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의 첫 메시지는 “업계 판도 바꾸겠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S’ 시리즈의 11번째 모델이자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0’ 사전 판매를 2월 20일부터 진행했다. 공식 출시는 3월 6일이다. ‘갤럭시 S20’는 역대 최대 크기의 이미지 센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어떤 환경에서도 선명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최신 5G, 120Hz 디스플레이, 고용량 메모리 등 역대 최고 품질을 갖췄다.
노태문 “갤럭시 S20는 새로운 10년, 변화의 시작”
삼성전자의 둘째 폴더블(접는 폰) 스마트폰인 ‘갤럭시 Z플립’은 2월 14일부터 한국과 일부 해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싱가포르·프랑스·아랍에미리트(UAE) 등 출시 국가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 명품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갤럭시 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은 출시 전부터 웃돈이 붙으며 삼성전자가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삼성 스마트폰 새 사령탑에 오른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취임 후 첫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월 11일 ‘갤럭시 언팩 2020’에 직접 참가해 두 신제품을 내놓으며 ‘노태문호’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그는 갤럭시 S20를 “새로운 10년, 변화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52세의 젊은 수장인 노 사장이 어떤 스마트폰 혁신을 보여줄 것인지, 새 사령탑의 리더십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갤럭시 신화’ 일군 하드웨어 전문가
삼성전자는 새 10년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의 이름을 ‘갤럭시 S20’로 정했다. 전작은 ‘갤럭시 S10’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시작점에서 노 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노 사장은 2월 9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취임 후 처음으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갤럭시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며’라는 기고문에서 노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S부터 갤럭시 폴드까지, 지난 10년의 혁신을 정의할 만한 수많은 스마트폰의 개발과 혁신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즐겁고 영광스러운 여정이었다”며 “삼성은 업계 선도자로서 경험의 혁신, 최신 기술 그리고 매력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10년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월 20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자리에 오른 노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일군 하드웨어 전문가다. 1997년 무선사업부 개발3팀에 입사해 20년 넘게 무선사업부에 근무해 왔다. IM(IT·모바일) 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역임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차세대제품그룹장·선행HW개발2그룹장·혁신제품개발팀장·상품전략팀장·개발2실장·개발실장 등을 거쳤다. 2007년 세계 최초로 6.9mm 200만 화소 카메라폰, 초저가 싱글 폴더폰 등을 개발한 공로로 만 39세에 ‘최연소’ 임원 중 한 명으로 상무에 올랐다. 2010년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세계 1위에 등극하는데 기여한 것을 인정받아 2012년 만 44세에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속 승진을 거듭해 2018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무선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 사장의 앞에는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익성 개선 등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10조원 이하는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숙,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 속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노 사장의 무선사업부 수장 등극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혁신’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는 하드웨어 기술 역량을 오랜 시간 증명해 왔다. 학부 시절부터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후 포항공과대(포스텍)에서 전자전기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해 무선사업부장에 이르기까지 개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무엇보다 기술 측면에서 하드웨어 기술력을 인정받아 온 인물이다.

그는 제품 개발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스펙 경쟁이 치열해질 때마다 노 사장은 ‘기술을 위한 혁신’이 아닌 ‘소비자 편의성’을 강조해 왔다. 노 사장은 과거 ‘갤럭시 S7’을 개발하고 삼성전자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혁신은 소비자가 주도한다”며 “늘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를 이끄는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위기에 강한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는다. 그와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은 노 사장의 강점으로 ‘순발력’과 ‘추진력’ 그리고 ‘주인의식’을 꼽는다. 새로운 도전이 있을 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빠른 의사 결정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 번 목표로 삼은 것은 끝까지 이루고야 마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남다르다고 한다. 그의 석·박사 시절을 지도한 한 교수는 “목표를 향한 집중력과 성실성이 일찍부터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노 사장이 기고문과 언팩 행사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이와 같은 그의 캐릭터와 경영 스타일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기고문 통해 첫 메시지 내놔
노 사장은 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10년의 목표로 “업계의 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도전을 계속하며 의미 있는 기술 혁신을 이어 왔고 2020년을 시작하는 지금, 스마트폰을 넘어선 새로운 혁신의 시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는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 사장은 또 “이번 언팩에서 삼성전자가 어떻게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업계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혁신의 신화를 써왔다. 처음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은 2010년 무렵부터 반도체 칩의 성능을 올리고 카메라 화질과 해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진행해 왔다. ‘갤럭시 S4’ 이후로는 서비스 혁신에도 힘을 쏟았다. 사람과 기계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에서 터치 기능을 향상했고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폴더블폰과 같이 폼팩터를 완전히 바꾸는 혁신도 있었다.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S20’와 ‘갤럭시 Z플립’은 1억8000만 화소 카메라,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 등으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적합한 승부수였다는 평가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기능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만이 가진 경쟁력,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목하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5G 시장이 본격화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혁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도 있지만 현재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이뤄내야 글로벌 파워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며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방향은 맞지만 하드웨어 혁신을 매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혁신과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태문 “갤럭시 S20는 새로운 10년, 변화의 시작”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약력 : 1968년생. 1991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7년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 박사.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차세대제품그룹장. 201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2실장. 2020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현).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