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머니 인사이트]
-글로벌 금융 시장은 서서히 공포 극복 중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한국 수출 상승세 지켜봐야
‘코로나19의 전염’보다 무서운 것은 ‘공포의 전염’
[한경비즈니스=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병 공포가 연초 우리 사회의 평온을 깨뜨렸다. 국내 확진자의 증가에 이어 사망자도 발생했다. 불안감은 여전하다. 말과 소문은 미디어를 매개로 기사화되고 확산된다. 다만 뉴스를 통해 전달된 공포의 과잉에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묘사된 전염병의 위험

코로나19로 재소환된 영화가 있다. 스티브 소더버그의 영화 ‘컨테이젼’이다. 판데믹 아포칼립스 영화 중 가장 현실에 가깝게 묘사된 영화다. 소더버그 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는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 때문에 질병이 창궐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퍼지고 미국 정부 소속의 과학자들이 이 질병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CDC는 신종 바이러스의 실체를 알기 위해 역학 조사를 하며 역으로 추적해 간다. 치사율이 20%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면서 백신을 개발하고 관련 위험에서 많은 사람을 구원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커지다가 끝나갈 무렵 바이러스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에서 공포가 극대화된다. 박쥐가 먹고 남긴 바나나를 돼지가 먹고 그 돼지를 요리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장면이다. 마치 코로나19 사태의 전파 경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혼선을 빚는 방역 당국과 감추려고 하는 이들, 이러한 정보의 제한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미디어를 통해 본 중국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우한에서 시작된 공포의 처음을 우리는 알 수 없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1월 21일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코로나19에 대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준하는 예방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부터다. 2002년 12월 시작됐지만 공식적인 예방 활동은 4월부터였던 사스와 비교되는 발 빠른 대응이다.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중국의 부양책도 빠르고 강력했다.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보험권에 주식 매수를 독려하는 등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다 내놓고 있다. 중국 금융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치료제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이겨내면서 평균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 왔다. 에드워드 제너는 19세기 천연두를 우두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루이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을 개발했다.

하지만 모두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연구였다. 인류는 20세기 전까지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었던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관련 연구를 본격화한 것이다.

스페인 독감은 바이러스 공포의 시작이었다.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에게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 H1N1)이 발생해 약 1억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인구의 1%에 달했다. 이 전염병이 스페인 독감으로 불린 것은 스페인 신문에서 처음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1968년 발생한 홍콩 독감은 인플루엔자 H3N2에 따른 감염으로 사망자는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2년 사스 또한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알려준 계기였다. 단 7개월 동안 32개국에서 8273명의 감염자와 7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스는 박쥐에게서 사향고양이에게 전파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로 약 10%의 치사율을 보였다.

2009년 북미에서 발생한 신종플루(H1N1)는 세계 214개 국가로 전파돼 1만8000여 명이 사망한 호흡기 질환이었다. 돼지에게서 기원했고 감염된 환자의 기침 등을 통해 호흡기로 전파됐다. 치사율은 1% 미만으로 낮았지만 확산력이 높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2015년 국내에 발생해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돼 23개국에서 1900명 이상의 감염자와 700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치사율이 40%에 육박하는 치명적 전염병이다. 메르스 역시 박쥐에게서 유래돼 낙타를 매개로 인간에게 전염됐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공유가 공포 극복법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며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메커니즘을 풀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완성된 백신을 대량으로 안전하게 상품화하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연구팀은 1월 24일 국제 학술지인 NEJM에 코로나19로 진단된 환자에게서 바이러스를 추출하고 이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호주의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하고 이를 통한 백신 개발 추진 계획을 밝혔다. 같은 시기 미국 국립보건원과 모더나·이노비오·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외신 뉴스도 나왔다. 하지만 유행 기간 안에 백신 개발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19는 DNA가 아닌 RNA 기반의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고 일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수용체가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긴 하지만 유행기가 끝나면 소멸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임상 시험 대상자를 찾기 힘들고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수년간 임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발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치료제 개발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한 시기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비용 등의 이유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지는 않는다.

미래에 코로나19는 다른 변이를 통해 다시 창궐할 것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치료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도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요원하다. 몸속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하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진행형이지만 금융 시장의 공포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시장의 치료제는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거짓을 걸러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시장 간 네트워크에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면 관리 당국은 증상을 알리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면서 바이러스를 함께 치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기 전에 그 ‘말’에 정확한 정보를 심어주는 것이다. 상황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적절한 정보가 공유돼야만 네트워크를 통한 악성 바이러스 전염이 진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월 13일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가 코로나19의 확진 판단을 변경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누적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급증했지만 오히려 이를 중국 정부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조치 이전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환자 수를 의심하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베이 이외 지역의 확진 환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도 다행스럽다. 물론 춘제가 끝나고 공장 재가동에 따른 추가 확산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2월 말까지 귀경과 개학 등에 따른 환자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2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초기 대응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했다. 과거 사례로 본다면 정보 공개와 그에 따른 대책 수립은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해 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글로벌 경기는 개선됐고 한국의 수출 지표도 개선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출현으로 글로벌 각국의 정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증시의 공포 국면은 이미 지나갔다.

주가는 먼저 움직였고 이제 출렁임이 뒤따르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은 바이러스의 공포보다 정책 기대와 펀더멘털의 방향성에 주목할 것이다. 2월 15일 진천과 아산에 격리됐던 우한 1차 귀국 교민 366명이 퇴소했다. 진입을 막았던 주민들도 작별 인사를 했다. 공포의 전염은 이제 끝이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