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증권사 1위]
-‘결과’ 대신 ‘과정’ 중심 평가 돋보여
[파워 금융인 30]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순이익 달성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정영채(56) NH투자증권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5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13년간 IB사업부 담당 임원을 역임한 후 2018년 3월 22일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정 사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세전이익 6332억원, 순이익 4764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산관리(WM)·투자은행(IB)·자산운용(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루 성장했다. 창사 이후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던 2018년 실적(순이익 3615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성과다. NH농협금융그룹과의 시너지와 압도적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 마음 얻으니 수익도 뒤따라

WM사업부는 지난해 초 ‘과정 가치’ 평가 제도를 도입, 자산 관리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을 단행했다. 과정 가치는 영업 직원이 고객을 만나기 위한 준비부터 고객의 니즈 파악, 솔루션 제공, 사후 관리 서비스까지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영업 직원에 대한 재무적 성과 중심의 기존 평가 방식 대신 고객 가치를 중시하는 정 사장의 경영 철학을 적극 반영한 조치였다.

정 사장이 도입한 새로운 평가 제도에 영업 직원들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적에 대한 압박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영업 사원에게는 새로운 제도가 오히려 부담스럽고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의 오해가 깊어지자 정 사장은 사내 소통게시판에 직접 장문의 편지를 게시했다.

직원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정 사장은 “제가 30년 영업 경험에서 직접 목격하고 체화한 것은 영업 직원의 가치는 진정한 자기 고객의 가치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가장 먼저 주목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과정 가치는 잠시 머무르는 바람이 될 수 없고 ‘이게 얼마나 가겠어’라는 회의는 접어 둬도 좋다”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고객을 만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해법에 대해 고민하고 제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WM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총수익 5411억원, 경상이익 671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 일평균 거래 대금이 감소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1억원 이상 고객 수(HNW)도 2018년 말 8만6134명에서 2019년 말 기준 9만2476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객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과정 가치 기반의 활동성을 중요한 요소로 삼으면서 고객의 성향 분석과 니즈 파악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맞춤형 금융 상품의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IB사업부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주간사회사 순위 1위에 올랐다. 최대 규모 딜인 두산중공업의 유상 증자를 대표로 맡았다. 4분기에 대표 주관한 NH프라임리츠는 공모 청약 경쟁률 317.6 대 1을 기록하며 역대 부동산 리츠 공모 청약 증거금 중 최대 규모인 7조7499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채권 발행 시장(DCM) 부문에서도 회사채 주간사회사, 인수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SK에너지(5000억원)와 신한금융지주(3000억원) 등에 대한 단독 대표 주관, 한온시스템(6000억원)에 대한 단독 대표 주관 및 인수를 수행했다.

IB사업부는 또한 어드바이저리 부문에서 포스코에너지 분할 합병, 영업 양수도 자문 등을 수행하며 지난해 인수·합병(M&A) 자문 수수료 468억원을 기록했다. 인수금융과 부동산·실물자산 투자 부문에서는 서울스퀘어·삼성SDS타워 등 국내 랜드마크 딜 수행, 대성산업가스·한온시스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딜에 참여하며 채무 보증 관련 923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홀세일사업부는 지난해 한국투자공사(KIC) 사상 첫 해외 주식 국내 거래 증권회사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 국토부 주택도시기금(18조원 규모) 유치로 외부 위탁 운용(OCIO)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강원랜드·금융투자협회 등 민간 기관 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OCIO 비즈니스를 공고히 했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시장에서는 거래 대금 점유율 20%를 달성하며 2위(14%)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자산 운용 부문 역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운용 전략과 정교화한 리스크 관리 기법, 차별화한 구조화 상품 공급 등을 바탕으로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했다.

정 사장이 취임 직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조직 문화 혁신이었다. 이를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신설, 가동했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존 조직 문화를 진단·분석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맞도록 정책·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원 부서의 비효율 업무를 약 30% 줄이고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대면 보고를 축소했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도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 시스템 등을 과감히 실행했다.
[파워 금융인 30]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순이익 달성
◆취임 이후 조직 문화 혁신 드라이브

정 사장은 금융회사 특유의 보수적 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회사와 직원 간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개설했고 익명 게시판을 별도로 운영해 직원들이 회사 운영에 대한 의견과 건의 사항을 가감 없이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복장 간소화를 연중 내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립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중·장기 브랜드와 광고 전략 수립을 위한 외부 자문사를 선정해 시장과 경영 비전의 변화에 따른 회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했다. 도출된 아이덴티티에 맞도록 시각적 요소들에도 변화를 추구했다. ‘투자, 문화가 되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고 고객들과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2개월간 압구정동에서 ‘제철식당’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정 사장은 올 들어 급변하는 디지털 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 환경을 선도하는 금융 투자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전사적 디지털 혁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추진 로드맵을 수립했다. 구체적 실행을 통한 변화 관리를 주도한다는 미션 아래 지난해 8월 디지털 혁신본부를 신설했다. 디지털 혁신 과제 발굴과 민첩한 실행을 위해 디지털혁신부와 디지털운영부 2부 체제로 운영 중인 조직이다.

디지털운영부에서는 디지털·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통해 도출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혁신부는 전사 디지털 혁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도적 변화 관리 수행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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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