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LG화학·종근당, 바이오시밀러 이어 신약 시동
-한미약품·유한양행은 바이오 신약 ‘드라이브’
‘셀트리온·삼바 게 섰거라’…바이오로 눈 돌리는 전통 제약사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바이오 의약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대표되던 국내 바이오 업종의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과 기타 생물체에서 유래하는 세포·단백질·유전자 등을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이다. 화학 물질을 합성해 만든 합성 의약품보다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반면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제약업계는 기존 합성 신약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 의약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가는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는 물론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 ‘바이오’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LG화학은 2017년 구 LG생명과학을 합병한 이후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LG화학은 2018년 5월과 6월 일본과 한국에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유셉트’를 각각 출시했다. 일본 엔브렐 시장은 연간 약 4000억원 규모로 단일 국가 기준 미국에 이어 둘째로 크다. 현지 판매는 모치다제약이 담당하고 있다.

유셉트는 출시 당시 일본 최초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로 현지의 주목을 받았다. 유일한 경쟁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인도·일본 합작사의 제품이 유일하다. 일본 바이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셉트는 류마티스관절염 사업에 특화된 모치다제약의 영업력과 시장의 낮은 경쟁 강도, 당국의 바이오시밀러 비율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판매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본 모치다제약과 한·일 임상 3상 중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LR19055’ 개발에도 속도를 높여 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큐 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두경부암 치료 신약 후보 물질 ‘큐(Cue)-101’과 벨기에 ‘PDC 라인’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후보 물질 ‘PDC-렁(Lung)’은 지난해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바이오 신약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신약 과제 도입, 협력 모델 구축 등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근당도 바이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빈혈 치료제 ‘네스벨’을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출시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네스벨은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과 항암 화학 요법에 의한 빈혈 치료에 쓰인다. 네스프의 글로벌 매출은 연간 약 3조5700억원, 일본 내 매출은 약 5500억원 수준이다.

네스벨은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해 약물의 투여 빈도를 대폭 줄여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2세대 지속형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네스벨의 일본 현지 판매는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 일본 법인이 맡고 있다. 종근당은 9개국에서 획득한 네스벨의 제법 특허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또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CKD-701’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25개 기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21년까지 임상을 완료해 연간 200억원 규모의 국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과 4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다.

종근당은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CKD-702’의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702는 고형암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두 개의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의 수를 감소시킨다”며 “전임상 후 임상 1상을 앞둔 CKD-702의 적용 범위를 폐암을 비롯해 위암·대장암·간암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삼바 게 섰거라’…바이오로 눈 돌리는 전통 제약사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문 의약품 사업회사인 동아ST도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다베포에틴 알파BS 시린지’의 개발을 마치고 최근 일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판매는 삼화화학연구소(SKK)가 담당하고 있다. 동아ST는 일본 시장을 우선 공략한 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과 공정 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2015년 설립한 조인트 벤처회사 디엠바이오를 통해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자리한 디엠바이오 공장은 연간 총 8000리터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췄다.

디엠바이오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은 중간 과정의 물질을 공급하는 합성 의약품과 달리 최종 단계의 원료를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디엠바이오는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인 ‘DMB-3115’의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항암제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인 ‘DMB-3116’의 전임상도 진행 중이다.

◆CJ헬스케어도 백신 등 바이오 사업 강화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CJ헬스케어도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인 ‘CJ-40001’의 임상 2상을 마친 후 일본과 중국 기업에 기술 수출한 상태다.

일본 ‘YL 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현지 제품 출시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NCPC 젠테크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현지 임상 돌입에 앞서 공정 연구를 수행 중이다. CJ헬스케어는 조만간 CJ-40001의 국내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는 수족구 백신 등의 바이오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도 확대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2018년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엔테로바이러스 71형’ 백신 파이프라인을 이전 받고 세계 최초로 ‘엔테로바이러스 17’과 ‘콕사키 A 16형’ 등 두 개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수족구 백신(CJ-40010)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부터 임상 1상에 돌입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순수 국내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2가 수족구 백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대한제당의 바이오 의약품 계열사인 티케이엠을 인수하는 등 바이오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파이프라인 수가 합성 파이프라인을 넘어선 제약사도 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주인공이다. 한미약품은 총 18개의 바이오 파이프라인(케미칼 13개)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15개의 바이오 파이프라인(케미칼 12개)을 지녔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