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이미지 확보·안정적 서비스가 성장 포인트…올해 매출 5조 넘본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가히 ‘벤츠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하다. 경기 부진에 따라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6% 줄었지만 벤츠코리아의 성장세를 막아서진 못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0%가 넘는 7만8133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31.92%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BMW와는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벤츠코리아는 4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것을 넘어 수입차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실적이 국내 완성차 업체(한국GM)를 제치고 내수 판매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벤츠코리아는 어떻게 부진한 업황을 뚫고 계속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지 짚어봤다.
‘수입차 1위’ 넘어 국산 완성차도 추월한 벤츠의 질주
벤츠코리아의 거침없는 질주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시장에서 총 5492대의 차량을 팔아 수입차 브랜드 1위를 수성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전체 내수 판매에선 르노삼성마저 밀어내며 현대차·기아차·쌍용차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현 추세를 반영할 때 올해 역시 국내외 브랜드를 합한 전체 내수 판매 순위에서 무난히 ‘톱5’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입차 ‘왕좌’를 넘어 어느덧 국내 완성차업계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된 모습이다.

이렇듯 벤츠코리아가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 중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관련 업계에서는 그간 고수해 온 ‘고급화 이미지 전략’과 ‘서비스 최우선 정책’,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수입차 1위’ 넘어 국산 완성차도 추월한 벤츠의 질주
먼저 벤츠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프로모션’, 즉 차량 할인 폭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가 제한적인 수준의 프로모션 정책을 고수한 것이 BMW나 아우디 같은 비슷한 네임 밸류의 경쟁사와 비교해 더 고급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낮은 프로모션으로 ‘고급’ 이미지 강화


실제로 수입차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브랜드의 판매를 책임지는 딜러사나 개별 딜러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진행 중인 프로모션에 따라 5000만원에 팔리는 차를 4500만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판매 부진을 겪는 모델들은 1000만원 넘게 할인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벤츠는 조금 다른 행보를 이어 왔다. 모델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할인 폭을 오히려 줄여 나간 것이다.

2017년 초를 예로 들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2016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2003년)한 이후 처음으로 BMW를 꺾고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BMW가 7년 연속으로 수입차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상황이었다. 벤츠코리아가 2016년 내놓은 중형 세단 ‘E클래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끈 것이 BMW를 누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존심을 구긴 BMW는 2017년 초 E클래스의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중형 세단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이며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E클래스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수입차 마니아들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조만간 E클래스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벤츠가 꺼내든 전략은 의외였다. 최대 라이벌인 BMW의 행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E클래스의 프로모션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쉐 같은 럭셔리 카 브랜드들은 거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벤츠도 이들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대규모 할인을 하는 경쟁사들보다 수입차를 구매하는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단단히 구축했다.” 한 수입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벤츠가 이 같은 전략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제품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 가운데 어느 곳이 차를 더 잘 만드느냐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운전자의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나 차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연기관차는 뛰어난 기술력보다 차량의 내·외부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의 제품력이 경쟁사 대비 높게 평가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량 품질과 관련된 별다른 논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입차 1위’ 넘어 국산 완성차도 추월한 벤츠의 질주
주요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은 2016년 전 세계적으로 ‘디젤 게이트’ 논란을 야기하며 브랜드 신뢰도가 추락했다. BMW 역시 2017년 야심차게 출시한 5시리즈 디젤 모델에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며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주요 3사 가운데 벤츠만 커다란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은 유일한 브랜드”라며 “고급 이미지와 함께 제품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더해져 계속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투자로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매년 강화되는 고객 서비스도 벤츠가 수입차 시장의 왕좌 자리를 계속 지켜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입차는 구매한 이후부터 ‘진짜’ 걱정이 시작된다.

특히 수리비가 턱없이 비싼 것이 가장 문제다. 사소한 고장에도 때로는 해외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공수해야 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나가기도 한다. AS센터도 부족해 차를 고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고객들이 수입차 구매를 꺼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벤츠코리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 왔다. 고객들의 불만을 귀담아듣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품 가격을 인하하고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2010년부터 계속 권장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순정 부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역시 차량 유지 관리 시 빈번하게 교체되는 부품 2300여 개를 선별해 권장 소비자 가격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푸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무리해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그나마 벤츠의 수리비가 합리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른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센터 수도 매년 늘려 가고 있다. 2015년 42개였던 공식 서비스센터는 현재 68개까지 늘어났다. 실제 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워크베이 수 역시 같은 기간 633개에서 현재 1169개까지 증가했다.

빠른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 ‘부품 물류센터’를 직접 마련하기도 했다. 벤츠코리아는 2014년 경기도 안성시에 520억원을 투자해 부품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2018년에는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 위해 35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고 지난해 증축을 마쳤다.
‘수입차 1위’ 넘어 국산 완성차도 추월한 벤츠의 질주
현재 부품 물류센터의 총면적은 3만500㎡(약 9300평)에 달한다. 5만여 종에 달하는 부품을 상시 보유 중이다. 벤츠코리아 측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요가 많은 대부분의 부품을 보유하고 있어 부품 공급 및 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별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벤츠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서비스센터와 워크베이를 운영 중”이라며 “수리 과정이나 기간에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을 반영해 벤츠코리아는 올해도 서비스센터를 더 확충할 계획이다.

◆사회 공헌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


벤츠코리아는 지속적으로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부분도 판매량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평가한다. 한때는 한국에서 거둬 가는 수익에 비해 사회 공헌 활동에 인색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런 비판을 계기로 2014년 내부에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속(Mercedes-Benz Promise)’이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교육’이다. 미래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아동과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린이 교통 안전을 위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키즈’, 벤츠의 우수한 기술력을 국내 대학의 자동차 관련 학과에 직접 제공하는 산·학 협동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아카데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밖에 매년 사회 복지 시설에 후원을 이어 가고 있고 마라톤과 같은 체육 관련 행사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중증 환아의 의료비로 기부 중이기도 하다.
‘수입차 1위’ 넘어 국산 완성차도 추월한 벤츠의 질주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천이 점차 중요시되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꾸준히 이를 실행에 옮기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것 역시 전체 판매 증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도 벤츠코리아는 새 전략을 내세우는 등 국내 시장에서 판매 증가를 이어 가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국내에서 신차 9종, 부분 변경 6종 등 총 15종의 새 차량을 출시해 판매 증대를 이어 가는 것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 경제 활성화에도 공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미국·독일·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째로 벤츠를 많이 사는 국가가 됐다”며 “신차 출시와 함께 고객들의 신뢰에 보답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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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