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 S2F 비율 모델과 EMH 이론의 대립…중요한 것은 결국 ‘본질가치’
‘비트코인 반감기’ 앞두고 팽팽히 맞서는 낙관론 vs 비관론
[한경비즈니스 = 김경진 해시드 심사역] 비트코인 채굴 보상 반감(halving) 시점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예상되는 시기는 2020년 5월 12일로 정확히는 비트코인의 63만째 블록이 채굴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조절되는 채굴 난이도와 채굴에 활용되는 연산 능력을 의미하는 해시레이트(hashrate)에 의해 결정된다. 이 시점이 되면 1개의 비트코인 블록을 채굴했을 때 받는 보상이 12.5BTC에서 6.25BTC로 줄어들게 된다. 12.5BTC는 현재 비트코인 시세 기준 1억2000만원 수준이다. 2020년 5월에도 비트코인 시세가 유지된다면 보상이 그전의 절반인 6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트코인 채굴 보상 반감(半減) 시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비트코인 가격 때문이다. 채굴 보상 반감이라는 사건이 비트코인 가격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채굴 보상 반감은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먼저 첫째 반감 시점은 2012년 12월이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1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3달러에서 10달러로 약 3배로 상승했다. 이후 1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800달러로 약 80배로 올랐다. 그다음 둘째 반감 시점은 2016년 7월이다. 이 시점 이전 1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300달러에서 600달러로 2배로 올랐고 이후 1년 동안 대략 2400달러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앞선 두 번의 사례에서 모두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실제 누군가는 해당 시기에 큰 수익을 봤으니 이번 반감 시점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게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번 반감 시점에는 가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까. 여러 다른 의견과 가설들이 있지만 서구권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는 몇 가지 주장을 소개한다.
‘비트코인 반감기’ 앞두고 팽팽히 맞서는 낙관론 vs 비관론
◆올해 5월 12일쯤 예상되는 반감
먼저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자주 언급하는 S2F(Stock-to-Flow) 비율 모델을 살펴보자. 트위터와 미디움에서 활동하는 플랜B라는 암호 자산 투자자는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이용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태생적으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이 풀기 어려운 희소성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자산이며 현재까지도 디지털 금으로서 강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면 그 가치를 다른 귀금속의 가치 평가 방법을 이용해 평가해 보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S2F는 ‘생산 대비 재고량’의 약자다. 이미 생산돼 소모되지 않고 남아 있는 비축량(Stock)과 해마다 새로 생산되는 생산량(Flow)의 비율을 이용해 해당 자산의 희소성을 평가한다. 즉 S2F 비율은 ‘SF=비축량÷생산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이 SF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자산의 희소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플랜B의 분석에 따르면 SF 값이 높은 귀금속일수록 더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했다. 비트코인의 SF 값은 얼마일까. 현재 25이고 2020년 5월 반감 시점을 지나면 50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금의 SF 값이 6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높은 값이다. 그는 SF 값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2009년부터의 비트코인 가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번 채굴 보상 반감 이후 1조 달러
(약 1188조원)에 달하고 개당 가격은 5만5000달러(약 6500만원)가 될 것이라고 대담하게 예측한다.
이러한 주장에 반하는 주장도 또한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효율적 시장 가설(EMH :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다. EMH는 어떠한 정보를 이용해 시장 수익률(시장 전체의 수익률로 예를 들면 코스피 인덱스)을 이기는 투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해당 정보는 이미 해당 자산의 시장 가치에 반영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MH는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바로 리스크다. 모든 투자 자산은 각기 다른 수익(return)과 리스크(risk)를 가지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자산은 그만큼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이러한 자산들을 구매했다가 ‘운 좋게’ 리스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EMH의 주장을 비트코인 반감기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
EMH는 S2F 대비 전통 금융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주장이지만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그만큼 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EMH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은 아래와 같다.
가장 먼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사람마다 다르다. 강형(strong form) EMH는 내부 정보나 비공개 정보까지도 자산의 가치에 선반영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아직 잘 모르는 정보라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또 같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해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 반감을 공급 저하에 따른 희소성 증가라고 보지만 누군가는 채굴 보상 감소에 따른 채산성 저하나 보안 약화라고 본다. 남과 다르지만 더 정확한 해석을 해내는 투자자라면 공개 정보를 이용해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결국 EMH는 정보의 극도로 효율적인 교환 상태와 주어진 정보에 대한 극도의 합리적인 해석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제 자체가 현실 경제와 참여 주체의 속성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맹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 앞두고 팽팽히 맞서는 낙관론 vs 비관론
◆‘희소성’ 극대화돼도 사라지는 가치
S2F 모델이 역시 논리적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희소성이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소라면 채굴자들이 합의된 하드포크를 통해 채굴 보상을 0에 가깝게 줄였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가격이 갑자기 높이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채굴자들이 ‘탈중앙화’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비트코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제 정세의 변동성과 비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심화될 조짐이 보였을 때, 이란과 미국이 무력 충돌을 했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창궐로 주요 국가들 특히 중국의 경제 리스크가 커졌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어김없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탈중앙화된 가치 저장 수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사용자가 많아지는 것은 비트코인의 본질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를 둘러싼 기대감이 매우 크다. 해외 유명 투자자들도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까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며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한 사건을 기준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결국 어떤 자산이 본질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건들이 본질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적절하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럴 때 리스크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높게 내는 현명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3호(2020.02.10 ~ 2020.0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