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커피 머신 고장 가능성 사전 예측하고 출점 영향 분석…미국에서도 ‘기술 기업’으로 주목
‘데이터 비즈니스’ 교과서로 거듭난 스타벅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내부에 아무리 많은 정보(데이터)를 보유했어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고 분석해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급변하는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사업에 접목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현지에서는 겉으로는 커피 전문점에 불과한 스타벅스가 그 누구보다 데이터 활용에 뛰어난 역량을 지닌 ‘기술 전문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고 그 결과 지금의 ‘글로벌 커피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2008년 위기 돌파구로 ‘데이터 활용’ 결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만큼 ‘좋은 교과서’는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스타벅스 역시 처음부터 데이터 활용에 능한 기업은 아니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중요시했고 이런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 매장을 늘려 갈 수 있었다.

스타벅스를 변하게 한 것은 ‘위기’였다. 잘나가던 스타벅스는 경쟁사들의 강한 견제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와 던킨 등이 스타벅스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커피를 내놓았다. 스타벅스와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던 커피빈도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며 라이벌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졌다. 결국 스타벅스의 매출이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당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슐츠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내부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을 주문한 것이다. 이때부터 스타벅스의 이른바 ‘데이터 비즈니스’가 내부에 본격적으로 닻을 내린 셈이다.

물론 과거에도 스타벅스는 데이터를 활용했다. 다만 이전까지 데이터는 성과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2008년을 기점으로 달라진 것은 데이터에 기반해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며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있을까. 최근 데이터 컨설팅 회사인 AI프리사이언스 설립자 와스 라흐먼이 미국의 뉴스 플랫폼 ‘미디엄’이 발간하는 경제 전문 매체 ‘마커(Marker)’에 게재한 글에서 그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그는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데이터 기술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스타벅스의 데이터 활용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라흐먼 설립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약 3만 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주당 거의 1억 건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서 생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 출점부터 맞춤형 프로모션, 제품 개발 등을 진행한다. 또 커피 머신에 대한 유지·보수도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 중이다.

매장 출점부터 살펴보면 스타벅스는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신규 매장 오픈을 결정한다. 스타벅스는 매장 오픈을 검토 중인 지역의 인구와 소득 수준, 교통량, 경쟁 업체 등의 데이터를 빼곡히 수집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분석을 통해 경제적 성과 측면을 예측하고 있다.

◆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도 데이터로 찾아내


이 중에서도 주목되는 부분은 경제적 성과 예측에 새 상점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기존 스타벅스 매장이 받게 될 영향들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신규 출점으로 기존 점포들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 출점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렇듯 꼼꼼하게 하나하나 요소들을 따져 신규 매장을 여는 만큼 새 매장의 성공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매장에 있는 커피 머신을 관리하는 것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스타벅스 매장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갑자기 커피 머신이 고장 나기라도 하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커피 머신의 고장 가능성과 유지·보수 필요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다. 고장 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커피 머신은 기계가 멈추기 전에 담당 엔지니어들에게 보내져 수리를 마치게 한다.

신제품 개발이나 각종 프로모션 등 모객 전략도 데이터로 각 지역별 소비자 특성을 파악한 뒤 만들어진다. 미국 시장을 예로 들면 이렇다.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회원제 시스템인 ‘로열티 프로그램’은 가입자 수가 160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해 스타벅스는 각각의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그리고 개별 소비자들이 주문한 것들에 근거해 좋아할 만한 신제품이나 디저트 등을 곁들일 것을 제안하며 추가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다.

새 제품 출시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나타난 요구 사항 등을 분석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찾아낸다.
‘데이터 비즈니스’ 교과서로 거듭난 스타벅스
예컨대 스타벅스가 2016년 마트 전용 제품들을 선보이며 ‘가정용 커피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렇게 모은 데이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라흐먼 설립자는 “스타벅스는 매장 내 소비 데이터의 제안을 기반으로 가정용 무설탕 음료를 출시했고 우유가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은 제품들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은 미국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 지사에도 고스란히 입혀져 적용된다.

한국 커피 시장을 사실상 평정한 ‘스타벅스코리아’가 좋은 예다. 스타벅스는 신세계와 합작해 스타벅스코리아를 만들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적극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며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점포 수 증가를 이어 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멤버십 프로그램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 56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독자적으로 내놓으며 스타벅스 매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또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사이렌 오더’를 독자 개발해 론칭하기도 했다. 사이렌 오더는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어 혼잡한 시간대에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는 미국 등 해외 지사에 수출되기도 했다.

현재도 스타벅스는 데이터를 넘어 다양한 기술 기반의 혁신을 준비 중이다. CEO의 면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 하워드 슐츠가 경영에서 물러난 뒤 새롭게 스타벅스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케빈 존슨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몸담았고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한 IT 전문가다.
‘데이터 비즈니스’ 교과서로 거듭난 스타벅스
현지 언론들은 그가 스타벅스의 CEO로 결정되자 “‘커피 거인’에게 실리콘밸리의 DNA를 주입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그가 취임한 이후 스타벅스는 원두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원두의 생산지와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한층 진보된 기술을 내부에 입히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커피 머신의 온도나 습도를 조절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enyou@hankyung.com


[스타벅스의 데이터 비즈니스 관련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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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이미 커피회사 아닌 은행”…긴장하는 금융회사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