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종합 1위·은행 1위]
- 기존 은행도 따라하는 혁신 서비스 ‘강점’
[파워 금융인 30]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세계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업계를 두루 거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과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한 4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은 통했다.

‘은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일상 속 은행 출범’이라는 슬로건답게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은 한국의 금융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1971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다양한 업종에서 경력을 차근차근 쌓았던 윤호영(49) 카카오뱅크 대표의 혁신 금융은 높기만 하던 전통 금융업의 콧대를 꺾어버렸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에 1등 공신이다. 서비스의 방향과 정체성 등을 만드는 태스크포스(TF) 작업 때부터 출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챙겼다.

비대면 실명 인증 도입과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 뱅킹 구현으로 기존 금융권의 판을 흔들었다. 기존 은행들은 불가능한 서비스라며 비웃었지만 결국 기존 은행들이 카카오뱅크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따라하는 ‘메기 효과’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2019년 말 기준 계좌 개설 고객 1100만 명, 고객 수 1069만 명, 총수신 19조9000억원, 총여신 13조6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17년 7월 출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수익 면에서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에 이른다. 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익 모두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까지 카카오뱅크 이자 수익은 35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00억원)보다 75.0% 증가했고 수수료 수익도 같은 기간 460억원에서 840억원으로 82.6% 늘어났다. 2019년 11월에는 5000억원의 유상 증자를 완료함으로써 자본금 1조8000억원 규모로 덩치도 키웠다.

◆ 주목받지 못했던 금융 상품에 IT를 더하다
[파워 금융인 30]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세계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은 기존 시중은행 앱과 달리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지문·얼굴 인식, 패턴 잠금 해제 등 간편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해결한 셈이다. 시중은행 내에서도 ‘카카오뱅크 만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올 만큼 카카오뱅크 앱은 금융 앱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중은행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금융 상품에 ‘펀(fun) 마케팅’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도 카카오뱅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6월 출시한 ‘26주 적금’이다. 소비자들은 매주 1000~1만원씩 증액되는 금액을 납입하는데 그때마다 커피숍 쿠폰처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하나씩 모을 수 있다.

회비 관리 통장인 ‘모임통장’은 카카오뱅크에 계좌가 없는 회원도 회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에게는 모임의 장이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으로 귀엽게 회비 납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저금통’은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에 있는 1원 이상 1000원 미만의 잔돈을 모을 수 있는 소액 저축 금융 상품이다. 실물 저금통처럼 금액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한 달에 한 번만 확인하도록 하는 재미 요소를 넣었다.

금융 상품 측면에서 바라보면 26주 적금과 모임통장, 저금통 모두 특별할 것이 없다. 시중은행이 이미 선보였던 금융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금융과 IT를 결합함으로써 기존 금융 상품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 ‘공동 대표’ 떼고 홀로서기 시작

사실 지난해까지 카카오뱅크는 윤 대표와 이용우 전 대표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 정치에 뜻을 품은 이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윤 대표 단독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 전 대표는 국내 최고의 금융회사 투자 전략 전문가로, 특히 인수·합병(M&A)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투자담당 임원(CIO) 등을 거쳤는데 동원증권 상무 시절에는 전략기획실장으로 한국투자증권의 M&A를 이끌기도 했다.

이런 능력을 십분 발휘해 이 전 대표는 회사 설립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고 회사 자금 유동성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역시 이 전 대표가 KB국민은행 등에서 유동성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금 유치 등 대외적 활동이 이 전 대표의 주요 업무인 반면 윤 대표는 금융업과 IT를 접목한 서비스와 내부 시스템 정립 등 대내 활동에 치중했다.

대한화재 기획조정실을 거쳐 에르고(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태스크포스 부사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카카오뱅크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특히 실패 사례로 남은 국내 최초 온라인 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에서의 경험이 카카오뱅크의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당시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금융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이용한 데서 문제점을 찾았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철저히 IT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2015년)를 준비할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당시 산업 자본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우군으로 확보했다. 이때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각각 윤 대표와 이 전 대표를 수장으로 지목했다.

IT 직군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조직 문화에 시중은행과 다른 IT 기업만의 특성인 자유분방함을 더했다. 예를 들어 영업 직원이 아닌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특별히 정해진 시간이 아닌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시간대를 정해 출근하도록 하는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은행과 다른 직급도 사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은행에서 사용하는 직급인 ‘행장’ 대신 ‘대표’라는 명칭을 고집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대표라는 직급도 떼버린다.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직원들끼리는 업무용 영어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일반 직원들도 윤 대표를 ‘다니엘’이라고 부른다.

카카오뱅크에는 윤 대표를 위한 공간이나 임원실도 없다. 임직원 간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다. 부서별 칸막이를 없애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을 공유하도록 했다. 말단 직원도 윤 대표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묻는다.

금융업계에서 전례 없는 ‘안식휴가제도’ 또한 윤 대표가 카카오의 휴가 제도를 카카오뱅크에 이식한 것이다.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이 제도에 따라 30일간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200만원의 휴가비도 별도로 지급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