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저성장 시대…'사상 최대 매출' 비결은]
- 사상 최대 매출 기업① 현대차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차, 연매출 100조 시대 열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9년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 악화로 국내외 시장이 모두 위축된 상황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마저 텃세를 부리는 것을 근거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실제로 2019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승용차 판매량은전년 대비 400만 대 감소한 8010만 대에 그쳤다. 이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러한 위기의 파고를 보란 듯이 넘어섰다. 오히려 창립 이후 매출 최고액인 100조원을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역발상’, ‘고객 니즈 분석’,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도약’ 등의 3가지 경영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성공을 일궈 냈다.

◆ 2019년 투자금액 8조8000억원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차, 연매출 100조 시대 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연결 기준 매출이 105조790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9.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으로 전년보다 52.1% 증가했다. 순이익은 3조2648억원으로 98.5% 늘었다.

이처럼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쟁사와 다른 역발상 경영 전략 덕분이다. 경쟁사 대부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감축과 구조조정을 했지만 현대차는 반대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 4조9000억원, 2016년 6조2000억원, 2018년 6조원 수준이었던 총투자금액을 작년에는 8조8000억원까지 늘렸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인원 감축 등 구조 조정에 한창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의 다임러는 2022년까지 1만 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는 2025년까지 전체 직원의 약 1%인 9500명을 해고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컨티넨탈·보쉬 등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들은 전기차·수소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 위주의 생산 라인을 점점 줄이고 있다.

현대차의 역발상 경영은 투자 확대만이 아니다. 투자금 사용처의 구조도 바꿨다. 2016년만 해도 총투자 금액이 투입되는 사용처가 공장 설립과 같은 시설 확충에 45%, 연구·개발(R&D)이 55% 수준을 보여 왔지만 지난해에는 70%가 넘는 돈을 R&D에 사용했다.

친환경·미래차 등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R&D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현대차에서 이뤄진 외부적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량의 신차 출시다. 총 12대(2019년 페이스리프트·풀 체인지)에 이른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 3대까지 합치면 총 15대까지 늘어난다. 내수 시장 경쟁사인 한국GM 2대, 르노 1대, 쌍용차 4대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현대차의 압도적 신차 출시량은 철저한 고객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중소형 ‘아반떼’부터 친환경 전기차, 중대형 ‘그랜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뉴’, 대형 SUV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가 생산하고 있는 대부분의 라인업을 새롭게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강화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차, 연매출 100조 시대 열다
물론 16대의 신차를 출시한 형제지간인 기아차보다 적은 신차 수량이지만 현대차는 내실까지 잡았다. 없어서 못 팔았던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의 신차 효과,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팰리세이드와 더 뉴 그랜저는 작년 출고 적체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는 노사 협상을 거쳐 팰리세이드를 2차례 증산해 가까스로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더 뉴 그랜저는 대기 물량만 4만 대에 달할 정도로 인기 차종이다.

친환경 개발에 적극 나선 것도 현대차의 실적 상승에 보탬이 됐다. 현대차는 2019년 말 기준 4개(그랜저·코나·쏘나타·아이오닉)의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수소차 모델 3개(코나·아이오닉·넥쏘)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이 9위에 올라 있다. 기아차의 실적을 합하면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설 정도로 시장에 안착한 상황이다.

특히 수소차인 넥쏘는 인프라 문제로 판매 루트가 제한적이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 인프라만 뒷받침되면 현대차는 언제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현대차의 매출 대박은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데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사적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의 전환을 추구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마저 실리콘밸리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흡사한 형태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오랜 기간 현대차는 외부와의 협업 대신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치중해 왔다. 하지만 차량 공유와 전동화 등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완벽한 체질 개선을 위해 현대차는 최근 1년간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현대차가 이뤄낸 대표적인 협업 사례만 1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법인을 세운 것, 미국 미고와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 등이다.

여기에 더해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미국 오로라와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고 고성능 부품 확보를 위해 미국 메타웨이브와 이스라엘 옵시스 등에도 투자를 결정했다. 커넥티드카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위스 웨이레이, 미국 사운드 하운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 또 크로아티아 리막 등과 손잡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협약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현재 출시되는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과 최첨단 커넥티드 서비스를 장착하며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cwy@hankyung.com

[사상 최대 매출 기업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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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