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서울 아파트 보급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 새 아파트 숫자도 평균의 3분 1 수준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 서울 집은 얼마나 부족할까. 2018년 말 기준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04.2%다. 수치상으로는 집이 남아돈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지역의 집이 남아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북이나 충북과 같은 곳은 빈 농가 주택 등도 있어 주택 보급률이 1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주택 보급률이 95.9%에 불과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택이 부족한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자기 집이든 전셋집이든 상관없이 한국 사람의 49.2%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반면 서울 사람의 42.2%만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서울 사람이라고 아파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 선호도가 더 높다. 단독 주택(다가구 주택 포함)이나 연립 주택(다세대 주택 포함) 등 다른 주택 유형보다 아파트의 매매가 또는 전셋값 상승률이 높은 것은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서울에서는 특히 그 차이가 크다.
이 말은 서울 사람의 아파트 선호도가 지방 사람의 선호도보다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서울 사람은 아파트 산다”는 옛말 결국 서울 사람들이 다른 대도시 사람보다 아파트에 적게 사는 이유는 아파트에서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파트가 서울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은 아파트가 얼마나 부족할까.
한국의 주택 중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말 기준으로 61.4%다. 한국 국민 중 49.2%가 아파트에 산다고 하고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61.4%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또 그 차이 12.2%가 빈집이라는 뜻도 아니다.
61.4%는 건물 기준이고 49.2%는 사람 기준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가구 주택 때문이다. 다가구 주택은 건물로 보면 한 채로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도 두 기준에 따라 통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한국 주택 다섯 채 중 세 채 이상이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은 그 비율이 58.0%에 불과하다. 대도시 중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이 많은 경상남도보다 낮다.
◆ 누구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2010년의 전국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58.4%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8년 사이에 3.0%포인트가 늘어난 61.4%가 됐다. 지난 8년 동안 전국의 아파트 입주가 크게 늘었지만 단 한군데 예외적인 곳이 있다. 바로 서울이다.
서울은 2010년 58.8%로 전국 평균보다 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아파트를 거의 공급하지 못하면서 그 비율이 낮아져 2018년에는 58.0%까지 떨어진 것이다. 아파트 비율이 떨어진 지역은 전국에서 서울이 유일하다. 물론 서울시의 주장대로 서울에서도 주택 공급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도시형 생활 주택이나 빌라와 같이 상대적으로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택이었다. 아파트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에서 준공된 주택 중에서 아파트의 비율은 75%였다. 이러니 이 기간 중에는 서울 아파트 값이 안정됐던 것이다. 그런데 2012~2018년에는 그 비율이 4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서울시의 주택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서울 주택에서의 아파트 비율은 현재의 58.0%가 아니라 앞으로는 45%에 수렴할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서울에서는 주택도 부족하지만 아파트가 특히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더 부족한 것은 새 아파트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인구나 가구 수 기준으로 볼 때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 정도 된다. 이는 한국 전체 주택 중 서울에 있어야 할 주택이 19%는 돼야 하고 한국 전체 아파트 중에서 서울에 있어야 할 아파트가 19%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 전체 아파트 중에서 서울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5.5%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파트 중에서 더 부족한 것은 2015년 이후 입주한 새 아파트다. 한국에서 2015년 이후 입주한 아파트 중 7.1%만이 서울에 있다. 이것이 19%는 돼야 중간은 가는 것인데 적정 물량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니 서울에서 새 아파트라고 하면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에 있는 아파트들도 10억원이 훌쩍 넘는 것이고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몇 억원씩 붙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급 부족 그중에서도 새 아파트의 공급 부족이 낳은 결과다.
서울에 아파트를 더 공급해도 투기꾼의 먹이가 될 뿐이니 공급은 의미가 없고 투기꾼을 잡거나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서울시는 강변한다. 과연 서울에 공급해도 다주택자가 다 가져갈까. 통계를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서울에서 주택을 가지고 있는 가구는 평균 1.18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한 채만 가지고 있는 가구도 있지만 다주택자가 상당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전국 평균 1.20채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는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1.22채이고 전남은 1.45채나 된다. 결국 아파트 소유 편중 현상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15년의 서울은 1.19채였다. 이 말의 의미는 지난 3년간 서울에서는 다주택자가 오히려 줄었거나 다주택자들이 주택의 일부를 처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난 몇 년간의 서울시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돼 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누구나 더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자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주택까지 포함해 계산된 주택 보급률 자체도 서울은 100%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은 그런 곳이 아니라 아파트 그중에서도 새 아파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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