의 10년 후 강자를 물은 데 대해 LG화학(56.6%)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26.4%)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로 꼽히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원톱 경쟁에 사활을 건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배터리’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석유화학 의존도를 2024년 매출의 30%대로 낮추고 전지 사업 비율을 50%까지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통신 부문에선 SK텔레콤이 83.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2019년 4월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이동통신사들은 5G 시대의 특화 서비스 경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국내 5G 이동통신 가입자는 435만 명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SK텔레콤의 5G 가입자는 2019년 11월 말 기준 194만963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44.5%를 기록했다. KT는 132만4376명(30.4%), LG유플러스는 108만9837명(25%)으로 집계됐다.

항공 부문에선 대한항공 75.5%, 아시아나항공 14.7%의 결과를 얻었다. 경합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대한항공이 압승을 거뒀다. 최근 항공업계는 크고 작은 이슈로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의 품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대한항공은 지분 경쟁이 한창이다. 항공사들이 M&A와 후계 구도 격변의 시간을 보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공업계 재편과 구조 조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도 나오고 있다.

건설 부문에선 현대건설(35.8%)·GS건설(22.6%)·삼성물산(11.3%) 순이었다. 10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는 있다. 현대건설(45.5%)이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다소 비율이 낮아졌고 삼성물산(30.2%)과 GS건설(10.4%)은 순위를 뒤바꿨다. 건설업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들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통 부문에선 향후 10년 누가 강자가 될까. 이마트(35.0%)와 신세계(33.1%)가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신세계그룹이 10년 후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커머스 시장 1위 쿠팡(10.9%)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뒤를 이었다.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온라인화’로 요약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 둔화가 지속되고 온라인을 통한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의 유통 강자들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 부문에선 CJ제일제당이 34.7%로 맨 앞에 섰다. 식품업계 2위는 제과 업체인 오리온(14.7%)이 차지했고 3위는 농심(10.2%)의 몫이었다.

금융은 부문별로 접전이 벌어졌다. 먼저 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은행(35.3%)이 가장 앞섰고 증권 부문에서는 미래에셋대우(29.8%)가 1위를 차지했다. 보험 부문에서는 삼성생명(42.1%)이 10년 뒤 한국 경제를 이끌 주역으로 선택 받았다.

[돋보기] 2010년 조사와 비교해 보니
10년 전 비교,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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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뉴 밀레니엄 10년을 말하다’와 비교할 때 이번 조사에선 빠지거나 새롭게 추가된 업종들이 있었다. 2010년 조사에서 휴대전화 부문은 2020년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제약은 제약·바이오로 이름을 바꿨다. 10년 사이 산업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재편됐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중흥기를 이끌어 왔다.

제약 산업에선 바이오 헬스 케어가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부상했다. 2010년 조사 결과 제약 부문 톱3는 동아제약(22.9%)·GC녹십자(18.6%)·한미약품(11.7%)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정유·화학 부문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 재편됐다. 10년 전 화학과 에너지 부문으로 나뉘었던 것과 비교할 때 2020년에는 화학·정유와 2차전지 부문으로 나뉘어 조사됐다. 10년 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2차전지는 최근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달라진 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10년 전에는 없던 반도체 부문이 중요하게 자리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수출 효자 역할을 해왔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10년 후에는 비메모리 부문에서의 약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charis@hankyung.com


[뉴 밀레니엄 20년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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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뉴스 :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3저 현상’ 고착
-국제 10대 뉴스 : 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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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